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여행기

간월암과 부석사 그리고 꽃지 해수욕장

NaMuRang 2014. 8. 28. 10:06

설레임으로 붉그스름하게 물들어 갑니다.

점차 농도가 진해지며 빨갛게 샛빨갛게 변해가는 수평선 끝자락이 고즈녁하게 내 가슴을 적십니다.

숙성된 와인같은 석양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꽃지 해수욕장.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들이 들려주는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의 전설에 살며시 귀기울이며

할아비바위까지 둘러본다면 인연의 소중함도 새롭게 경험하지 않겠습니까!

 

뒤늦게 찾아 온 여름장마는 시도때도 없이 비를 뿌리며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하더라도

아직은 8월이예요. 실로 오랫만에 여름바다를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합니다.

 

바다 위에 암자 간월암

8월 4째주 일요일은 간월암과 부석사 그리고 꽂지 해수욕장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연일 비소식에 좌불안석였지만 기회는 또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여행을 떠나겠다는 의지만은

확실했습니다.

 

여름날의 소리꾼 매미가 '아직은 여름'이라고 목청 높여 외치는 이른아침.

여름 바다여행을 떠나는 지구촌여행버스가 기다리는 사당동으로 갔습니다.

 

차창너머로 안개비에 젖어 있는 농가의 아침풍경이 가까이 다가왔다 멀리 사라집니다.

누우렇게 익어가는 벼이삭들은 들녁을 황금빛으로 수 놓으며 부리런히 패치워크 만들고 있어요.

영원히 잊지못하는 어린시절 내 고향 모습과 흡사하기에 언제보아도 애틋하기만 합니다.

금문교가 샌프란시스코에만 있는 건 아니라고 서해대교가 위풍당당하게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비 구름 거쳐가는 새해대교를 지나 우리는 바다 위에 암자가 있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간월암에 도착을 했습니다.

 

천만다행 물이 쑤욱빠져 간월암까지 걸어서가는 '간조행운권'에 당첨이 되었답니다.

작은 암자니까요. 사천왕을 대신하여 나무로 만든 목각 부처님과 제자들이 간월암을

찾아 온 우리를 반기고 있습니다.

 

바다위에 있는 암자에서 서해바다를 봤어요.

저 멀리 배들이 지나갑니다. 상선인지 유람선인지 소속조차 알지 못하지만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갑니다. 이따금씩 날아오르는 바다갈매기.

 

'간월암'은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지었다고 합니다.

비를 부르는 습도의 뜨거운 열기가 암자에 자욱하게 내려앉아 한증막처럼 후끈하여도 더위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항이라고 합니다.

 

커다란 파라솔 그늘 속에서 조개와 굴을 파는 노점상 할머니를 만났어요.

무더위에 연신 부채질을 하고 계십니다. 카메라 렌즈의 초점을 할머니께 고정시키니 사진만 찍지 말고 조개도 사라고 하시면서도 부채질 하던 손길을 멈추시고 옷매무새를 고치시며 예쁘게 표정짓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 활짝 웃었답니다.

할머니도 쑥스러운지 웃음보를 터트리시는 화답을 받으며 달음박질쳐 부석사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선종에 충실한 부석사

수덕사의 말사인 부석사는 서산시 부덕면 도비산 자락에 있답니다.

언덕길을 쉬엄쉬엄 올라가자 사자 두 마리가 양 옆에 서 있는 사자문이 나옵니다.

사찰에 사자가 이색적이긴 하지만 베롱나무에 빨알간 백일홍이 별일아니라는 듯 천연덕스럽게 웃음꽃을 피웁니다.

작은 사찰이라서 그럴까요. 사찰의 창건연대와 연혁이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문무왕 17년(677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설과 고려말 충신 유금헌이 나라를 잃은 한을 품고

이곳에 와서 별당을 짓고 글을 읽면서 지내다 죽음을 맞이하자 승려 적감이 별당을 사찰로 바꾸었다는 설 두 가지가 있다는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에 심증이 가는 이유는 극락전 겹처마와 맞배지붕이 고려시대 목축건축양식이라는 것과 강론과 집회를 하는 안양루가 마치 길상사의 대웅전처럼 오래된 별장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때문입니다.

 

비스틈한 언덕에 위태롭게 서 있는 3층 석탑 옆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산신님과 선묘낭자 그리고 용왕님을 모신 삼신각이 기다립니다.

삼신각 옆에는 소원을 타종할 수 있는 소원의 종도 있어요.

진정 내 소원을 무엇일까? 세 번 타종 하기전에 문득 내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청아한 종소리가 산사의 정적을 깨웠습니다.

 

작은 연못가에 코스모스가 부석사에도 가을이 오고 있다고

연못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금붕어에게 속딱거리는 것을 우연히 들었어요.

무성한 나뭇잎 사이에 숨어있는 연분홍 코스모스를 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름이라고 우겼습니다.

 

거창하게 부처님의 불도를 닦는 사찰이라기 보다는 선종의 참뜻을 헤아려 조용하고 한적한 암자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요. 요사이 유행하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찰 건너편에 있는 천수만를 보면서 피로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는 안성맞춤이 부석사 인듯 싶습니다.

 

늦장마를 비켜가지 못한 꽃지 해수욕장.

아...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바닷물속에 잠겨 있어요.

지금은 물이 가장 많이 들어 와있는 고저(639m)라 갯벌 체험은 할 수가 없었답니다.

 

어쩌면 올 여름 마지막 피서가 될지 모르는 피서객들이 꽃지 해수욕장 찾아 행복을

나누고 있습니다.

자갈들이 쌓여 만들어진 자그마한 물웅덩이에서 아이가 자갈을 플라스틱 통에 넣으며 소꼽놀이을 하고 있어요.

지금에 나는 아이가 하는 소꿉놀이가 아무쓸모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하지 않습니다.

천진난만하던 어린시절이 그리움에 원천이 되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친구가 있어요.
나라안에서 해수욕장 모래가 가장 좋다고 하는 바닷가에 살거든요.
가화만사성을 삶에 철학으로 알기에 작은성주에 성주같이 인생살이가 순항선을 탔답니다.

이렇게 여름이 되면 친구를 만나야지 하면서도 한 해 두 해 그렇게 세월만 가고 있어요.

친구야...이 달말이면 정년퇴임하는구나.
친절하고 싹싹하여 장소여하를 불문하고 어디에서든 환영받는 친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지금처럼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필생에 한 번은 꼭 오고 싶었던 꽃지 해수욕장에서 기원하네!

2014.8.24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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