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파는 남자
키가 1m 80cm는 족히 넘을거야.
잘 생긴 편이지.
비록 안경을 쓰긴했지만
이목구비가 유난히 뚜렷하고
귀염성있는 미남이지.
관심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지하 식품부 팀장정도 되는것 같아.
연이틀 동안
딸기가 2Kg에 9.980원 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치면서 계산대에 있는
컴퓨터를 수시로 클릭하며
마치 팥 바구니 쥐 들랑거리듯
들랑달랑했어.
수시로 들려오는 딸기 2kg에 9.980원이란
소리에 갑자기 저 남자는 꿈속에서도
"딸기 2Kg에 9,980원"이라고 외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며
얼굴이 빨개지도록 웃음이 픽 나왔지.
작년 늦가을 쯤 였을거야.
지하 행사장에서 행사를 했지.
비좁은 입구에 식품부 고객들이 몰리자
매대 여닐곱대와 행가 열 몇개의
의류행사장이 눈에 가시였겠지.
그는 의류매대를 행사장 안으로 쓱 디밀며
승질을 내는거야.
다혈질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에게 아무소리 않고 가만히
처다 만 보았지.
"왜 처다 보냐며" 따지듯 덤벼드는 그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것 같아
한판 붙어 볼까 하다.
참었지.
왜냐면.
똑같은 사람이 되긴 싫었으니까.
한달에 한번 정도 지하 매장에서 의류행사를
하는데 그때마다 그를 보게되지.
그를 볼때마다 작년 늦가을에 받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될수 있으면 의식적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했어.
이제나 저제나 애가 타도록 기다리는 봄은
엉뚱하게도,
샛빨갛고 싱싱하여 보기만해도
봄내음 물씬 풍기는 탐스런 딸기와함께
다혈질인 그 남자에게 먼저 찾아오고 있으니
이 아이러니를 무어라
설명할수 있겠는가.....!
한달에 한번씩 지하 행사장에서하는
일주일 동안 행사는 죽음의 시간을
인식하게 만드는 고역이지만
따사로운 훈풍으로 봄을 시작하듯
새봄에는 죽음의 시간을 즐길줄아는
삶에 여유를 갖고 싶어.
소식이 없는 친구에게......
06.2.27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