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깊어가는 가을날 수락산행기

NaMuRang 2005. 11. 14. 01:34
 
깊어가는 가을 수락산행기
 
왠지 친숙하여 마치 동네 어디쯤 있음직한 착각이 드는 수락산은 집 가까이에 있는 7호선 지하철 노선의 한 구간이기 때문이다. 장암역에서 시작된 수락산행은 스님의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산 기슭에 울려 퍼져 속세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계곡을 타고 졸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도심에 찌든 마음 한자락을 담아보며 바위돌 징검다리를 건너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산길을 향해 산행은 계속 되었다. 이따금씩 들리는 까치들과 까마귀들의 이야기는 산행꾼의 산행에 정겨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의 촉감은 여전히 차겁고 싸늘하지만 제법 등허리까지 차오른 땀을 충분히 식혀 주기에 싱긋이 미소 지으며 가볍게 그들을 사랑하고 싶어 지는건.....! 알록달록 가을 옷 입고 한 동안 총천연색 가을 패션쇼를 하던 나무잎들은 깊어가는 가을의 대세를 어쩔수 없었는지 몽땅 옷 벗어 던지고는 빈 몸으로 미이라마냥 산중을 지키고 있었다. 산길 수북수북 쌓여있는 낙엽들만이 지난날 화려한 자취를 바스락 바스락거리며 이야기 하곤한다. 건디리기만 해도 바스라질 것같은 그들의 메마르고 건조한 이야기에 살며시 귀기울이며 어드덧 발길은 정상을 항해 가고 있었다. 바위들이 유난히 많은 수락산은 리치산행 하기에 그만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리치 산행을 무척 좋아하는 나에게 물만난 물고기 마냥 좀 더 험한 바위타기를 하고 싶은 강열한 유혹을 물리치기가 만만치 않았다. 뽀족뽀족 솟아오른 뽀쪽 바위들 뿐인 정상에 올라 산아래 의정부 신시가지를 바라보니 보이는 것은 아파트 촌이라. 신시가지라 이름 붙여진 곳은 모두가 아파트 촌으로 구성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며 상막한 회색의 도심가 연상 되었다. 저멀리 초록빛 물결로 구비구비 흐르던 산등성이가 초록빛 물결 자취를 감춰 그들이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빛 날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한동안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다. 단지 눈이 부시도록 고운 가을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생선가시 마냥 앙상한 빈 나무가지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안도의 한숨이 내 쉬어 지는건. 하산길, 크진 않았지만 소나무가 유난히 많은 소나무 숲을 지날때는 쌉살한 솔향이 가을 속으로 깊이 빠져있던 메마르고 건조한 가슴에 풋풋한 사랑으로 동행하였다. 깊어 가는 가을날 수락산행. 부제: 부활의 꿈. 스님의 은은한 목탁 소리가 속세를 잠시 잊게 만들던 수락산행. 한여름의 뜨거운 열정으로 빛나던 아름답던 추억들이 수북수북 산길에 쌓여있는 낙엽위에 자취만 남기고는 가을 속으로 깊숙이 사라지나니. 겨우네. 빈 몸으로 침묵하며 인내하여 새로운 부활의 봄을 꿈꾸리라. 05.11.1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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