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북한산행

NaMuRang 2005. 5. 19. 16:01

 

가을산행

 

10월달은 어쩌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버금가게 볼거리도 풍요로움도
많은 축복 받은 달같다.
하여 마치 마음 넓은 연인이 떠나는양
왠지 모를 아쉬움에 선듯 손 내밀어
뒷자락을 붙잡고 싶은 10월의 마지막날을
맞이했다.

북한산행이 있는날.

이상도 한건 서울근교에 있는 산행을
할때는 많은 기대는 하지 않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할수 있어 좋다.

 

구파발역에 내려 지하철 출입구를 나서니
등산객들이 얼마나 많은지
발 디딜 틈도 없어 이리밀리고,
저리밀리면서 가까스로 산악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등산객이 많아도 많아도 그렇게 많을수
있단 말인가.....?
중장년층 웰빙족이 모두 모여 축제라도
가는 것 같다.

후후후

차도 한옆에는 자가용들이 줄지어 주차해
놓아 교통혼잡이 출근길 러시아워를
방불케했다.

북한산 입구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자니
한나절이 다 지나갈 것같아 걸어가기로
결정을 봤다.
평지에서 걷기야 뭐 식은죽 먹리라
도로변 가로수들이 마치 추석빔을 입은
것마냥 색색이 색동옷 갈아 입고는 지나가는
길손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날아 갈것 같이 상쾌한 기분으로
한시간 넘게 걸었다.

걸어가는 동안 북한산행 버스는 한대도
지나가지 않았으니 걸어가기로 마음을
굳힌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람들이 은행나무들이 황금빛 실크드레스를
걸치고는 간간히 불어대는 바람결에
황금빛 실크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였다.

올 4월초 처음 산행을 시작한 곳이 북한산이니
북한산은 개인적으로 참 인연이 깊다.

산등성이가 점점이 붉은 빛으로 황금빛으로
갈색으로 물들어 있고 새하얀 바위들이
중간중간 절벽을 이루는 북한산을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보며 산행은 시작 되었다.

 

가을이 저물어 가는 날 산속을 가 본적이
있는가....?

어여쁘게 치장하고 한껏 멋을 부리던 나무들은
이미 옷을 다 벗어 버리곤 앙상하게 뼈만
남긴채 겨울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이따금씩
눈에 띄기는 했지만, 산속은 한 폭의 빛고운
풍경화마냥 너무도 아름다웠다.

잡목들의 자그마한 가지는 노오랗게 자주빛으로
샛빨갛게 물들어 산속을 수 놓고 있었다.

초록빛 청춘을 자랑하던 이름도 알수 없는
풀잎들은 하나같이 갈색빛으로 물들어 얼마남지
않는 생을 만끽이라도 하는 것같이 고상한 자태로
고즈녁히 듬성듬성 무리 지어있다.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보는 것같은 호기심과
정복감 때문일까....
절벽 바위타기 리치산행은 할때마다
스릴감에 가슴이 짜릿하다.

4월달 처음 산행때 리치 산행 했던 그 코스 그대로
바위타기를 하면서 같이 산행하는 사람들과
깊은 동지애를 느꼈다.
이끌어주고 잡아주는 손길에서 진정한 인간관계가
깊어지는 것 같다.

 

정상에 오르니 숲속사이로 북한산 계곡이 숨어
있는듯 눈앞에 펼쳐졌다.

저 계곡 물속에서 올 여름 한 밤중에 낯선
여인의 창소리에 맞춰 춤을 추웠던 기억이
너무도 새롭게 떠올랐다.
아마도 평생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기억을 간직한채 아쉬운 마음으로
편편한 바위에 걸터 앉았다.

 

바위틈 사이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분재를 해
놓은 듯 아담하면서도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한참동안 떠돌아다니던
'바위와 소나무의 사랑이야기'란 글이 문득
떠올라 슬쩍 미소가 지어지며 한참이나
소나무에게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다.

 

자리를 털고 얼어나 다시 나무 숲속으로 들어가니
낙엽들이 산길에 소복히 쌓여 걸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마치 낙엽들과
이야기라도 하는 것 처럼 느껴져
그들에게 가을 산속이 환상적으로 아름답다는
무언의 화답을 수시로 하면서
석양빛 붉게 물들은 낙엽의정원을 빠져 나왔다. 

 

2004년 10월31일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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