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계곡. 굵은 빗방울은 아스팔트 차도 위를 통통 튕기며 호우 주의보를 넌지시 귀띔해 준다. 매장 뒷편 자귀나무도 쏟아지는 빗줄기에 흠뻑 젖어있다. 비에 젖은 자귀나무를 우산삼아 나무아래 노랑색 비옷을 입고 무릎을 모로 세운 할머니께서 오늘도 쪼그리고 앉아 노점을 벌이셨다. 푸른 비닐 봉지에는 호박잎이 가지런히 묶여 있고, 또다른 봉지에는 제멋대로 생겨 오히려 싱싱해 보이는 오이가 열댓개 누워있다. 자주빛 고구마 순 껍질 벗겨져 새하얀 속살 보이는 고구마순은 어린시절 고향집에서 먹던 고구마순 김치가 눈에 어른 거렸다. 삶의 고단함에 흠뻑 젖어 있는 할머니가 무심히 고마순 껍질 벗기는 모습을 바라 본다는 것은 슬픔의 계곡 앞을 서성이는 것 같았다. 05.8.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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