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성구미 포구기행

NaMuRang 2006. 2. 19. 16:19

성구미 포구기행

한적한 동구밖의 정거장같은 포구에는
대여섯척의 배가 잿빛 진흙뻘에
묻혀있다.
유난히도 낡은 배들의 모습에서
어부들의 가파른 삶을 보는듯하여
시린 아픔이 언듯 스치듯 지나갔다.
동네 경사가 있어 포구안에 있는
천막 가건물 점포들이 텅텅 비어있고,
점포를 찾는 손님은 그림자조차
비치지않아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나른하기만한 성구미 포구는
간재미회 무침과 회로 유명한 
충남 당진에 있다.
갯벌건너 편에 우뚝 서있는 공장이 
한눈에 들어오니 한때 메스컴의
단골 손님였던 한보철강.
이유야 어찌되었건
풀가동이 재정에 손해만 끼지지않는다면
한보철강 직원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공장이 정상적으로 운영 되야 하는건
아닌가하는 봉사가 코끼리 만지는 것같은
쌩뚱맞은 생각을 해 보았다.

새하얀 바다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진흙 갯뻘을 선한 눈빛으로 지키고있다.
그들의 눈빛을 따라 아스라이 먼
수평선 너머로 눈길이 머물어지며
그대 그리움에 안부를 물었다.
그대 그리움을 출렁거리는 샛파란
바닷물에 쏟아 놓으며 돌아서는 
발길이 왜그리 무겁기만 하던지.....
그리움 
보고 싶다고 차마 말도 못하고
망연히 수평선 너머로 
먼 그대에게 
안부를 묻습니다.
진흙 뻘을 지키던 바다갈매기가
새하얀 나래 쫘악 펼치고는
창공을 날으며 
끼룩거리는 울음소리는
내 마음듯 하더이다.
언듯언듯 찾아드는 그대 그리움은
막아도 막아도 막아지지않는
밀물인듯 하옵니다.

오후가 되자 할머니 두분께서
가건물 천막 점포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계신다.
한분은 낫 비슷하게 생긴 긴 쇠꼬챙이로 
굴 껍질을 벗고는 작업을 하시고,
한분은 물고기를 손질하고 계셨다.
옆에있던 댓살 먹어보이는 손녀딸이 
할머니께서 다루어 놓은 고기를 손으로
만지며 장난하자 하지말라고 자그마한
소리로 나무라신다.
거치른 바닷가를 평생 삶에 터전으로
삼고 살아 오셨을 할머님들의 모습에서
생명력 강한 야생화를 보는 듯 했다.

야생화
짭잘한 바닷물을 먹고 파릇하게
꽃을 핀 야생화.
뿌리채 뒤 흔들던 
세찬 갯바람조차 품어내며
꼿꼿한 기품으로 
빛나는 야생화.
파르를 떠는 샛파란 꽃잎에는
말로 차마 담아내지 못할
인고의 세월도 있었으니.....
06.2.18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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