NaMu 수필방 139

스파티필름

스파티필름작년 초겨울 어느 날 우연히 보았다.누렇게 변한 잎사귀 끝이 눈에 거슬려 자를까 말까 순간 망설였지만새로 나오는 잎사귀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솎아내야 한다고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서 너개 잘라냈다.첫날은 서 너개 자르는 걸로 만족했지만 다음 날 보니까 또 끝이 누우런 잎사귀가 보여마치 지저분한 머리를 자르듯이 한 움큼 잘랐다.시원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보고 있으니 괜스레 흐뭇했다. 며 칠이 지난 다음 혹시나 지저분한 잎사귀가 있나 싶어 찬찬히 들여다보며 몇 개를 골라 거침없이 잘랐다.이제는 휑해진 모습에 아차 싶었다.실수를 한건 아닐까 갑자기 겁이 났다."죽으면 안 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잎사귀를 하나하나 깨끗하게 닦아주고 쌍화탕도 물에 희석하여 듬뿍 주었다.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예전에는 ..

NaMu 수필방 2024.10.24

이혼 한 그녀의 고군분투 인생사

이혼 한 그녀의 고군분투 인생사문득 기억 저편에 있던 그녀와의 만남을 헤아려본다. 어쩌면.... 20년도 넘었다.하지만, 정확하게 그녀를 알게 되었던건 그로부터 5~6년 후 교회 여전도기금 마련을 위해 졸업식장에 꽃장사를 며칠 동안하면서 부터였다.매사에 맺고 끊음이 칼같이 정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여즉석에서 화를 벌꺽 내지만 뒤끝이 없던 그녀.한치에 오차도 없이 정열적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정이 많았지만 상당히 다혈질이기도 했다.일 년 치 여전도기금의 60% 이상을 졸업시즌 꽃장사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삼사일 죽기 살기로 매달려 꽃장사를 해야만 했다.꽃장사 끝난 다음날 여전도 회장인 그녀 집에 모여 만두파티를 하면서그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주방 한 면을 장식하던 수많은 작은 도자기들이 먼지 하나..

NaMu 수필방 2024.08.12

내 생애 가장 잊을 수 없는 여름방학

내 생애 가장 잊을 수없는 여름방학"빠~아~앙""흥 제 아무리 큰소리를 쳐도  난 절대로너를 타지 않을 거라니까"기적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를 향해 나지막이 앙탈을 부려보았다.물론 어른들이 하시는 일에 따라야 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큰소리를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가 더 서운했다.때론 안절부절못하고 혹시나 싶어 한 마을에 사시는 집안 어른이신 담임선생님께"선생님 전 서울 가기 싫어요. 우리 아빠에게 말해주세요"  간절한 눈빛으로 하소연했지만빙그레 웃기만 하시던 담임선생님.천만다행 할머니께서 서울길에 잠시 동행을 했기에 그나마 위안을 삼으며아버지 손에 잡혀 기차를 타야만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신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저 세상으로 가셨다.세상이 끝난 것처럼 대성통곡을 하시던 ..

NaMu 수필방 2024.08.02

스파티필름과 작은 위안

스파티필름과 작은 위안 어쩌면 우리 동네 꽃대궐을 외치며 안양천변에 개나리와 벚꽃이 깜짝 이벤트를 펼치며 봄이 차츰 무르익어가는 계절부터 기다리는지 모른다. 다만 기다림에 지쳐버리기를 수년 한 경험이 있어 이제는 조바심치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할 뿐이다. 몇 년 동안 손을 봐주지 않은 화초는 빼곡히 들어 찬 잎들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듯했다. 흙 포함 30kg이 훨씬 넘는 화분은 들을 수 조차 없어 화원에 가서 화원 사장님과 분갈이 출장을 의논했지만 출장은 못 오신다고 했다. 대책은 시급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는 다 죽일 것 같아 세상만사 오지랖 넓은 죽마고우 친구를 모셨다. 뭐든 대충대충 하는 친구라 신뢰는 할 수 없었지만 어쩌겠어. 정 많은 친구가 분갈이 한 스파티필름은 마치 솜씨 없는..

NaMu 수필방 2023.08.10

살구와 이웃사촌

딸아이 집에 가다가 아파트 뜰안에서 살구 보았다.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움이 가슴을 찔렀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핸드폰 카메라에 손이 가고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살구를 담아냈다. 살구와 이웃사촌 현관문 앞에 제법 큰 검은 비닐봉지가 있다. '뭘까' 순간 멈칫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란 열매가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 드디어 거사를 했구나... 딸아이가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해방된 민족처럼 자유를 부르짖으며 정작 학교 다닐 때는 어지간히도 공부를 안 했으면서 새삼스럽게 늦바람이 들어 영어회화와 일어를 배우러 간 사이 그들만이 거사를 치러 살짝 서운했지만 어쩌겠어. 묵직한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들어 오면서 되지도 않는 공부를 한다고 스트레스만 받는데 재미난 일을 놓쳐 버린 게 ..

