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책읽기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

NaMuRang 2008. 1. 22. 16:42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가 흔히 애칭으로 부르는 창비(창작과 비평사)과
문지(문학과 지성사)에서 발행하는 책들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거다.
문지(문학과 지성사)에서 발행한
'이청준'님의 '당신의 천국'은
1부 2부 3부로 나뉘어진 422페이지 장편이다.
하나의 사건이나 인물을
복합적인 시선으로 글쓰기 작업하는 것을
격자소설이라고 비평가 김현님은
당신들의 천국을 해설하신다.
이청준님께서 쓰신 당신들이 천국은
다큐멘터리와 느낌이 상당히 흡사했던 것은
지극히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여름 복더위에 시달리던 섬거리가
시원한 바닷바람에 식어가고 있던
8월하순 어느날 저녁 조백헌(趙白憲)대령은
누구나 숨을 거두고 나서 비로서 
말을 시작하는 사자(死者)의 섬 
소록도 병원장으로 부임한다.
병원장 부임하는 날 전례처럼 내려오는
원생들의 섬 탈출사건이
그가 부임하던 날에도 있었다.
여늬 사람에 비해 푸른색 군복이 
시원스럽게 잘 어울렸던 훤출한 키의
현역군의관 조백헌 원장은 
자신을 마중나온 병원직원들조차
못마땅한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임인사조차 아랑곳하지않고
원생들 탈출사건에 매달린다.
보건과장 이상욱의 안내로 
원생들 탈출현장을 찾아가던 조백헌 원장.
작은 사슴의 이름을 가진 소록도(小鹿島)가
조경이 잘 되고 아름다워 
"섬 자체가 마치 공원같다고" 혼자말을 하며
이토록 아름다운 섬에서 탈출하려는 원생들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조백헌 신임원장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될때가 올거라며
이상욱과장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보란듯이 소록도원생들은 조백헌 신임원장에게
두번째 부임 선물을 안겨준다.
섬생활에 애환기를 써서
잡지사나 신문사에 글을 보내며 
끈질기게 섬에서 나갈 희망을 가지고 있던
음성나환자 한민이 약을 먹고 자살하고 만다.
부임날부터 탈출사건과 자살소동은
원장에게 섬에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기회를 준다.
위생복 위생장갑 마스크까지 덮어쓰고
원생들에게 약을 건네줄때 핀셋까지
사용하던 병원 종사자의 종전 모습을 없애고
병원종사자가 기거하던 직원지대와
원생들이 기거하던 병사지대의 
철조망을 제거해 버린다.
또한 직원지대 아이들과 병균이 감염 되지않은
미감아 아동들이 같은 학교에 다닐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일을 벌인다.
마지막으로 병사지대 일곱개 마을에서 
뽑은 대표들로 장로회를 조직한다.
장로회 대표들과의 모임에서
원장은 진정한 낙토를 마련하기 위해
당국의 시책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모든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 해 나가 동환의 이익을 위해
기탄없은 뜻을 개진 해 달라고 
열번을 토하지만 
일곱명의 마을대표들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듯 무관한 얼굴표정과 바윗돌같은
침묵만 있을 뿐이다.
이미 그들은 일제강점기 주정수라는 
원장을 통해 낙원의 꿈을 이룩하고자 했지만
낙원을 만든다는 명분 아래
살인적인 노역과 갖가지 규제를 
주정수 원장이 만든 평의회에서
저질러진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장에 권한으로 행해졌던
비행원생들의 처벌행사권이라던지
병사지대에서 수용되는 모든 물량의
인수 배급등을 맡은 산업부의 관리 자문의
경리장부 감사권을 장로회에 부여하지만
장로들은 적극적인 찬성이나
환영의 빛도 없이 여전히 그저 그런가보다
반응이 없다.
일제 감정기 일본인 주성수 원장시절에도 
처음에는 원생들을 달래고 그들의 환심을 
끌어내기 위해 그런 식으로 일을 했던 
경험을 그들은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백헌 원장은 섬안에 축구팀을
만들자며 기발한 제안을한다.
병으로 인해 손발이 성치 않은 원생들에게
축구는 무리라고 강력히 반대하지만
원장의 집념 하나로 축구팀은 만들어진다.
축구경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섬 전체가 온통 축구 열기에 들떠
섬사람들에게서는 마침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냉랭하게 말이 없던 원장 부임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봄이 되자 원장은 축구팀을 섬 밖으로
끌고 나가 고흥군에서 열린 기념일
경축 군민 체육대회에서 4:2라는
큰 스코어차로 우승을 차지한다.
기대 이상의 만족스런 결과를 얻자
이번에는 광주도내 춘계축구선수권대회에
군대표로 출전하여 우승을 안게된다.
축구팀의 승리는 소록도 5천명의 원생들이
한사람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흥분하며
예전에는 전혀 찾아 볼수 없었던 모습으로
모두가 알수 없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그리고...원장을 믿고 그에게 감사를했다.
