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꽃 향기
일주일 내내 긴장과 연장전을 벌이며
풀 근무를 했다.
주말 저녁 퇴근길.
아카시아꽃 향기가 지친 내 가슴에 파고든다.
문득
올해는 한번도 그들을
본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였지만
여전히
날 지켜주는 것같아
허기진 내 가슴이 달콤한 행복으로
가득 차 올랐다.
하지만 난 안다.
올해도 어쩌면 그들을 보러 갈
시간이 없을 거란 것을....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자고 싶어 하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한달에 한번 월중 행사인
김치거리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갔다.
참새가 방아간 못 지나가듯
시장에 온 김에 모처럼 화원에도 들렀다.
다홍빛 베고니아와 샛노란 베고니아가
마냥 눈길을 잡는다.
얇디 얇은 창호지에
색을 입힌 듯 싶은
고은 빛의 꽃잎이 천진난만한 아이얼굴같은
베고니아 화분을 얼른 주워들었다.
유치원쟁이 아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가있는
꽃집 아낙네는 하얀 치자꽃을 보여주며
"향기가 아찔"하다고 한다.
'아찔한 향기'란 꽃집 여인네의 말이
마치 내 마음을 엿 본것 같아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치자꽃 화분을 받아 들었다.
과연...
매혹적인 치자꽃향기가 내 마음을 쉼없이 흔들었다.
새하얀 꽃잎 대여섯장 펼쳐진 치자꽃속에
코를 수시로 들이밀며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들끈한 향기를
마음껏 들여 마셨다.
배추 한포기, 총각무우 한단,파 한단
그리고 다홍빛 베고니아, 샛노란 베고니아
새하얀 치자꽃까지... 양손이 모자랄 정도다.
거실에 모셔다 놓고
김치 담는 사이
새하얀 꽃잎 제법 많이 핀 치자꽃을 보며
그들도
아늑함을 좋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주말 아르바이트 갔다 오던 딸아이
치자꽃 향기를 맡으며
장미향보다 더 좋단다.
물론 나도 딸아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황금 연휴답게 한가해진 4월 초파일 출근길.
신주 단지 모시듯
베고니아와 치자꽃을 매장겸 사무실에 가져 와
내 책상 위에 보기좋게 얹어 놓았다.
새하얀 치자꽃이 달콤한 향내 풀풀 풍기며
고개 갸웃하고 하루종일 날 바라보고 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이에 질세라 다홍빛 베고니아와 샛노란 베고니아도
활짝 웃으며 나의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나는
한동안
경험 할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는 것을
그러면서
나는
또한
생뚱맞은 생각에 빠지겠지
치자꽃 향기에 취해
치자꽃 향을 지닌 여자였으면하고....
08.5.1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