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관악산 다시 보기.

NaMuRang 2005. 8. 29. 18:19

관악산 다시보기
일주일 내내 기다렸다. 일요일날 신새벽 하늘을 보니 하늘이 예사롭지가 않다. 비구름인지 안개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게 대지는 뿌엿게흐려있다. 비가 오면 어쩌지하는 조바심은 하늘에서 눈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자그마한 우산을 비롯하여 우중산행 준비 단단히하고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울리는 없었다. 아파트 화단에 보라빛 나팔꽃이 빗물 뚝뚝 떨어 뜨리며 잘 다녀오라는 고개짓 살랑거림에 잠시 잠깐 눈길이 머무니 가벼운 위안이 스치듯 지나친다. 과천 종합 정부청사에서 산악회 식구들을 만나 관악산으로 가는 길목은 전혀 반갑지도 않은 안개비가 우리를 맞았다. 처음에야 우산을 쓰고 산행을 시작했지만 나뭇가지에 걸리는 우산은 걸림돌 일뿐이다. 우산에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 조차도 싫다는 생각이 체념인지 인정인지 알수는 없지만 기왕 오는 비 가볍게 받아들여 즐기자는 생각을 하니 발거움이 한결 가벼워졌다. 초록빛 나뭇잎에 뚝뚝 떨어진 빗방울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방울방울 맺혀있다.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한번쯤 손으로 뚝! 건디려도 보고 싶었지만 생각 뿐 그들이 흩어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산행을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산은 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산행의 묘미는 천차만별이다. 암석이 많은 관악산이고 보니 발로 차이는게 크고 작은 바윗돌이라. 하지만 이번 산행은 비에 젖어 축축한 흙들이 마치 스폰치 케익마냥 부드럽기만하여 비 때문에 조바심치던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부드럽게 변해가는 걸 느낄수가 있었다. 멀리 보이는 관악산 팔봉은 운무가 뿌엿게 덥혀 봉우리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바로 그곳이다. 왕개미 서너마리도 뭐가 그리 바쁜지 부산하게 어디론가 가는 그들의 부지런함에 싱긋 미소를 지으니 더위로 지쳐가던 마음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쌩하고 지나간다. 조정래님께서 쓰신 태백산맥의 소화가 빨치산 정하섭을 위해 오밤중에 지극 정성으로 밥을 지었다는 사리나무가 보라빛 꽃 피운 모습에는 보라빛 사랑의 꽃이 가슴 한가운데 피어나는 것 같았다. 모자 꾹 눌러쓴 도토리가 산길에 이따금씩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 가을은 정녕 오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 산속의 오묘한 풍경들은 더위로 지쳐가는 산행꾼의 마음에 수채화같은 풍경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한참을 더위와 싸워가며 올라가다 보니 암석으로 된 봉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암석으로 된 정상 봉우리에 앉아 초록빛 나무잎들이 구비구비 파도치듯 이어진 산줄기를 바라보며 마치 초록빛 요정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디카를 사정없이 눌러댔다. 산 정상까지 올라 와 비행에 나선 잠자리들을 한참이나 눈여겨 보면서 제네들이 뭐가 못 미더워 이렇게나 높은 산 정상까지 왔는지 알수가 없었다. 때론 가파른 암석으로 깎아 놓은 것같은 봉우리도 지나쳐보고 완만한 봉우리도 지나치면서 8봉을 정복했다. 아직은 왕 초보 산행꾼이기에 정복 자체에 안도감을 내쉬며 다시 하산길로 들어섰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내리막길 산길에는 마치 샘물이 흐르듯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에는 비가 와서 조바심을 쳤지만 오후가 되니 비가 와야만 즐길수 있는 산속 풍경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수가 있어 비가 온 것이 어쩌면 전화위복이 계기가 된 것같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족탕을 난생 처음 해 봤다. 맨발을 맑고 깨끗한 산속 계곡물 속에 담고 있으니 가슴까지 얼얼하게 시원해 지는 것 같았다. 다시 등산화를 신었을때 그 기분이란 어찌나 개운한지 황홀한 느낌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려오다 보니 관악산은 참으로 깊고 매력적인 산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관악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때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기 상황이 찾아 오기도 한다. 자신 혼자만 당하는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은 뚜렷한 대상도 없이 분노의 화살을 날려 보기도 하지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오는 건 절망의 늪.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 들이고 지혜와 타협하다 보면 숲이 깊고 계곡 물 맑은 관악산 같은 매력적인 삶으로 탈바꿈 하리라는 깨달음이 왔다. 05.8.2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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