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영화여행

오펜하이머

NaMuRang 2024. 4. 4. 08:36

만일에 그의 천재성과 탁월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 총알받이 노릇을

기약 없이 했을 것이며 나라는 일제 압박에 거덜 나고 말었을 겁니다.

어쩌면 그는 미국에서만 전쟁 영웅이 아니고

동북아시아 자그마한 약소국 한국에서 조차 나라를 구해주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요?

 

한 편의 소설 같은 인생사를 살다 간  20세 천재 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사는 그를 재조명합니다.

21세기가 배출한 탁월한 감독 크리스퍼 놀란은 자신이 만든 작품 오펜하이머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역을 킬리언 머피가 했는데

피키 블라인더스에서 보여주었던 지극히 멋진 토마스 셸비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불안에 쫓기듯이 시공일관 웃는 모습 한 번 볼 수없었던 연기를 보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문득문득 느끼곤 했습니다.

 

1954년 그의 나이  50살에 인사청문회가 흑백으로 나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비공개 청문회에서 그의 삶이 빠르게 전개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유학시절 그는 실험물리학에 흥미가 없어

우울증에 향수병까지 불러옵니다.

특히나 지도교수 패트릭 블래킷과의 불화는

독일에 닐스보어가 와서 강의를 하는데 혼자만 실험실에 남아

미처 끝나지 못한 실험을 끝내라고 하자 격분하여

모두가 닐스보어의 강의를 들으러 가고 혼자 남게 되자

시안화칼륨을 주사기에 넣어 사과에 주입하여 지도교수 책상에 놓았지만,

차마 제정신을 들어 지도교수를 찾아갔을 때 때마침 와있던

자신이 존경하는 닐스보어가 그 독사과를 들고 있을 줄이야.

벌레 먹은 사과라고 빼앗아버리며 닐스 보어의 호의 어린 시선은

로버트를 독일의 괴팅겐 대학으로 이끌어줍니다.

학창 시절에 장면들은 칼라로 스크린 화면을 물들이고 있어

흑백으로 칼라가 교채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고 있습니다.

 

고국 돌아온 로버트가 임용된 버클리대학에서

양자역학으로 강의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단 한 명의 학생이 강의를 들을 정도로

양자역학에 불모지였지만 갈수록 학생수는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동생이 활동하는 공산당 모임에 자주

참여하여 진 태트록이란 여자 친구가 생깁니다.

남녀 관계라는 것이 그렇지만 항시 마음에 맞는

것도 아니고 이유야 어찌 되었건 진 태트록과

헤어지고 캐서린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1939년 9월 1일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5개월 전부터 독일은 

우란프로젝트로 원자폭탄 만들 계획을 실행합니다.

독일에 맞서 좌익활동 했다는 과거 전력과 상관없어

양자역학의 권위자인 로버트는 레슬리 그로보스 육군대령이 총책임자로 맡고 있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뉴 멕시코 주 사막 로스앨러모스에 원자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연구소가 만들어지고 연구소장이 되어,

1940년 당시 최상위급 물리학자 수학자들을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명분으로 내세워 설득과 회유로 영입하여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 제조에 힘을 기울입니다.

옛 애인 진 태트록과 불륜을 저지르던 로버트는

그녀의 자살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 같아 괴로워하지만,

그의 부인 키티는 "그런 죄를 저질러 놓고 이런 일이 생기니까.

동정이라도 받고 싶어? 정신 똑바로 차려 당신은 이곳의 책임자야"

내조의 끝판왕 자신 부인 키티 말에 수긍을 하고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원자폭탄이 제조가 완성되어 가던 즈음

1945년 4월 30일 히틀러가 자살하고

1945년 5월 8일 제2차 세계대전은 끝이 납니다.

이제 독일에 맞서 만들고자 했던 원자폭탄을 만들 명분이 없어졌지만

1941년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일본과 미국의

태평양 전쟁은 계속하고 있었고 소련이

개입하기 전에 미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천신만고 끝에 1945년 7월 16일 가젯 이름의 내폭형 원자폭탄은

인류 최초 실험에 성공을 합니다.

3년 동안 4,000명의 인원과 20억달러를 투입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며

원자폭탄이 용암처럼 검붉은빛으로 순간 폭발했답니다.

연구소 직원들과 가족들의 환호 속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이 폭탄을 독일에게도 쓰지 못한 게 아쉽다고 연설을 합니다.

