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5. 5. 28. 10:27

침대 난간 사이로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기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가슴이 뭉클했다.

엎어져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봉사활동친구들이 아기를 눕히기만하면

누워있을 군번이 아니라며 울면서 재빨리 엎어져 기는 연습을 하던 하랑이는 다람쥐방에 맏형답게

모든 일에 솔선수범이다.

아기침대 난간 사이로 하랑와 숨바꼭질하면서 잠시 행복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계절의 영왕 5월'이 가기 전에

도로변 짜투리 땅을 이용하여 조성한 손바닥만한 장미정원에는 새하얀 우유빛을 닮은 백장미를

비롯하여 주홍빛 장미,검붉은 흙장미 자기도 장미라며 천진난만하게 웃고있는 찔레꽃들이 화려하게 점점히 수놓으며 "계절의 여왕 5월"이라고 속닥거린다.

도심의 매연은 매혹적인 장미향조차 빼앗아갔지만 화려한 그들의 자태에 반하여 출근길이

즐거웠던  5월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던  5월 넷째 주 일요일날은 역삼동에 있는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1번 출구를 나서자 가로수들이

도로 정가운데에 병정처럼 질서정연하게 기다리고 서서 짙은 그림자를 만들어 우리를 맞이한다.

그들의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자그마한 언덕길 너머 한서병원 아래에 있는

서울영아일시보호소로 갔다.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만났던 아기들

처음에 봉사활동 갔을 때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는 연예인으로 잘 알려진 신애라씨가

아기를 안고 있는 대형포스터가 영아원(서울영아일시보호소) 정문벽에 붙어있어 인상적였었는 데

지금은 대형포스터는 자취조차 없어지고 '계절의 여왕 5월'임에도 불구하고 파시같이

적적하기만하다.

언제나 다정하게 맞아주시는 경비원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입으면 왠지 임산부가 된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운을 갈아입고 3층에 있는 다람쥐방으로 올라갔다.

 

아기들 우유먹일 시간이라는 것을 각인하면서 혹시나 우유 먹는 아기가 있나하고 아기 침대를

재빨리 둘러보았다. 자그마한 이불에 온몸이 꽁꽁 싸인 아기가 자면서 우유를 먹고 있다.

자고 있는 아기에게 우유병 끝을 톡톡쳐주며 우유먹는 시간이라고 신호를 보내자 알았다는 듯

우유병 젖꼭지를 부지런히 빨고있다. 아기가 마음 잡고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아기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보모선생이 우유를 잘 먹는 아기니까 안고 있던 아기를 건네주면서 트림을 시키라고 한다.

보모선생 이야기를 듣고 괜한짓을 한건 아닌가하는 미안한 마음에 아기를 얼른 받았다.

 

아..지훈이구나 지난달에도 봤었는데 그 사이 많이 컸네.

아기를 안고 아기등을 쓰다담고 토닥토닥하면서 트림하기를 기다렸다.

과연 트림을 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심을 수 없이 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리며 등을

토닥토닥거려본다.

'커억'하고 거짓말처럼 시원스럽게 트림을 했다.

지훈이 트림소리에 같이 봉사활동 하던 친구도 놀라고 보모선생도 놀랐다.

마치 어려운 시험에 통과한 것처럼 활짝 웃으며 트림 한 지훈이를 꼭 안아주었다.

구개구순열을 앓고 있는 지훈이가 웃음꽃을 터트린다.

지난 달에 자주 토하던 아기였다는 기억이 새롭게 떠 올라 지훈이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잘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기들의 놀이터 스폰치 매트위에 앉아 수다쟁이 지훈이랑 놀아주면서

똘망똘망하게 잘 자라는 아기가 마냥 신기하여 봉사활동친구에게 기어이 한 마디 하고 말었다.

"한 달 사이에 콩나물처럼 부척부척 컷어요" 같이 봉사활동하던 하이디님도 지훈이처럼

웃음꽃을 피우며 전적으로 동감을 하신다.

선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잠이 오는지 잠투정하느라 징징거리는 지훈이를 재우기 위해

가슴에 폭 감싸 안았더니 싫다고 소리를 빽 지른다.

지훈이가 소리를 지르자 봉사활동 친구들이 놀라서 쳐다본다.