NaMu 수필방 2023.06.28

엄마의 그늘

엄마의 그늘에 대한 단상 향기도 없는 덩굴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시민운동장 철재 울타리를 빨갛게 물들이는 5월이 오면 더욱더 가 보고 싶다. 지금쯤 가면 있기는 하겠지? 의심 아닌 의심을 하면서 오늘내일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마치 숨겨진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살짝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길을 나섰다. 코로나19 터지고 몇 년 만에 가는 발길을 갑자기 재촉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숲 속에 도서관이 생기면서 같이 있었던 장미 정원은 처음 몇 해 동안은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뿜어내는 향기에 흠뻑 젖은 대지가 숨이 막힐 듯 황홀하여 지쳐가는 일상을 추스르곤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탁상행정이 늘 그렇듯이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장미정원은 스스로 무너지고 말었다. 돌 봐주는 이 없어 무성한..

NaMu 수필방 2023.05.31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괴나리봇짐을 한쪽 어깨에 걸친 엄마는 멜빵바지 입은 소년의 손을 잡고 커다란 크레인이 보이는 강변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크레인 너머로는 연기를 마음껏 풍기는 공장들도 있습니다. 과연 소년과 엄마는 어디를 바쁘게 가는 것일까요? 뒷모습만 남긴 채.... 흰구름이 언뜻언뜻 보이는 파아란 하늘 아래 센 강 변의 풍경은 소년과 엄마의 붓터치가 누구에게나 있음 직한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여 아득히 먼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우연히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이건희란 분은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신소제 반도체 개발하여 나라의 부국발전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경제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인상주의 거장들..

NaMu 수필방 2023.05.05

봄맞이 단상

봄맞이 단상 신문지에 둘둘 말려있는 자그마한 뭉치가 POS 기기 옆 한구석에 있다. '뭐 지?' 오전팀에 일하시는 권사님께서 깜빡하고 안 버리셨나? 슬그머니 신문지 뭉치를 들었다. 노란 노란 소국이 노란 튤립이 노란 거베라가 고개를 쏙 내민다 "아.... 세상에나 너네들였어" 나도 모르게 속삭이고 말었다. 죽마고우 친구가 교회 강대상 꽃꽂이를 새로 하면서 지난주에 꽂았던 꽃들이 싱싱하여 버리긴 아까웠는지 놓고 갔다보다. 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은 왜일까? 오후팀 카페 봉사활동이 끝나는 시간이 왔다. 커피 내리는 기계를 말끔하게 닦고 주방 바닥 청소도 하고 마지막 실내등을 끄면서 잊지 않고 친구가 준 신문지말이 꽃송이도 챙겼다. 집에 오자마자 식탁에 신문지를 펴놓고 화병을 ..

NaMu 수필방 2023.03.14

그 집 앞

그 집 앞 뭔가를 배우러 간다든가 큰맘 먹고 싱싱한 야채를 사러 시장을 간다든가 할 때는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된다. 그 흔한 담장은 아예 헐어버리고 손바닥만 한 마당을 회색빛 시멘트로 덮고 그 위에 크고 작은 화분들이 빼곡하다. 쥐색 플라스틱 화분, 하얀색 사기 화분, 연갈색 플라스틱 화분, 검은색 화분 등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화분에는 꽃피는 봄이 오면 화분마다 꽃이 피기 시작하여 늦서리가 오는 초겨울까지 일 년 초 꽃들이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 어느 해 초여름에는 노란 꽃이 봉긋하니 피어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예쁘기도 해라" 혼자 말처럼 하고 지나가는 이가 있는 가 하면, "어머 저 꽃이 뭔 꽃 이래" 중년 여인이 호들갑을 떨자 옆에 있던 다른 여인네가 "달맞이꽃이야" 자..

NaMu 수필방 2022.09.10

무궁화 예찬

무궁화 예찬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큰소리로 화를 벌컥 내신다. 공원을 산책 나온 어른들은 힐끔 쳐다보며 지나가셨고, 아이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본듯 우르르 몰려든다. "그러니까 왜 땃냐고?" 관리인 아저씨 목소리는 화가 치밀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난 안 땃다고, 난 아니라' 고 마음으로는 눈물나게 아니 서럽게 외쳐도 무조건 화를 내는 관리인 아저씨의 기세에 눌려 고개만 푹 숙이고있었다. 1960~70년도 내가 살던 효창동에는 가을 운동회 때마다 운동회를 열어 그 크기에 놀라곤했던 효창운동장이 있고, 운동장 옆에는 가시철조망 울타리속에 백범 김구 선생님 묘지가 있다. 놀 장소가 마땅치 않던 그 시절에는 김구 선생님 묘지 바로 위에있는 효창공원이 초등학교 아이들의 아지트였다. 해마다 7~8월이 되면 김..

NaMu 수필방 2022.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