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게 미관을 챙긴것도 아니고 편리에 따라 대충대충 꾸려 만들어 놓은
시멘트계단을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 옵니다.
자칫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라도 친다면 주의가 온통 숯검댕이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이니까요.
많이 나르는 것보다 조심스럽게 나르는게 본전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봉사 활동 친구들 모두가 아침햇살만큼이나 해맑은 미소를 머금고
떨어뜨리면 대형사고치는 포탄같은 연탄을 들고 부지런히 시멘트 계단을 내려갑니다.
역시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이 순간만큼 피부로 와 닿는 일이
우리가 살면서 몇 번이나 있겠는지요.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숨쉴때마다 허연 입김이 담배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걸보면 겨울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듯 합니다.
가로수 은행나무가 노오란 은행나무잎 휘날리며 제아무리 깊어가는 가을이라 하여도.
시대가 바뀌어 도시가스 배관이 지하에 실핏줄처럼 연결되어있는 특별시에서는 겨울이 온다한들
특별하게 겨울을 준비 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무기인 연탄을 준비하여
겨울을 무사히 지내야하는 이웃사촌도 우리에게는 존재합니다.
봉사방에서 연탄 4,000장을 준비하여 이웃사촌에게 나눠주는 활동에 참여 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드디어 찾아 왔습니다.
11월 셋 째주 토요일날은 관악구 삼성동으로 연탄배달이 있는 날입니다.
70명의 봉사활동 친구들이 삼성동 주영광교회 앞마당에 모여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직원으로
부터 연탄배달 요령을 상세하게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연탄을 모른다는 말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장갑을 끼고 앞치마와 토시를 차고 배정받은 윗마을 갔습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연탄 200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탄 2장을 들고 조심스럽게 시멘트계단을 내려갑니다.
각본대로라면 연탄이 쌓여있는 장소에서 봉사 활동 친구 한 분이 2장씩 떼어낸 연탄을
각자에게 건네주게 되어있지만 각본 무시 모두가 연탄을 날으기 시작합니다.
일사천리로 행동이 무척이나 급한 팀에는 틀림없습니다.
시멘트계단 옆에 나란히 놓인 프라스틱 화분에는 배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집 김장배추라도 되는 듯 무심히 자라는 배추가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보이던지.
오며가며 그들에게 눈맞춤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드디어 연탄 4장을 마치 에펠탑처럼 쌓아 날으는 봉사 활동 친구가 나타났습니다.
군계일학이라고나 할까요. 일당백하는 친구가 오니 200장의 연탄도 거든합니다.
우리팀보다 행동이 더 급한 옆팀은 릴레이경주 하듯 시시때때로 줄을 서서 나르기도 했지만
우리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던거는 순전히 연탄 4장으로 에펠탑을 쌓아 나르던 친구덕분
아닌가 싶습니다.
연탄 200장으로 한 집이 끝났으니 또 다른 집에 배달을 하기위해 우리는 다시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시멘트계단이 조금 덜 있어 연탄 배달이 훨씬 수훨합니다.
일사천리팀이라해도 과연이 아닌 우리팀은 부지런히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떨어지면
포탄으로 변하는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따라오시면서 커피를 준비했다고 말씀하심니다.
할머님 정성이 고마워서 마음으로는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입이 떨어지지않아 멀뚱하게 미소만 짓고 지나갔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바보멍충이같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두 번째 집도 가볍게 끝낸 일사천리팀 우리는 다시 조금 윗동네로 연탄배달
원정을 떠났습니다.
연탄이 수북히 쌓여있는 배달현장에서 우리는 다시 배정을 받아 네 번째 집 연탄배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계단이 없은 길에서 연탄배달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습니다.
속도에 속도를 내는 일사천리팀답게 가쁜히 연탄배달을 끝나고 말었습니다.
주영광교회와 현대아파트사이 분지처럼 들어않은 밤나무골마을.
가난은 나랏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사는 삶이 이웃사촌을 형성하는 지름길이란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 건 왜 그럴까요?
2018.11.17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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