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곡산행
나무잎은 자취도 없는 빈 나뭇가지에
노오란 좁쌀을 휘 뿌려 놓은 듯 싶었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
양지바른 화단에 산수유는
어느날 갑자기 봄을 펑튀기하듯
그렇게 찾아왔다.
며칠동안 이런저런 이유들이
뒤엉켜 슬픔의 강가에서 서성이던
마음도 노오란 산수유를 보는 순간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던 연인을
우연히 만난양 겉잡을수 없이 흔들렸다.
한참이나 그들과 눈 맞춤하자
불현듯 망설이고 망설이던 산행을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다.
시산제 산행때 꽃샘추위로 얼어있던
몸은 며칠이 지나도록 해동이 안돼
산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주니 언제나 처럼 몸과마음은
따로 국밥이다.
하지만 어느날 불현듯 내 곁에 찾아 온
노오란 산수유는 마음에게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주고 말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불곡산를 가기위해
이른 아침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회계역 쯤 였으리라.
시멘트 담을 타고 기다란 나뭇가지 쭉쭉
내려와 방울방울 맺혀있는 노오란 개나리는
봄 내음이 물신물신 풍겨
자신도 모르게 싱긋이 미소가 지어졌다.
- 개나리 -
온기도 없는 시멘트 담 벼락에 의지한채
기다란 줄기 척척 내려와
방울방울 맺혀있는 노오란 개나리꽃.
시도때도 없이 불어오는 꽃샘바람의
시샘어린 차거운 시선이 시린듯
긴 줄기 바르르 떤다.
전철 창문안을 기웃하며
방긋 웃는 개나리도
사람의 따사로운 정이 그리운가 보다.
드뎌 전철은 의정부 북부역에 도착했다.
쑥스럼쟁이를 반갑게 맞아 주는
선배 산행꾼님들의 따뜻한 배려에
감사의 파도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가슴 가득 차 올라 출렁거렸다.
문득....고운 맘으로 착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의정부 북부역에서 경기도 양주행
버스를 타고 불곡산 입구에 내렸다.
나무잎 하나 걸치지 못한 채
빈 나뭇가지들만이
커다란 막대를 꽂아 놓은 듯
삐죽삐죽 서 있는 썰렁한 산속에는
따사로운 봄 햇살이 부드럽게
나뭇가지를 애무하며
봄 맞이를 재촉한다.
폭포수마냥 쏟아져 들어오는
봄 햇살에 맘을 맡겨보며 산행은
쉼없이 계속 되었다.
불곡산은 과히 높지도 않아
초보자 산행꾼에게는
안성맞춤인 듯한 산이다.
특히나 제법 많은 암석들은
릿지산행을 즐기는 산행꾼에게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아기자기한 산이다.
소나무들이 제법 우거진 산길을
지날때는 바람에 실려 날아든
쌉쌀한 솔향에 휩싸이자
고품격의 선비라도 된 착각에 빠졌다.
제법 땀이 차 오를 때쯤 되자
상봉에 도착했다.
저멀리 도봉산과 사패산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불곡산을 건너다 보며
산행꾼들에게 눈 인사를 한다.
어디서 날아 왔는지
이름을 알수 없는 새 한마리가
바위 틈에서 종종 걸음질하며
산행꾼들을 구경하고 있다.
조용하기만 한 산속을 찾아온
낯선 이방인들이 그의 눈에는
신기해 보였나보다.
선한 눈 깜박이며 한참이나
서성이는 그를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산행꾼님들이 정성껏 가저온 음식은 펼쳐지고
갑자기 산속이 잔치라도 벌이진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성한 김치찌게 냄새가
군침 돌게 만드는 점심 식사도 끝나고
마지막 코스인 임꺽정봉 정상을
항해 발 걸음을 재촉했다.
왜 하필이면 임꺽정봉이란 표말이
쓰게 되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이
그 진의가 알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으로
답답하긴 했지만 좌로 장흥 가는 길목이
우로는 양주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임꺽정봉.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장흥 가는 길목에는
아파트들이 듬성듬성 서 있어
왠지 도시 형성이 아파트단지와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너른 들판과 아파트단지가 공존하는
산 아래 풍경은 그저 70년도 서울
변두리 같은 느낌이 들어 왠지 어수선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개발을 할수 없는 것인지
개발은 결국 뜨거운 감자에 불과한건 아닌지....
개발이 부는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순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잃어버리고
마는 건 아닐런지.....
우리네 인생 살이가 그렇듯이
한가지를 얻으면 한가지는 잃게
되어 있나보다.
임꺽정봉 내려오는 길목은 꽤나 가파른
암석이 산행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암석타는 릿지산행을
무척이나 선호 하는 편이다.
맘 같아서는 그냥 밧줄 안 잡고
내려 가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휩 싸였지만.....
산행에서의 교만은 최악의 경우
죽음까지 이르기에 선선히 선배
산행꾼님들이 하는 행동을 착실히 따랐다.
산속에 봄이 왔는지 산행을
하면서 많이도 살펴 보았다.
뚜렷하게 이것이다 하고 봄이
왔다는 징조는 볼수가 없었다.
다만 나뭇가지에 뽀족하게 올라와
있는 새순만이 봄이 오고 있음을
넌지시 눈치채게 만들었다.
얼마 만큼 봄이 와 있는가
확인하고픈 강한 호기심에 살며시 새순을
비벼도 보았지만 쌀알 만큼 작은
나무잎이 돌돌 말려 숨어 있었다.
훵한 산속에 종일토록 쏟아져 들어오던
봄 햇살과 유희하며
겨우네 축축하게 젖어있던
내 마음도 뽀송하게 말려
새로운 부활의 사랑를 하고 싶었다.
부활의 사랑
쏟아지는 봄 햇살의 따뜻한 애무속에
죽은 듯 겨울잠에 빠져있던
나뭇가지들이 부활의 새순을
싹 틔우듯,
깊이 잠들어 있던
내 사랑도 흔들어 깨워야겠습니다.
이해 받기 보다는 이해하고
미워하기 보다는 용서하여
상처가 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주어도 주어도 마르지 않는
인정의 샘물을 지녀야겠습니다.
은은한 사람의 향내를 풍겨
지극히 인간적인
뒷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06.3.2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