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치악산행

NaMuRang 2006. 4. 11. 01:48

치악산행

노오란 산수유가 봄소식을 알리는가 싶더니
샛노란개나리, 꽃분홍진달래, 새하얀목련,
연분홍살구꽃 벚꽃까지 화들짝 놀라 서로가
봄소식을 알리려는 듯 달콤한 향내 폴폴 풍기며
봄의 향연에 들어갔다.
그들의 아름다운 자태에 취해 있다보면
불현듯 누군가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고 싶어 가슴 가득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담으며 먼 곳으로 마냥 떠나고싶다.
마땅하게 갈 곳도 없으면서 말이다.
궂이 나를 찾는이 없어도 꼭 가고 싶은 곳 중에
하나였던 치악산.
예나 지금이나 우물안 개구리인 나에게
산행은 지극히 사소한 일상을 탈출 할수있는
절호의 기회다.
난행 처음 가보는 원주 그리고 치악산.
일주일 내내 문득문득 그를 생각할때마다
호기심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비구름이 무겁네 내려 앉은 하늘이
베란다 창가에 비치자 옅은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호기심이 듬뿍 묻어있는 배낭을
재빨리 매고 신새벽 집을 나섰다.
길치 택시기사 덕분에 거금(?)주고 
치악산행 승차장에 도착했다.
늘 그렇지만 마음 따뜻한 선배산행꾼님들의
환대는 산행 하기전에 또다른 행복이다.
산새가 험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기에
산행하기 전부터 은근히 겁을 집어 먹긴
했지만 언제나처럼 처음이 힘들다.
여전히 헐벗은 나무들은 긴 침묵과 사색속에
봄 맞을 준비를 하지만 힘차게 물줄기 내 뿜는
계곡 물소리는 봄이 왔다고 아우성이다.
단지 듬성듬성 노오란꽃 매달고 있는 산수유와
생강나무들만이 산속에도 새봄이 오고 있음을
넌지시 귀띔해준다.
나무잎이 매콤한 고추잎하고 비슷하여 붙여진
고추나무, 생강나무.
나무를 자르면 나무속에 국수같이 
가닥가닥 되어있어 국수나무.
새하얀 꽃이 밤에도 멀리까지 반짝인다하여
야광나무.
아직은 그들이 나무잎을 매달거나 
꽃을 피지않아 육안으로 직접 실감은 나지않았지만
얼마나 정겹고 살뜰한 이름이던지.
목련이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우아한
목련꽃이 함박꽃이란 소박한 우리이름을 
가지고 있을줄이야.
어쩌면 목련꽃은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함박웃음을
짓고 있길래 함박꽃이라 했나보다.
산행꾼님중에는 나무, 야생화,풀들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분들이 있다.
야생화,나무, 풀들에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계신
선배 산행꾼님과 치악산행을 같이 할수 있었다는건
개인적으로 커다란 행운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단지 자상하게 가르쳐주신 나무나 야생화에 대해
기억을 못한다는 한계가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사진을 찍고 그리고 타인에게 전해 준다는
느낌으로 배운다면 잊어버리는 일이 적다는
노하우를 가르쳐주었는데도 말이다.
암튼, 산행을 하면서 산속 풍경을 그저
스치듯 지나치는게 아니고 그 성안에는
어떤것들이 존재 하는지를 마음에
새겨며 음미한다면 산행에 또다른 
재미와 묘미도 가지리라.
정상을 향해 올라 갈수록, 산새는 더욱 험해지면서
계곡물도 여전히 새하얀 얼음으로 마치 목화 솜이불
마냥 두툼하게 덮혀있는 곳도 듬성듬성 있었다.
때론 따뜻한 봄 햇살에 두툼한 목화솜 이불같은 
얼음장이 녹아 방울방울 물방울이 떨어지기도하고,
때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같은 물소리가 
봄이 오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들의 싱그러운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산행은 쉼없이 이어졌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를 쯔음 비로봉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니 보이는 것은 능선과능선이
이어지는 산뿐이라.
참빗을 얼기설기 이어 놓은 것 같은 산등선
너머로 횡성이 아스라이 보이는 것은 
치악산 비로봉이 깊고 높기 때문인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을 첨성대마냥 쌓아놓은 비로봉 정상은
어디 엉덩이 붙일 만한 곳도 마땅치 않은
뽀쪽 바위 뿐이였다.
치악산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가 보고 싶은
산이긴했지만 산이 높고 산새가 험하다는 소문은
산행 하기에 앞서 과연 해 낼수 있을까하는
강한 의구심에 많은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선배 산행꾼님들의 정성어린 관심으로
무사하게 정상에 오를수 있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 커다란 행운였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산행 속도를 조절한 산악대장님의 리더쉽은
누구나 할수 없는 일이기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산길 마치 얼음공주 마음 달래듯이 조심조심
내려왔지만 설 녹은 빙판 산길에서
실수가 많은 나는 엉덩방아를 꿍! 찧고 말었다.
진흙으로 고물 칠한 응덩이 맘씨 무쟈게
좋은 선배산행꾼님의 자상한 배려로 대충
진흙 닦아내며 끝도 보이지 않던 
나무계단을 내려왔다.
치악산 입구에는 야생화들을 심어 놓은
화단이 있었다.
가느다란 긴 목에 노오란 꽃잎 나풀거리던
꽃다지는 자세히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어여쁨을 지나칠수도 있기에 
야생화는 어쩌면 우리에게 무한하게 
열린마음을 요구하는 건 아닐런지.
06.4.9
NaMu
에필로그: 마치 내 모습을 아닐까하는
알수없는 동질감때문에 나무에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계시던 선배 산행꾼님께
특별하게 꼭 집어 여쭤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은사시나무.
목이 긴 사슴처럼 기다란 줄기끝에
매달린 나무잎은 양면이 다른데
한쪽은 은빛이라고 말씀하셨다.
바람이 스치기만해도 무수히 나무잎
흔들리는 은사시나무의 몸짓은 
아무리 퍼내어도 지칠줄 모르는
속절없는 그리움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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