마치 잘 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지훈이를 안고 얼른 일어섰다.

지훈이를 안고 서성이면서 잠들기를 기다렸지만 징정거리며 잠투정만 심하게한다.

지난 달에는 내 품에서 잠도 잘자더니 한 달만에 까칠도사가 되어버린 지훈이를 감당하지 못해

섯다 앉았다 별짓을 다하면서 잠들기를 기다렸다.

저녁을 먹고 온 보모선생이 아기들 목욕시키는 시간이 됐을 때 손가락을 빨던 지훈이가

선잠이 들어간다.

"지훈아 목욕하고 자면 더 좋은텐데..." 아기를 깨우고 싶었지만 곤하게 잠을 자고 있는 아기를

차마 깨울 수는 없었다.

 

성격이 무던히도 좋던 순둥이 정심이를 안고 있으니 내 마음에도 평화가 찾아 온다.

목욕을 말끔이 끝낸 정심이는 발육상태가 좋아 토실토실하니 여간 귀엽지가 않다.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아기를 포근히 감싸 안으니

어느새 잠이 들어간다. 세상에나 이렇게 순한 아기가 또 있을까 싶다.

정심이를 유난히 예뻐했던 아마도 팀장님께서 오셔서 잠들어가는 정심이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정심아 자는거니?"

아기들 목욕시키느라 방이 어수선해도 잠만 잘자는 순둥이 정심이는 어디가도 귀여움은 독차지

할 듯 싶다.

 

목욕을 끝낸 하랑이는 말끔 신사가 되었다.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난 하랑이를 안고 어떤 놀이를 하면 아기가 좋아 할까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뚜렷한 묘안이 떠 오르지 않는다.

아기체육관을 하랑이 앞에 놓고 하랑이 손을 잡고 건반을 톡치자 기다렸다는 듯

동요가 흘러나온다.

잠시 호기심을 보이던 하랑이는 금새 실증을 내면서 딴 짓을 한다.

이건 아니였나보구나 그럼 뭐가 좋을까 다시 아기를 안고 서성이면서 하랑이와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느라 머리속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키가 멀끔하게 크고 잘 생긴 청년들이 두 명이 들어오고 있다.우리 팀 다음에 오는 모델들이다.

여지껏 여자 모델들만 만났었는데 남자 모델은 무척 오랫만에 만나는것 같다.

잘 생긴 형아한테 하랑이를 맡겼다. 아기가 앞을 볼수 있게 아기등을 안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지만 오히려 젊고 패기가 있어 보여 역시 젊은 사람은 많이 다르구나 하는 걸

새삼스럽게 느겼다.

특별하게 놀아주지 않아도 하랑이는 그렇게 안고 있는 형아가 좋은지 마냥 웃으면서 신이났다.

 

더불어 사는 사회와 복지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인가?

2010년 2월에 처음 영아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 할때만해도 40~50명의 영.유아가

사슴방 종달새방 병아리방 기린방 다람쥐방에서 생활하며 소장님을 비롯하여 보육사 선생 21명에  빨래방 아주머니 2분까지 계신 제법 큰 영아원였지만 불과 몇 달만에 2층에 있는 종달새방과

병아리방 기린방은 없어지고 3층에 있는 신생아 사슴방과 다람쥐방만 남게 되었다. 

 

더불어 사는 사회와 복지를 생각해 보게된다.

서울영아일시보호소는 후원금으로 아기들을 돌보는 사회복지단체라고 한다.

순조롭게 운영되었던 영아원이 갑자기 이전까지 결정하게 된 동기가 후원금의 줄어서라고 하니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못하여 할 말은 없지만,

2013년 5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기들 안고 있는 사진이 정문안 창가에 걸리기도 했었고 김혜수를 비롯하여 내노라하는 스타들이 아기들을 안고 있는 사진들이 걸려있어 마치 스타들의 봉사활동 메카같았던 영아원이 어느 날부터 위탁가정을 모집한다는 안내문이 나 붙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아원 자체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영아원의 진상을 파악하여 여론화하는 기자가 아니기에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듯'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지만 이 정도 시설을 갖춘 영아원이 없어지고 이전한다고 하니 섭섭하기는 매 한가지다.

2015.5.2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