자신감을 얻은 조백헌 원장은 원생들
자손을 위해 땅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아래
바다를 막는 간척사업을 발표한다.
원장의 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살기어린 비웃음으로 자리를 일어나는
마을대표 장로들에게 권총까지 빼들며
흥분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간척사업을 밀어붙인다.
원생들을 속이지 않는 단 한사람 
주님 앞에서 선서식을 원하는 
마을대표 장로들의 뜻에 따라 
원장은 자신의 일신을 위하여 사사로운 물 한모금
취하지 않으며 어떠한 공훈이나 명예도 쫒지 않을 것이며 
보답이나 우상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의 목숨같은 권통과 성경책에 손을 언고
신부님 앞에서 선서를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야 있었지만
원생들은 조를 나누어 바다를 막아 
토지를 만드는 간척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제1단계로 착수한 채석과 투석작업은
취소 수심 8M가 넘는 바닷물속으로
장장 5KM 이상 뻗어 나가야하는 
제방 작업에서 산을 헐어 돌을 바닷물에
던져 넣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을
원생들은 자신의 후손들에게 토지를
물려준다는 집념 하나로 매달린다.
인간의 한계에 시험하는 바다와의 싸움에서
바다위로 돌둑이 떠오르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대자연의 노여움은 태풍으로 인해
그토록 애를 태우면 만들어 놓았던 
방둑이 무녀져 내린다.
원생들은 살인적인 절망감을 겪어 내기도 하지만
조원장의 불굴의 투지는 원생들을 다시 
일으켜 끝이 보이지 않는 오마도 간척장 작업을 
임하게 된다.
오마도 바닷물속에 돌을 던져 넣기 시작한지도
세번째 맞이 하는 새해 
오마도 간척사업장을 찾은 실적 평가단과
기술조사단의 방문에 불길한 감 잡은 조원장은
도지사와 장관까지 만나며
완공기간 연기등 저간의 사정을 호소하지만
호의적인 태도와는 상관없이 받아들여 지지않고  
조원장을 마산에 있는 국립요양원으로 발령을 내 버린다.
오마도 사업장을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는 
위험은 조원장의 전임 발령 취소 
서명운동을 원생들이 벌이지만
이상욱 보건과장은 원장의 유임 청원은
섬에 대한 배반행위라며 돌부리 해변가에서
차거운 바닷물을 택해 바다를 건너
육지로 가는 탈출극을 벌인다.
결국 조백헌원장은 자신이 정해진 날짜대로
섬을 떠나는 것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되어가던
3월 초순 어느날.
기나긴 전투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싸움에
종말이 오기도 전에 진지를 떠나게 된 
지휘관처럼 아쉽고 착잡한 감회속에
오마도 일대의 경관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있을때
소록도 섬 5천 원생의 큰어른 황장로가 올라온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도 슬프거나 
무서워할줄 몰랐던 황장로가,
추위에 얼어죽은 땜장이 할아버지의 품에서 
잠을 깨고 나서도 한줌 보리쌀이 남아 있어
즐겁게 다시 피난길을 걸을 수 있었노라던 노인이
문둥병이 몸에 옮은 것을 알고도
별로 대단스레 놀라워 할줄 모르고 지내왔노라던
그 황희백노인이 이제 비로서 원장 앞에서
어린애처럼 스스럼없이 눈물을 흘리며
"문둥이들의 자존심엿던 자유보다도 더 위대하고
 진실된 사랑으로 소록도 섬에 있는 문둥이들
가슴에 조원장이 사랑의 동상으로  남게 되엇다고"
이야기한다.
조원장이 섬을 떠난지도 7년.
원장도 여러번 바뀌었지만 7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오마도 간척지는 아직도 
마무리 지어지지않고 제방 공사만 끝났을뿐
더이상 개간이 진행되지 못하고
3백만평 간척지엔 몇년동안 허연 소금꽃만
피어 있었고 개간지 분배권을 넘겨 받은
군당국이 아직도 땅 주인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산 병원에 원장으로 전임 갔던
조백헌원장은 다시 소록도 섬으로 
돌아가고 싶어 고위층 인사를 접할때마다 
소록도 병원 재임을 희망한다.
하지만 그의 청원이 번번이 묵살 당한건
그렇지않아도 불이 붙어 있는 오마도 간척지
분배 문제에 또하나의 위험스런 불씨를
끌어 들이지 않으려는 속셈엿다면
그건 너무도 당연한 노릇일것이다.
5년여 기다림 끝에 조백헌원장은
사표를 던지고 다시 소록도 섬으로 
돌아 온지도 어연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오마도 간척지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기나긴 싸움만 
계속하고 있엇다.
조백헌 원장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정태기자가 그를 찾아 소록도 섬에 오게된다.
'조원장은 이정태기자를 안내하여
들어 간 병사 첫번째 건물에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심한 경우에는
팔다리까지 떨어져 나간 나이 많은
불구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기동이 자유로운 젊은 원생 몇사람이
불구 환자들의 보호자겸 간호역을 맡고 있었다.
