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향수병3기 환자

NaMuRang 2006. 4. 23. 22:51

향수병 3기 환자

메가리간(방아간)에서 '펑펑펑' 방아찧는
소리가 잦아드는 계절은 아무래도
보리가 패기 시작하는 춘삼월이겠지.
언덕위에 덩그라니 봄 햇살 맞으며
해바라기하는 메가리간(방아간)에
설핏 눈길을 주며 크고 작은 돌멩이가
듬성듬성 섞여있는 황토길 신작로를
따라 등교를 하곤했었다.
주인 뒤를 어슬렁거리며 따라가던 
소들은 마치 도장이라도 찍어 놓듯 
소똥을 한무더기씩 싸며 커다랗게 흔적
남겨 놓은 신작로는 똥은 똥이로되 여늬
똥과는 다른건 소똥은 그저 신작로에 있는
흔하디 흔한 돌멩이같이 거부감이 없었다는거다.
논에 물을 담기도하고 내 놓기도하는 
섭다리 물문은 고향마을 입구에서 묵묵히
마을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였다.
서울에서 충청도 맨끝 동네를 연결해주는
장항선은 소식꾼이라도 되는양 하루에도
몇번씩 기세좋게 기적소리 울리며 
장항역을 향해 내달리곤했다.
가끔은... 기다란 기차 창문에 비친
무심한 방랑객에게 손 흔들며
작별을 고하기도 했었지.
철길너머 드 넓게 펼쳐진 연초록빛 보리밭에 
부드러운 봄바람이 스치듯 지나가면
보리들은 일제히 고개들어 초록물결 끝없이 출렁거렸다.
더이상,멈추어 지지 않은 것 같은 그리움으로.....
학교 입학하기 전 아버님 직장따라 서울로 이사하여 
초등학교 4학년 학기초에 고향마을로 전학을 가서 
초등학교 6학년초에 다시 서울로 올라왔으니 
고향에서 살은건 불과 2년이다.
하지만 2년이란 세월은 사랑을 평생
꿈꿀수 있는 원천이되었다.
나는 고향마을 안뜸에 살었다.
대나무가 유난히 많아 대숲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집뒤안은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있는
저녁때가 되면 나들이 갔다 온 참새들의 
가릴껏없는 지저귐으로 새들의 천국였다.
뿌연 연기가 안개같이 집안을 감싸안으며 
저녁짓는 구수한 내음이 축축하게 젖으면
영원히 잊지 못하는 어머님의 향내이리니.
강산이 4번 변한 지금까지도 
나무타는 연기 내음이 
우연히 스치기라도 하면 
마음은 이미 고향집 안마당에 서성인다.
06.4.2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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