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옛친구같은 그에게

NaMuRang 2009. 7. 10. 11:20

옛친구같은 그에게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쉼없이 비가 퍼부어대는 날에는
아스팔트 위로 콩 볶듯 톡톡톡
빗방울이 무수히 튀어 올라
소리 또한 제법 소란해요.

 

먹물을 풀어 놓은 것같이
어스름한 시야는
시간 감각조차 마비시키죠.

 

늦은 오후였나봐요.
비가 차츰 잦아 들더니
두툼하게 드리웠던 비구름의 커튼이
젖혀 지고는 맑은 하늘이 보여요.

 

문득 생각합니다.
'아 ~ 오늘밤에는 그를 볼 수 있겠구나.'

 

그제께 밤였던 것같아요.

늦은밤 퇴근길 무심히 차장밖을
바라보는데 그가 있었어요.

주황빛 가로등보다도
더 그 존재가치가 희미하지만
반갑기는 무척이나 반가웠죠.
마치 오랜 옛친구를 만난것 처럼....

 

궂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미 내 마음을 알아 버린 것같은
그를 보는 것 만으로
괜한 설레임였던 걸 속직히 고백해요.

 

늘 바쁜 일상은 그를 까맣게 잊어버려요.

 

어제 밤 자정쯤 였던 것 같아요.
혹시나 싶어 내 창문을 열어보았어요.
역시 내 기대에 져 버리지 않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날 반겨요.

 

숨기고 싶은 맘을 들켜버린 아이처럼
형광등 불빛을 얼른 끄고는
때묻지않은 그의 소박한 빛을
내 가슴에 드리웠어요.

 

마음은 이미
먼 옛날 고향집 초가지붕에
그를 닮은 박을 못내 그리워하며....

09.7.10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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