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행
불과 며칠사이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 치면서 겨울의 길목을
향해 줄달음질 치고 있다.
마음은 아직도 초가을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데......
보름만에 산행이 있는 주일날 새벽.
깜박 잠들었다 싶은데 일어나 보니
7시라.
7시50분까지 시청앞에서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데 '번개불에 콩튀기듯'이 5분
동안 머리감고 세수하고 대충 챙겨
집에서 나선 시간이 7시20분.
일이 잘 될려니까 빈 택시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택시타면서 시청앞까지 몇분 걸리냐고
운전기사님한테 물어보니 25분 걸린단다.
7시50분까지 시청앞에 도착해야 한다고
하니 택시기사님 "아침부터 그림같이
예쁜아가씨가 머리카락 휘날리도록
달려가야 하겠네요" 혼자 중얼거리듯
이야기해 나이가 내일 모레면 50인데
뭔 아가씨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젖은 머리 말리지도 않고
나왔으니 웃자고 한 소리겠지.
암튼 명성산행이 있다는 공지를 일주일
전부터 보았지만 가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었다.
명성산 억새꽃축제가 있던 10월달에
차멀미로 무지하게 고생했고,
또 산이 까다로운 시어머니마냥 잔돌이
많아 산행하는 맛이 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산행도 얼마남지 않았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명성산행에 따라 나섰다.
서울의 도로변 가로수들은 아직까지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눈에
띄이기에 그저 곱기만했다.
하지만 명성산이 있는 포천쪽으로
산악회버스가 달려가자 나뭇잎하나 걸치지않은
빈나무가 제법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왔을때와 마찮가지로 산정호수의
물은 여전히 누우런흙탕물이라.
마치 오염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물들을
산속에 가두어 놓은 것같은 모습을 보면서
왠지 가슴속 깊숙이 묻혀있는 비양심적인
한 부분이 흉물스럽게 노출된 것 같아
괜히 부끄럽기도하고 화도나고 그랬다.
산정호수를 돌아 신안고개를 시작으로
명성산행은 시작 되었다.
가을햇살 한줌없이 회색빛으로 잔득
흐려있는 늦가을 산행은 난생 처음이다.
나무들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듯
나뭇잎하나 걸치지않았다.
그저 빈가지만이 허공을향해 뻗혀있다.
칙칙늘어진 갈색빛 덩쿨들이 잔나무가지에
척척 엉켜있어 마치 마법사의나라에라도
온 듯 음산하다.
그렇지만 늦가을 산행의 진수는 산자락에
갈색빛 낙엽들이 마치 쌀가루를 흩 뿌려 놓은
것마냥 바위틈 사이사이까지 소복하게
쌓여있는거다.
얼마나 푹신하고 정겨워보이던지.
졸졸졸 소리내며 흐르는 계곡물속에 있는
낙엽을 보며 산길을 한참 따라 올라가니
양옆으로 넓다란 바위사이에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바위를 씻기듯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제법 가쁜숨 실어보내며
산행은 계속 되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둥글고 넓다란
바위, 깍아놓은듯 뽀족한 바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어 산행을 더욱더 힘들게 만들지만
어디에나 낙엽들이 소복소복 쌓여있어
그들을 보는 재미로 산행이 힘들지만은 않았다.
어디에선가 까치 한마리가 날아와
빈가지에 앉아 반가운 손님이라도 맞이하는양
'깍 깍' 거리더니 어디론가 훌쩍 날아간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며
명성산 정상에 오르니 한때 은빛물결 장관을
이루며 나라안 사람들 불러모우던 억새꽃들이
지난날 영광의 자취만을 남긴채 누우렇게
말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명성산의 명성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알수는 없지만 여전히 등산객들의 인파는
끊이질않았다.
마치 등산객들의 알록달록 옷들이 산등성를
메우는 꽃같이 보였다.
나뭇잎들은......
녹색의 짙푸름이 산등성이를 구비구비이으며
짙푸른 청청해역 에메랄드빛 바다를 이루더니,
찬바람이 산속에 찾아오자 그들은 서둘러
자신들만의 색깔로 곱게 단장하고는 환상의
나뭇잎 정원을 만들더니 이제는 늦가을이란
표지팻말을 달고 낙엽이되어 산기슧에 사쁜이
내려앉았다.
산에가면 어디 나뭇잎들만 볼게 있겠는가만은
벌거벗은 산에 옷을 입혀주는게 나뭇잎이다보니
아무래도 나뭇잎에 더 관심이 가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명성산같이 억새꽃밭이 산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이 드물기는하지만, 그래도 나무잎이
없어지고 빈 가지들만이 빼곡히 들어찬 산속을
보니 왠지 메말라 보이기만한다.
산행을 할때는 코스를 어느쪽으로 잡느냐에
따라 산행의 맛이 많이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 명성산행 두번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비록 산새가 험하고 가파라서 산행하기는
힘들어도 그 산의 진수를 느낄수 있다면
산행 코스가 험해도 오히려 산행의 깊은 맛은
더 느끼고 잼있는 산행이 아니겠는가....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와 마찮가지가 아닐까....
자신의 삶의 무게가 무겁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삶에 때 묻지않고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2004년 11월 15일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