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계방산행

NaMuRang 2012. 2. 15. 10:07

 

추위에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앙큼을 떨었더니
입춘이 지났지만 계절 감각을 잊어버렸다는 듯
동장군은 무심하게 영하 십 몇도로 수은주를 끌어내린다.
한 사나흘 강추위에 시달리고나니 영하 5~6도는 추위도 아니라고 느껴져

나도 모르게 씽긋 미소가 지어진다.

 

'설산(雪山)'이라고 나라안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계방산행이 2월 둘째주 일요일날 있었다.

 

정월 대보름 잔치를 끝낸 보름달도 이제는 반달로 새벽하늘을 밝히는 신 새벽.
바람결은 여전히 차지만 영하 7도 쯤이야 추위도 아니라고 다짐을하며
계방산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발걸음 재촉했다.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산행버스에 올라 한참을 기다리니 한 달여 만에 만나는
산우님들이 올라오신다.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NaMu산행기를 보니 2004년 5월19일이다.
2004년이라...햇 수로 9년로 접어 든다.
그 당시 산행했던 산우님들과 지금도 꾸준히 같이 산행을 하는 산우님은 서 너분에 불과하니

세월의 무상함 만큼이나 인연에 무상함을 새삼 실감한다.물론 낯가림쟁이 NaMu라 하여도.

 

동녁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 오르는 햇님이 '오늘 날씨 맑고 화창함'이라고
차 창문 너머로 수줍게 속삭인다.
잠시 잠깐 그들과 눈 맞춤하며 가슴 가득 행복을 들여 놓았다.

 

산허리를 뻥 뚫어 놓은 터널을 지나기도하고 산 허리를 휘 감아 올라가면서
산부자 동네 강원도 평창군 운두령(雲頭領)에 계방산행 버스가 도착 했을 때는

소문처럼 운무는 넘나들지 않고 아침햇살이 화사하게 미소지으며 우리를 반긴다.

'설산'이라는 소문에 걸 맞게 계방산행을 하기 위해 나라안에서 모여든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에는 감히 들어 갈 생각조차 못하는 산행 버스들이 주차장 갓 길에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미 버스안에서 스팻치를 차고 스틱도 키를 맞춰 놓았지만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아이젠도 차면서
눈 산행 준비를 단단히 한 다음 운두령 나뭇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일방통행 산길은 산행꾼들이 줄을 서서 산행을 하듯 천천히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어 
NaMu같은 초보산행꾼에게는 다른 산우님께 민폐를 끼지지않아
 

이보다 더 좋은 산행은 없다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나목사이로 보이는 파아란 하늘은 톡! 건드리기만해도 파란물이 툭툭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한 시도  그들에게 눈길을 뗄수가 없어 무작정 그들만 쳐다보며 산길을 올라갔다.

 

갈림길에 서 있는 십자로 이정표가 계방산3.6Km라고 한다.
정상까지는 아직도 십여리 남아 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환승역보다도 더 복잡한 이정표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서
같이 산행하는 산우님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다시 산행은 시작되고.

 

어느 산에나 있는 깔닥고개가 80 ~ 90도 경사로 눈 앞에 높다랗게 펼쳐져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온다.
숨이 차 헐덕헐덕거렸지만 무사히 올라 올 수 있었다.1492m봉을 지나다.

 

눈밭에서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고한다.
코펠에 라면과 김치를 넣고 얼끈하게 끓인 김치라면.
정상을 코 앞에 두고 눈 밭에 앉아 점심 식사를 했다.

 

정상 능선길따라 산행꾼들이 '인간띠'를 형성하여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게 보인다.
폭발적인 산행인구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정상으로 올라 갈 수록 자그마한 나무들이 알몸으로 하얀 눈속에서 겨울산을 지키고 있었지만

야광나무의 무수히 많은 잔가지는 꽃인양 화사하여 산행꾼들의 눈길을 끊임없이 받고 있었다.

'인간띠'의 일원이 되어 가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돌탑이 우뚝 서 있는 계방산 정상에 올라갔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과 홍천군 내면에 걸쳐있는 계방산(1577m)은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이미 운두령(1089m)까지 올라와서 산행을 하기 때문에 불과 488m만 올라가면 된다.

 

저 멀리 설악의 대청도 중청도 하얀 눈속에 쌓여 자태를 보였으며


설악의 서북능선까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선명하다.
오대산의 비로봉과 호령봉을 그리고 대관령 선자령의 하얀 풍차까지 볼 수 있으니
어쩌면 사통팔달의 한가운데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올겨울 마지막 눈산행 답게 나라안 산악회에서 온 산꾼들로 정상이 붐벼

맘 놓고 계방산이라고 선명하게 쓰인 자그마한 비석에 손을 얹을 수는 없었다.
비석옆에 있는 돌탑에 손을 얹고 계방산 정상 올라 온 기쁨을 나누며 하산길을 서두른다.


돌탑에 자그마한 돌 하나 얹어 놓고 소원을 빌었으면 하는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눈 산행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상고대라든가 눈꽃은 볼 수 없었어도 많게는 2m까지

쌓여있는 하얀 눈밭.

제 아무리 산행꾼이 인산인해를 이룬다해도 드 넓은 산속에는 인적이 닿지 않아

새하얀 백지를 펼쳐 놓은 것 같은 눈밭이 더 많다.

눈부신 햇살에 은하수를 뿌려 놓은듯 반짝거리는 새하얀 눈밭에 그리움 가득 담은 편지를
쓰고 싶었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단 한자도 쓸 수는 없었다.
그저 하트모양의 그림만 그릴 수 밖에^^ 

 


2012.2.12

NaMu 

에필로그: 하산길 건너편 발왕산에 있던 용평스키장은 산을 굵고 선명하게 가름마를 갈라

놓은 것처럼 보여 스키장이 지역 개발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우리가 과연 이토록 심하게 대 자연을 파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긴했다.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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