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에 실려 온 봄
어쩌면 지친일상이 봄을 기다리던 마음조차 빼앗아갔는지 모른다.
매년 겨우네 학수고대하던 봄을 올해는 기다리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 내 곁에 오고 있는 조짐은 있었다.
늦은 밤 퇴근길 우리동네 시민운동장을 지나칠때면 어김없이 향긋한 꽃내음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윽한 향기에 취해 그 정체를 알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주체할 수 없어 사방을 둘러보아도
가로수 은행나무는 여전히 나목였고, 시민운동장 언덕에는 말라죽은 잎사귀가 처연하게
붙어있는 철쭉나무 울타리가 봄을 잊은채 있을 뿐이다.
어디디서 나는 것일까? 이토록 향긋한 향기의 주범은 무엇일까?
주위를 제아무리 둘러보아도 알 수가 없어 의문의 증폭은 날이 갈 수록 커졌다.
드디어 시민회관 화단에도 시민운동장 언덕에도 목련꽃이 우아한자태를 자랑하며
봄이 왔다고 한다.
꽃샘바람의 시샘에 직격탄을 맞은 목련꽃들이 야윈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위태롭게 흔들린다.
꽃샘바람과 사투하는 그들이 애처롭기만하다. 성질 무쟈게 급한 목련꽃이여!
늦은 밤 퇴근길 여전히 시민운동장 문앞을 지나자 향긋한 꽃향기가 내 영혼을 적신다.
'...아 이 향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그마한 언덕너머에 있는 시민회관 화단에 목련꽃은 거리가 멀어 아닐 것 같고 도대체
이 향기는 어디서 나는 것일까?
구질구질한 지친일상을 일격에 날려버리는 꽃향기의 유혹에 못이겨 내일 출근길에는
기어이 정체를 밝혀보리라 다짐했다.
전혀 생각조차 못했는 데 너무도 고마워 나도 모르게 살며시 속삭였다.
"춘래불사춘이던 내 마음에 그렇게 봄을 유혹하며 행복의 꽃을 피우던 주인공은
바로 너희들였구나."
시민운동장 관람석 위 벚꽃길에는 벚꽃들이 쌀알처럼 자그마한 꽃망울 봉긋봉긋 맺고 있었다.
마치 숨은보석을 발견하듯 소중한 눈길이 멈추어지지가 않는다.
그들의 예쁜짓에 갑자기 재산목록1호 카메라 떠오른다.
'카메라가 없으면 여행이 생생해진다'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 기사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카메라를 찾는 아이러니는 풀리지않는 수수께기같다.
바야흐로 꽃과 함께 찾아 온 봄이기에 우리동네 꽃동네가 과언은 아니다.
개나리가 울타리치며 서부간선도로변을 노오랗게 물들이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차량하게 봄인사를 건넨다.
안양천변을 꽃구름터널로 조성하여 상춘객을 맞이하는 벚꽃들의 향연.
문득...때때로 부는 봄바람에 실려 유일한 취미인 산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관악산
불과 며칠사이 봄꽃들이 허둥지둥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향해 무한질주하던
4월 첫 째주 일요일날은 관악산행겸 봄철의 보양식 주쭈미파티가 있는 날이다.
관악산 중턱에 있는 마당바위까지만 산행을 하고 점심은 천지약수터에서 주꾸미파티를 하기때문에
점심준비가 필요없는 일정은 누워서 떡 먹기보다 더 편하다.
오랫만에 배낭을 매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니 가랑비가 내린다.
"아니...얘네들이 뭔짓을 하는거지"
남부지방에 비가 온다고 하던데 비가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하는
쓸모없는 의심을 하며 기상청 일기예보를 철썩같이 믿고
집으로 올라가 우산 하나 달랑들고 오늘 모임장소인 사당동으로 갔다.
두어 달만에 만나는 산우님들과 반가움에 웃음꽃을 피운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산행을 같이 할 수있는 인연으로 지속되기를 새삼스럽게 다짐하는 순간였다.
나즈막한 언덕배기 아파트촌 뒷편 관악산 들머리에는 개나리와 목련 그리고
벚꽃들이 만발하여 우리를 반기고 있다.
그들의 예쁜짓에 잠시 시선이 멈추어진다.
꽃만큼 사람 마음을 선하게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싶다.
