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저지른 실수
가을비가 오랫만에 잠시 다녀가고나니 늦여름 더위는 자취를 감추고 말었다.
갑자기 차거워진 바람을 맞으며 가을이 다 가기전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들지만 모른척 참았다.
깊어가는 가을향기에 젖어 지친일상을 추스릴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우연히
찾아왔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10월 첫 째주 일요일은 지구촌 여행방에서 전북 정읍에 있는
구절초 축제장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가을여행에 동참 할 진실한 친구 카메라를 챙기면서 쓸만한 사진 몇 장이나 건질 수
있을지 심히 의심을 했다. 솔직히.
정읍 구절초 축제장
이른아침 더욱더 높아진 파아른 가을하늘에는 하얀 양털구름이 햇님과 숨밖꼭질하는 것을
먼 발치에서 훔쳐보며 구절초 축제장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몇 달만에 여행 낯익은 님들이 많지않아 이방인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지만
반갑게 맞아주시던 회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고문님과 회원님들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멀미약 부작용으로 구절초 축제장버스가 전라북도 정읍에 올때까지 비몽사몽
잠순이노릇을 톡톡히했다.
금강산도 식구경'이라고 구절초 축제장 가기전에 점심식사를 하면서 뱃속도 든든하게
구절초 축제장버스를 다시 탔다.
전라북도 정읍시 신내면 매죽리에 있는 나즈막한 동산을 구절초 테마공원으로 2006년 조성하여
매년 10월 3일~11일까지 구절초 축제 연다고한다.
가을 가뭄에도 불구하고 개울물이 제법 흘러내리는 개울가 둑길을 승용차 주차장으로 조성하여
둑길 위 아래에는 승용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축제장이라고 쓰고 사람이라고 읽는다는 말이 있듯이 마치 콩나물시루에 콩나물처럼
빈틈없이 주차되어있는 승용차들을 보면서 사람구경하러 온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개울가 다리를 건너자 넓직한 논에 누우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숙이며 가을이라고한다.
토실토실 알토란 같은 그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70m의 폭포수가 시원스럽게 떨어지는 인공폭포로 갔다.
인공폭포로 가는 길 가장자리에는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군무를 추고 있다. 그
들의 가녀린 춤사위가
내 마음에도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이름하여 구절폭포 옆으로 나즈막한 동산에는 산자락부터 고갯마루까지 구절초가 만개하여
새하얀 구절초동산을 수놓았다.그들의 쌉싸름한 깊은 향은 벌과 나비만 부르는게 아니다.
내 마음에도 어느새 파고들어 내 친구 카메라를 집어 넣고 그들과 함께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오래된 연인을 만난듯.
찬바람이 불어야만 피는 국화의 강인한 정신력은 찬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고지며 처절한 생명력으로 중무장하여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하는 상황을 그윽한 향기로 승화하는 그들이 애처로워 무한한 애정공세를 퍼 부었다.
국화과에 속하는 구절초는 야생화라서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다.
구절초
찬바람을 벗삼아 가을을 잉태하던 구절초여!
순산의 기쁨은 매죽리 동산을 온통 꽃물 들었구려.
가여워하지 않으리
그대의 강인한 정신력과 그윽한 향기를.
구절초 꽃잎편지
새하얀 구절초가 꽃밭길을 열어놓은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커다란 소나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소나무 숲속길에 새하얀 구절초가 촘촘히 수를 놓아 소나무와 구절초의 만남은 굳이 사군자를
논하지 않더라도 고품격의 진경산수화를 감상하는 착각에 빠졌다.
옥정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소나무 숲속의 구절초 꽃밭에 서서히 스며드는 신비스런 모습은
나라안에 있는 사진작가들을 불러모으기에 충분한 역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구절초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텐트들이 아가자기하게 쳐 있는 음식장터가 나온다.
간이행사장에서 샀던 입장권 3,000원을 가지고 음식장터에 있는 음료수나 길거리표 간식 혹은
지역 특산물을 살때 2,000원을 할인 받을 수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제활성화는 어쩔 수 없는 필수상황이기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만드는
축제 이벤트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구절초 꽃밭길에는 나무로 만든 12지신도 있어 자신의 나이에 맞는 동물곁에가서 살짝쿵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통나무 울타리에도 빠알간 우체통에도 새하얀 구절초 꽃잎이 찍혀있다.
손편지 써 본지가 언제였던가.
소나무와 구절초가 어울어진 숲속길에서는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어니언스'의 '편지'에서 주는 차거운 손이 아니라 따뜻한 가슴의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내냐고
나 또한 그대처럼 잘 지내고 있다" 고 강인한 정신력과 처절한 생명력을 그윽한 향기로
승화한 구절초처럼.
새하얀 구절초 꽃길을 돌고돌아 전망대로 올라가서 황금빛 벼이삭 사이에 검은색 벼로
그리운 정읍이라고 쓴 유색벼 아트를 잠시 구경하다 내려오면서 소나무 가지를 얼기설기 엮어만든 섶다리를 만났다.
섶다리 아래로 제법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섶다리 없는 시골마을은 드물다. 어린시절 내 고향마을에도 섶다리는 있었다.
형형색색의 코스모스가 군무를 추며 가을을 손짓하는 섶다리 뚝방길 따라 자그마한 아이가
걸어갑니다.
2015.10.4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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