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건너편 짜투리 땅에는
탄탄한 철강 쇠막대를 얼기설기 잇고
두툼한 천막까지 얹어
마치 잔치집 분위기를 만들어 ㄴ호고는
목요일마자 알뜰시잔이 열린다.
이름하여 목요장터
바쁠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목요장터 나가 본다는 일도 두어달에
한번 있을둥 말둥이다.
오늘은 큰 맘 먹고 목요장터 맛 보기에 나섰다.
아파트 화단에 있는 숫 닭벼슬보다 더
붉은 빛을 가진 맨드라미에 눈길이
머무는 것은 왕관모양을 한 두툼한
꽃잎이 수더분한 여인네 맘같아 왠지
편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그들과 한동안 눈 맞춤을 하며
목요장터로 발길을 옮겼다.
가을이 주는 기쁨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풍성한 오곡백과의
무르익음이리라.
아직은 가을의 풍요를 느끼기에 이르지만,
그래도 목요장터에는 토실토실하게 여문
알밤이 가을의 풍성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격 또한 천차반별이라.
장터입구 노점상에서는 두댓박에 5,000원이지만,
장터 안에서는 1KG에 5,000원였다.
물론 장터 안 알밤은 어찌나 굵은지 왕 방울 만했다.
사과도 벌써 수확을 시작했는지
빛고운 햇사과들이 시알도 굵어
사과 풍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수박을 배에 다 숨겨 놓은 것같이
볼록한 배가 유난히 눈에 띄는 과일
노점 행상 아저씨의 구수한 너스레는
넉넉한 맘을 엿 보는 것같아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평범한 우리네 민초의 삶에도
선택 받은 소수와 선택에서 제외 된
다수는 있나보다.
천막안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은
시 안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에 한해
시에서 장사를 허락했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렇지만 농사지을 손바닥만한 땅조차
없는 분들은 목요장터 입구에서 노점을
벌이고 계셨다.
묵직한 쪽파 묶음과 수북하게 쌓여있는
풋고추 그리고 산더덕을 곱게 까 놓고
파는 할머님들의 정성은 장을 보러 온
아낙네들 마음을 흔들었나보다.
누가 장꾼이지 누가 손님인지 구분할수
없이 서로가 어울려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사는 그들에게서 진한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
어쩌면 가장 진솔한 우리네 민초들의
삶이기 때문 일것이다.
- 알 밤 -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똑! 터져 포근한 가을 이야기를
쏟아 놓을 것 같은 토실한 알밤이
목요 장터 과일 노점 행상에 첫 선을 보였다.
그들의 가을 이야기가
못내 궁금하여
차마 떨어지지않는 발길 서성이는데
퉁퉁한 뱃살이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는
과일행상 아저씨
두댓박에 오천원 이란다.
포근한 가을 이야기 담은 밤 두댓박
들어있는 새까만 비밀봉지를
빛 고운 가을햇님이 바라보며
환하게 웃음꽃 피우는 건.....!!
05.10.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