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보살을 만나기위해 그는 해풍이 몰아치는 해안 절벽위에서 간절하게 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왜 관음보살을 만나려 한 것 일까?
불교에 문외한 이기에 관음보살의 심오한 뜻이 관심대상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비' 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무한히 배어 있어 갑자기
마음이 바다처럼 드넓어 졌다. 마치 동해바다처럼.
비를 머금은 하늘이 금방이라도 일을 저지를 듯 위태로워 불안불안한 시선을 멈추지 못하면서
산우님들이 기다리는 사당동으로 갔다.
오랫만에 뵙는 산우님들과 반가움에 안부인사를 나누며 백암산행 버스를 탔다.
차창문으로 무수히 많은 빗방울이 맺히고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늦장마에 게릴라성 폭우 소식을
심각하게 논의하던 산악회 운영진님들은 홍천 백암산행 버스를 강원도 양양 오봉산에 있는 낙산사로 방향을 돌렸다.
개통한지 열 흘이 채 안되는 양양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려간다.
터널을 순례하듯 산허리를 펑 뚫어 놓은 크고작은 터널을 지나 낙산사가 있는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낙산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멀정한 하늘이 우리를 기다린다해도, 습기를 머금은 대지는
한여름 찜통더위다.
허연시멘트 도로변가 소나무 숲이 그 나마 자그마한 위로로 다가온다.
저만치 언덕배기에는 홍예문이 활짝 문을 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종일관 억불정책을 고수하던 조선에서도 세조는 불교에 관심이 있었던지
1467년 낙산사를 다녀갔다고 홍예문에 그 자취를 남겼다.
둥근 아치형 홍예문을 들어가자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맵씨를 자랑하며
우리들을 안내한다.
범종루에는 범종이 '인간의 구제를 책임진다''며 의젓하게 매달려 있어
잠시 시선을 던지며 낙산사의 중심 법당 원통보전으로 갔다.
'자비'의 보살님 관세음보살을 봉안했다고하는 원통보전은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순탄하지 않았던 낙산사의 천년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있는 7층 석탁은 원통보전 앞마당에 있다.
2005년 4월 5일 낙산사가 전소되었어도 살아남았던 7층 석탑이라고 하니 의상대사의 속
깊은 뜻과 억불정책에도 불구하고 3탑을 7층으로 증축했던 세조의 관심이 오늘에 낙산사를 재건하게 된 계기는 아니였을까?
소나무 숲 너머로 언뜻언뜻 바다가 보인다. 동해 바다라고 한다.
왜 그렇게... 낯설게만 느껴지던지.
뉴욕 항 입구에 있는 자유 여신상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석상의 해수관음상.
낙산사는 관음보살의 성지라고한다.
왼손으로 받혀들고 있는 감로수병 때문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해수관음상에 잠시 머물던 발걸음은 보타전으로 향하고, 1991년 새로 지었다는 보타전에 불상들은 금빛 일색이라 화려하지만 토속신앙을 보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보타전 옆에는 지옥의 중생들을 제도 한다는 지장보살님을 모신 전각 지장전도 있다.
절대로 가고 싶지않지만 어쩐지...갈 것같은 지장전을 지나 연잎만 가득한 연못을 만났다.
연꽃이 없어 주객전도된 연못을 뒤로하고 낙산사의 백미라고 하는 의상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쳇말로 금수저였던 신라시대 진골 출신 의상이 호국불교를 역설한건 당연지사라 하겠지만,
자비를 근본으로하는 관음보살을 만나기위해 왜 오봉산 해안 절벽위에서 간절하게 기도을 했을까?
의상대사가 수행했다는 의상대 주위에는 소나무들이 명장의 손길을 거친 듯 빼어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고품격의 예술품을 보고 있는 같아 의상대사의 고민을 순간 잊어 버렸다.
너무 더워서 까무라치기 일보 직전 인지라 의상대 아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한 발자욱도
움직이기가 싫었다.
파아란 바다가 눈 앞에 펼쳐저 있어도 눈에 잘 안들어 오는 건 순전히 찜동 더위 때문였으니....
나라안에서 일출이 최고라고 명성이 자자한 의상대.
언젠가 사진을 본격적으로 촬영하는 날이 온다면 다시 만나게 될거라는 무언의 약속을 하면서
건너편 절벽에 있는 암자에서 어서오라는 유혹에 넘어갔다.
절벽의 계단갈을 따라가면서 암자에 매달린 풍경을 만났다.
후덥지근한 무더위 속에 정오. 낙산사를 찾아 온 신도들과 관람객들의 분주한 발길에
풍경소리가 들리지도 않겠지만, 바람이 한 점 없어 풍경조차 끔쩍도 하지 않는다.
정겨운 풍경소리가 그리워 살짝 건드려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의상대사의 전설이 살아 숨쉬는 홍련암.
암자 안 마루바닥에 있는 자그마한 구멍으로 동해바다의 속살을 훤히 보았다.
마치 의상대사의 속마음을 보는 것처럼.
<낙산사 홈페이지를 참조>
2017.7.9
NaMu
에필로그: 아침가리골 날머리 진동계곡에서 즐겼던 물놀이는 찜통더위를 싹 물러서게 해 주었어요.
특히나 고기를 굽기위해 피웠던 나무 타는 내움은 천진난만 어린시절로 되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벅찬 행복을 느겼답니다.
그런 행복을 안겨주셨던 산방 운영진님들과 산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