 

원자폭탄 실험 성공으로 1945년 8월 6일 리틀보이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에

이틀 뒤인 1945년 8월 9일 팻맨 원자폭탄은 나가사키에 떨어지며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원자탄의 아버지라 불리며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전쟁의 영웅이 된 로버트는 트루먼 대통령과 면담도 가졌습니다.

소련도 핵무기 장착에 노파심을 가지면서도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를 인디언에게 반납(?)하자는

로버트 의견에 트루먼 대통령은 그토록 환대했던

표정을 싹 거두며 굳어지고 말었습니다.

과학자 이전에 인간이기에 어쩌면 주군을 만난 심정으로 로버트는

트루먼 대통령에게 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 저는 제 손에 피가 묻은 것 같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윗주머니에 있는 하얀 손수건을 꺼내 들고 거만하게 흔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폭탄 투하는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누가 투하 명령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총책임자는 당신이 아니고 나다"라고 노기 어려 이야기하며

벌떡 일어나 나가면서 징징거리는 애들은 들이지 말라고 합니다.

물리학 300년 역사가 대량학살 무기 제조라는 닐스 보어의 자조 어린 탄식도 있었지만,

어차피 전쟁은 일어났고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명분 앞에 과연 선택의 여지가 있겠는가?

 

언제나 그렇지만 인류가 역사를 가지게 된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쟁을 할 때는

일시적으로 뭉쳤던 국력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흩어져

어떤 방법이 되었던지간에 싸움질을 하게 됩니다.

전후 냉전시대 미국은 매카시 열풍에 과거 좌익활동을 한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피해 갈 수는 없었습니다.

철저한 우파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과의 갈등과

수소폭탄 제조를 반대했던 괘씸죄는

1954년 4월 비공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미국 전쟁의 영웅은

과거 불륜까지 까발려지는 수모를 겪으며 무참하게 무너 졌습니다.

FBI 후버 국장에 보낸 편지에는 심지어 소련 첩자였다는 

누명까지 쓰며 원자력위원회 자격을 박탈당하고 조국은

전쟁영웅을 그렇게 배신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처참한 환경이 안타까워 차라리 조국을 떠나라고 했지만

자신은 누구보다도 조국을 사랑한다는 그를....

 

물론 그를 옹호하는 물리학자도 적지 않았는데

그는 왜 정치적으로 매장을 당했을까요?

첫 번째는 그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의 애인 진 태트록이 "세상은 똑똑하다고 봐주지 않아" 이렇게 이야기하자 

오펜하이머는 "똑똑하면 모든 게 용서가 돼"

얼마나 발칙하고 거만한 마인드인지...

물론 18살에 하버드대학을 들어가 화학을 전공하면서 3년 만에

수석으로 졸업을 했으며 불어, 독어, 라틴, 그리스어도 능통했고

피카소 그림과 빈센트 반 고흐 그림이 있는 재력가 집안이라서

어려서부터 유복한 가정의 천재라 할지라도

그의 인간성에는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는 사생활에도 문제가 있어진 태트록과 불륜을 저질러서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유부녀 루스톨마와 또 불륜을 저지릅니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에

바위에 쇠사슬 묶인 채 영원히 고문받는다는 그리스로마 신화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낸 건 어쩌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지 모릅니다.

더 이상 희생 없이 어찌 되었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는 미국뿐만 아니라 어부지리로

우리 선조들도 자유를 얻었으니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오펜하이머는 프로메테우스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180분 3시간 상당히 긴 영화 오펜하이머는 인사 청문회에

상당부문을 할애하고 있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올해 53살인 잉글랜드 출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천재 물리학자의 몰락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과언 영화가 감독 예술이구나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수정보다도 더 푸르고 맑은 눈동자가 끊임없이 매력을 풍기는

아일랜드 출신의 킬리언 머피는 놀란 감독이 끔찍이 아끼는

배우답게 과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연기로

오펜하이머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 같습니다.

특히나 마블 영화의 히어로 아이언 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을 맡아 처음에는 오펜하이머를 성심성의껏 예우하지만

오펜하이머에게 모욕을 당하면서 뒤끝이 작렬하여

주도면밀하게 음모를 짜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처절하게 보복을 합니다. 

레슬리 그로브스 장군 역할을 맡은 맷 데이먼은

맨해튼 프로젝트 총책임자로서 오펜하이머와 손발이 척척 맞으며

군장성으로써 카리스마도 멋있게 연기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20세기 천재 물리학자 미국출신 오펜하이머를

영국출신의 감독이 연출하고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가 연기하여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2024년 4월 4일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