들머리 넓은 공터에서 오늘 오신 산우님들이 둥그렇게모여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바람직이님의 산우님들 인사소개는 베테랑냄새가 물씬풍겨 명품산악회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된다.
비가 와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가볍게 몸을 풀어주며 우산을 쓰고 벚꽃들의 배웅을 받으며
산행을 시작했다.
우산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가 예사 비가 아니라고 위협한다.
기상청의 일기예보 부도는 산우님들께 피해가 막심하여 이구동성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산우님들의 불만에 동요조차없이 무심하게 비는 내리고 있다.
말수적고 말주변 없는 내 말을 잘 들어주어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글님께 말을 건넨다.
"잼난 이야기 할께요. 짝사랑의 장점은요...뜨겁게 좋아할 수도 있지만
언제 그랬냐 싶게 매몰차게 차 버릴 수도 있어요."
"그~쵸"
"예전에 제가 로마사에 빠졌을때는 카르타고의 한니발을 이겼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그의 손자들 그라쿠스 형제들, 율리우스 카이샤르에 매료당해 산행하면서 얼마나 많이 카이샤르 야그를 했어요.
키케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야그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쵸
최근에는 김상근 교수가 주관했던 플라톤 아카데미 시청하고나서 고대 그리스 야그도 많이 했죠.
테미스토클레스,소크라테스의 친구였던 페리클레스
김상근 교수가 쓴 군주의 거울 칼럼을 읽고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 대왕 이야기하면서 리더십 이야기도 참 많이했어요.
근데말예요. 지금은 왜 그런 사람들을 미친듯이 좋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헌신짝처럼 버렸어요.
그렇지만... 제가 어려운 일이 당했을 때 그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거보면
알게 모르게 제 삶속에 그들이 녹아 들었다는거예요"
우리는 혼자 살 수가 없고 그런 위대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느끼고 살아야한다고 생각이 깊어
남의 말에 동감을 잘하시는 이글님께서 맞장구를 쳐주신다.
마른나뭇가지에 빗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앙증맞은 그 모습에 똑 견디려보고 싶은 유혹을 참아내며
그들에게서 시선이 거둘어지지가 않는다.
솔잎에도 빗방울은 촘촘히 박혀 수정처럼 맑은 빛을 냈다.
하고 많은 날 중에 산행하는 날 비가 온다고 방금 전까지 비를 미워했지만
숲속에서 비는 이토록 예쁜짓을 하고 있어 충분히 용서해주며 제법 가파른 언덕배기를
가볍게 올라섰다.
바위가 많은 산으로 그 이름을 날리는 관악산에는 발길이 닿는 곳마다 바위들이 즐비하다.
비는 여전히 내려 우산을 접을 수가 없다.
우중산행에서 바위는 위험천만의 요소가 다분하여 극도로 조심조심 산행을 해야한다고
성질 급해 무식하게 산행을 즐기는 내 마음을 다스려본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한 손에는 스틱을 들고 묘기대행진을 하듯 산행을 하면서
하마바위에 도착하니 뿌연안개성 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민소득 2만8천불시대 도심은 아파트가 대세인가보다.
어디다 눈을 두어도 아파트촌이 즐비하다.
지극히 편리함과 단절의 문화속에 길들여지는 현대인에게 공동체의 역활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하마바위를 지나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마당바위에 도착했다.
앞마당처럼 넓직한 바위에 앉아 쉰명이 넘는 산우님들이 산행을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하산하신 산우님들을 빼고 총 열 다섯분 오늘에 용사(?)들이 오는 비도 개의치않고 인증샷 사진을
찍으며 성취감을 만끽했다.
하산길에 만났던 소나무 숲길에서 조안 바에즈( Joan Baez)의 The River In The Pines
오랫만에 떠 오른다.
조안 바에즈의 청아한 목소리는 솔밭사이 흐르는 강가에 살았던 메리와 챨리의 행복했던
시절만 기억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 언제고 소나무 숲속길을 산행할때면 기억하곤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쏟아지는 빗방울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올해 처음보는 진달래의 고운빛에 흠뻑젖어 나도 모르게 속삭인다.
"진달래가 죽여주는군"
겨우네 메마르고 거친 숲속을 곱게 물들이는 그들에게 누군들 소중하게 여기지 않겠는가!
관악산 진달래
겨우네 메마르고 지친 관악산에도 생기가 도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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