병사마을에서 뜻있는 젊은 원생들이
자진 봉사로 그일을 맡아 나와 있다고했다.
기동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식사나 배변까지도 모두 남의 도움을 받고
있는 형편이라했다.
병사의 다음 건물은 팔 다리 뿐만 아니라
눈이나 귀 코와 같은 중요 감각 기관들이
마비 된 환자들였다.
눈이 성하면 귀가 멀었고 귀가 들리면
눈이나 코를 잃은 환자들이다.
눈이나 코 어느 한편이 남아 있는 쪽으로
모든 지각 활동을 대신하고 있는 사람 들이었다.
젊은 원생들이 불구 환자의 모든 병시중을
들고 있었지만, 그 참상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조원장은 말없이 마지막 병사까지 이정태기자를
안내해 갔다.
이번에는 아예 일그러진 입 하나를
제외 한 모든 감각 기관을 상실한 환자들이다.
네 팔다리와 눈, 코, 귀가 하나도 성해
남아 있지 않는 사람들.
코와 귀와 눈들이 흔적도 없이 짓물러버린,
흡사 옷에 싸인 살덩이 한가지 모습의 환자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지가 오래 되어
입을 열어도 사람의 것이라도 할 수 없는
괴상스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런 특별 병사 환자들의 수를 모두 합하면
3백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하느님을 섬기고 기도 하는 것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하느님의 은총과 위로에
충만해서 그것을 감사하고 있습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진 못하더라도
이 사람들의 기도 만은 하느님께서
그 누구의 기도 보다 즐거이 들어 주시고 계십니다"
조원장의 말에 이정태기자는 한동안 
묵묵히 입을 다문채 병사를 떠나갔다.
저런 모습으로 살아 가면서도 기도와 감사를
지닌 그들을 보고 진실은 보여 줄 수 있을 뿐 
그 자신도 더이상 설명을 덧 붙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천직까지 미련없이 버리고
소록도 섬 나환자 곁으로 다시 돌아 온
조백헌원장의 이상스런 광기의 정체를
이정태기자는 비로소 깊이 이해하는 순간이기도했다.'
<당신들의 천국 P370 ~ P371>
책을 읽은 지가 한달도 넘었지만
가끔씩 끙끙거리며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이상욱 보건과장과 조백헌 원장과의 관계이다.
이상욱 보건과장은 어쩌면 작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마음을 읽기가
왜 그리 어려웠던지.
'선의의 지배자와 피지배자들 사이에
어떤 대등한 상호 지배질서.
한 지배자가 어떤 불변의 절대 상황속에
갇힌 다수의 인간 집단을 얼마나 손쉽게,
그리고 어느 단계까지 저항없이 조작을 
행해 갈수 있는가 하는 슬픈 지배술의 시범을
조백헌 원장은 소록도에서 원생들에게 보였다는거다.
다시 말하면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자가
다 함께 그들을 가두고 있는 울타리에 대한 
깊은 각성에 도달하지 않는 한, 
다스리는 자는 결국 그의 무리를 일방적으로
조작해 나가기 마련이며, 다스림을 당하는 자의
뜻을 재빨리 수락하고 그것에 봉사해나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거다'
쉽게 말을 바꾸면 조백헌 원장님이 문둥이들에게
천국을 만들어 준다는 명분으로 
소록도 섬을 나가기만 하면 육지 사람들의
무서운 복수를 면 할수 없으리라는 협박으로
원생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항변한다.
즉 내일의 꿈 천국의 축복을 미리 가불해주며
가상의 현실을 오늘 당장 그것으로 착각하고
즐기게하여 진짜 현실이 갈등을 잠재워 버리는
말의 요술로 오늘의 삶이란 것이 늘 힘겹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손쉬운 지배술의
하나였다고한다.
조백헌원장은 실제로 소록도병원장을 지낸
조창원님을 모델로 하였다고 이청준님은 
말씀하신다.
다시금 책을 정독하고 정리하며 
얼마나 많이 이청준님께서 조창원원장님을
깊이 존경하고 사랑했는지는
'살아서는 육신의 병을 돌보고 환자가 
죽어서는 그 영혼을 돌보는 사제의 역활을 
감당하셨다'고 서술하시며 
작가 자신이 소설속에서 꿈꿨던 자유와사랑의
성자적 실천자라고 말씀하신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요양원 원장님 글중에
'각기 다른  인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는 이끄는 사람들과 참여하는 사람들...
그리고 끌려가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간다고'하셨다.
어쩌면 조백헌원장님같은분은 이땅에 빛과소금을
역활을 사랑으로 충분히 다하시는 
선한 지배자임에는 틀림없다.
단지 인간이기에 완벽하지는 않다.
부족한 2%를 견제할줄 아는 양심도
우리에게는 필요할뿐이다.
이청준님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으면서
치열한 작가정신도 돋보엿지만
가장 소외되고 등안시하는 나환자촌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글쓰기를 했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같이 느껴져 
누구나 한번쯤 읽으면서 간접경험이라도 
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은 책을 읽은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하게된다.
08.1.2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