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NaMuRang 2023. 5. 5. 08:38

괴나리봇짐을 한쪽 어깨에 걸친 엄마는 멜빵바지 입은

소년의 손을 잡고 커다란 크레인이 보이는 강변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크레인 너머로는 연기를 마음껏 풍기는 공장들도 있습니다.

과연 소년과 엄마는 어디를 바쁘게 가는 것일까요? 뒷모습만 남긴 채....

흰구름이 언뜻언뜻 보이는 파아란 하늘 아래 센 강 변의

풍경은 소년과 엄마의 붓터치가 누구에게나 있음 직한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여 아득히 먼 어린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우연히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이건희란 분은 다이아몬드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신소제 반도체 개발하여 나라의 부국발전에 약간의 도움을 준

경제인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을 국립 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는

사실은 현대적 의미에서 르네상스를 꽃피우게 했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데 메디치를 연상한다면 과대포장일까요?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란 주제로 한 전시회에서 

클로드 모네 작품 <수련이 있는 연못>을 맨 처음 만날 수 있습니다.

1917~1920년에 걸쳐 그린 작품으로

캔버스 유채로 크기는 100 ×200.5cm입니다.

클로드 모네(1840~1918)가 노년에 그린 작품으로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은 빛을 색채에 담아내는 화가답게

연못에 쏟아지는 햇빛을 수련들이 가득 안아 수초 사이에서

보석처럼 무리 지어 반짝입니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같은 인상주의 화가 르누아르와 함께

파리 야외를 무대로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자 그럼 모네 친구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를 보러 갑니다

1917~1918 그린 작품으로 캔버스 유채로 크기 46.5 ×57cm입니다.

르누아르(1841~1919)가 노년에 그린 작품으로

노란 모자를 쓴 앙드레가 책을 읽고 있습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에 나오는 사람들은 르네상스 회화를 보는 것처럼

섬세한 아름다움도 있지만, 인상파 화가답게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하늘처럼 티 없이 해맑게 빛나는 고운빛이 가득하여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저력의 화가이기도 합니다. 

물론 모네가 자신의 부인을 모델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수련을 그린 연작품 하늘 구름 등등 풍경화를 주로 그렸다면,

르누아르는 카페나 유원지 무도회장에서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밝고 화사하게 표현한 인물화 위주입니다.

그렇지만 왠지 두 사람의 그림은 화풍이 비슷하여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오늘 전시된 화가 작품 7점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폴 고갱의 <센 강 변의 크레인>은 캔버스 유채로

크기는 77.2x119cm입니다.

고갱은 신문기자 아버지가 계셨지만 어린 시절 돌아가셨기 때문에

빈곤에 허덕이며 고생 무지했지만 증권맨으로써 안정적인 삶을 영유하던

그가 늦은 나이에 화가길 들어서서 1875년 초기에 그렸던 작품이

<센 강 변의 크레인 >입니다.

타이티에서 생활하며 그렸던 강렬한 색채의 그림보다는

초기 작품이라서 색채 감각이 부드럽고 유연합니다.

그리고 그 무렵에 폴 고갱은 인상주의 화가의 대부 카미유피사로를 만나게 됩니다.

 

폴 고갱이 스승으로까지 섬겼던 카미유 피사로가 있습니다

카미유 피사로의 <퐁투아즈 곡물시장>은 1893년 작품으로

크기는 46.5x39 cn입니다.

무수히 많은 점들이 곡물시장의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을

화사한 색채로 표현하고 있어 캠버스 화면이 따뜻한 인정이 넘쳐흐르는 것 같은

퐁투아즈 곡물시장 풍경은 19세기말

프랑스 시골 시장을 보는 듯한 풍경화입니다.

카미유 피사로(1830~1903)가 노년에 그린 이 작품은

색을 입은 작은 점들이 그림을 그렸던 점묘기법으로

후기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를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하니 

나이가 육십이 넘어서도 배우고 소통하는

그를 인상주의 대부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19세기 인상주의 화가들과 더불어 이제는 20세기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봐야 할 시간입니다.

그의 나이 31세 이미 20세기 최대 화가 아니 거장이라고

평가받던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19년 파리에

와있는 미로를 만났습니다.

호안 미로의 대표작 <회화 >는 캔버스 유채로 크기는

96x376cm이며 1953년 작품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의 난해한 그림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미로는 기호를 사용한 화가라는 사전지식을 갖고

그림을 감상한다면 캔버스를 뭔가로 꽉 채우지 않아 간결한 맛을 음미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칭 천재라고 떠벌렸던 살바도르 달리 그림입니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1940년 그렸던 <캔타우로스 가족>은

캔버스 유채로 크기가 35.8x31cm입니다.

인간이 어머니 자궁에서 나오는 순간 그야말로 난생처음부터 고통을 겪는다는

정신분석학에 심취한 20세기 초현실의 화가 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반신반마 캔타우로스 가족을 그리며 그리스 신화에서 위로를 얻었나 봅니다.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는 뭐지 했는데 가만히 눈여겨보고 있으니

재기 발랄한 뭔가가 눈에 들어와 초현실주의 천재라는

허풍이 허풍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바도리 달리가 1926년 파리에 왔을 때 미로가 달리를 피카소에게 소개해 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고 보면 스페인화가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공존공생하는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도 보입니다.

 

자 이제 마지막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남았습니다.

샤갈은 1977~1978년  <결혼 꽃다발>을 그립니다.

캔버스 유채로 크기는 91.5x72.8cm입니다.

러시아 유태인 출신 샤갈은 형제 많은 집에 가난하기까지

하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그에게는 안식처 같은 부인 벨라가 있어

화가로써 성공을 합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 47세에 벨라가 죽게 됩니다.

실의에 차 있던 샤갈을 구원하여 준 것은 그의 딸입니다.

딸은 샤갈에게 발렌티나 바바 브론스키를 소개해 주었고

그의 나이 60세에 그녀와 결혼합니다.

이 작품은 <결혼 꽃다발>로 전시회에서는 소개했지만

샤갈이 1975년 그린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이란 설도 있습니다.

초록빛 나뭇가지가 화병 가득 무성하고 붉은 꽃들이 연인들의 마음처럼 강렬합니다.

특히나 흰색과 파란색을 적절하게 배합한 바탕화면과

양념으로 놓인 자그마한 과일 소반도 있습니다.

색채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듣는 샤갈이기에 세련된 색채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붉은 꽃 화병옆에 서 있는 연인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결혼 꽃다발>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피가소 도자기 전시회라고 될성싶게 피가소가 도자기에

그렸던 그림들이 전시회 중앙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우의 나라에서 태어난 화가답게 소와 투우사의

격투장면을 일목요연하게 접시에 담아내기도 하고,

소를 이미지 형상하여 그린 도자기도 보입니다. 

<전시회 소책자 참조>

2023년 5월 4일

NaMu

에필로그: 인상주의 화가를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인상파라고 배웠습니다.

19세기말 사물에 투영한 빛의 색감을 평면적으로 그리는

화풍인 인상파가 선을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시민과 기득권 세력은 기존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인상파를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1863년 파리사롱 전에서 5,000점 출품하여 3,000점이 

낙선을 하여 급기야는 나폴레옹 3세의 중재로 낙선출품 전까지

하는 해프닝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시대의 흐름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넘어갔고

그들은 20세기 초현실주의를 태동하는 가교 역할까지 했답니다.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나하고 다름을 인정하라고 어쩌면 나하고 다름을 

인정하면 자신이 발전하는 찬스가 아닐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를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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