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딸의 사부곡 "냄비에 소금하고 뉴슈가를 넣고 15분 정도 끓이면 되더라" 압력밥솥에 찌면 쫄깃쫄깃하니 더 맛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것같은 기억이 떠 올라 "냄비에만 해야 되는건가요?" "아니 냄비 말고 아무데나 시간 만 15분 맞춰서 하면 되지 소금하고 뉴슈가를 넣어서...." 만일에....압력 밥솥에 15분 찌면 죽이 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며 대답은 잘한다 "예" 며칠전 옥수수와 강낭콩,찹쌀 하지감자를 보내주신 아버님은 못 내 딸이 못 믿어우신지 평소의 습관대로 옥수수 찌는 법을 자상하게 가르쳐주신다. 고향집에서 십년 넘게 농사를 지으셨으니 이제는, 틀이 잡히신 농군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버님께서 보내주시는 오곡백과는 실하기만하다. 그렇지만 평생을 애물단지로 살아가는 딸에게는 아버님께서 정성껏 포장해서 보내 주신 선물들이 감사를 생각하기 이전에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물론 시간을 정확하게 15분 맞춰서 옥수수를 찌진 안했어도 소금이나 뉴슈가를 넣지않아도 시중에서 파는 옥수수보다야 훨씬 담백하니 맛도 그만이다. 입이 짧아 뭐든지 먹는게 시원찮은 딸아이에게도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옥수수만큼은 특별한 진미였는지 "엄마 옥수수 맛있어요 외할아버지가 주신거죠?" 기다란 옥수수 한개 거뜬히 먹어치운 아이가 입 맛 다시며 알이 통통히 박인 옥수수를 다시금 집으며 물어본다. "그럼" 자랑스럽게 딸아이에게 대답했다. 먹는 입이 많지 않은 식구에 찹쌀은 작년에 보내 주신 것도 냉장고에 그득한데 찹쌀 두말씩이나 반갑기는 하지만 솔직히 처치곤란이다. 강낭콩과 서리태를 넣고 찹쌀콩설기를 했다. 차지기로야 말하면 찹쌀떡 만 한게 어디 또 있겠는가싶다. 까만 서리태와 빨알간 강낭콩이 촘촘히 박혀있는 찹쌀콩설기 시루떡을 마치 두부처럼 네모 반듯반듯하게 썰어 떡방아간에서 가져 온 걸 냉동실에 넣어놓았다. 밥보다 떡을 더 좋아하는 나는 출근길 하나, 퇴근후 하나, 찹쌀콩설기를 쪄서 밥대신 먹으며 새삼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다. 평생 아버지가 원하시는 모습으로 단 한번도 살아 내지 못하고 애물단지같이 살아가는 딸에게 있어 아버지는. 09.8.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