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티필름의 작은 위안
혼자 힘으로는 들 수 없을만큼 커다란 화분에
무성하게 자란 스파티필름 이파리가 가득하다.
지난해부터 분갈이를 해야지하면서도 화분의 무게에 질려 엄두를 못내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았다.
그 좁은 땅에서 서로 달라붙어 얼마나 답답할지를
상상해보며 참다참다 못해 기어이 화원에 가서 상의를 했지만,
분갈이 출장 갈 수없고 화분을 가져 오라고한다.
쌀 한가마니 무게는 족히 되는 화분을 무슨 재주로 화원까지.
뭐든 손만 댓다하면 죽이는 재주밖에 없는 내 주제를 너무도 잘 알기에 마당발 친구를 불렸다.
친구는 우선 스파티필름 이파리를 사방팔방으로 미련없이 떼어내더니
스피티필름 줄기를 잡아 화분에서 꺼내놓았다.
마치 석달 열흘 안 감은 머리처럼 굵은뿌리 잔뿌리가 뒤엉키고 뭉쳐있다.
친구는 뒤엉킨 뿌리도 이것저것 볼거없이 싹둑싹둑잘라버리더니 꽁지만 달랑 남겼다.
그리곤 화분에 흙을 삽으로 반쯤 퍼내더니 잘 다듬어놓은 열무같은
스피티필름을 화분 주위에 둥그렇게 심고는 화원에서 사다놓은 분갈이용 흙으로 교채했다.
마당발 친구는 화분에 물을 둠뿍주고는 분갈이하고 반 쯤 남은 스피티필름을 가지고 갔다.
벼르고 별러 분갈이한 스파티필름이 곧 죽을 것처럼 시름시름 앓고있다.
'어쩌자는 건지'
그들과 마주칠때마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곤 했다.
보름 쯤을 앓더니 뭔가 지들도 생각이 있는지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특별하게 해 준게 없어도 잘 살아준 그들이 고마워 울컥했다
무사히 살아 있기만을 노심초사 했던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느 순간 부터 꽃을 은근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림은 시간이 갈 수록 깊어지고....
기다림에 지쳐 언제 꽃이 피었나 블로그를 뒤져 보았더니
스피티필름의 사랑은 2009년 6월에도 있었다.
기다림...조바심 그리고 체념을 반복하며 바쁜 일상으로 돌아 온 어느 날
혹시나하고 이파리 무성한 화분을 들여다 보았다.
새하얀 꽃잎들이 자그만히 다섯 개를 발견한 순간
놀라움이란.
그들은 그렇게 희열을 가득 실고 내 곁을 찾아왔다.
아침 문안인사로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특기를
가진 그들이 기특하여 세상을 다 가진듯 의기양양했다. 한동안은...
하루가 멀다하고 콩나물 자라듯 쑥쑥 자라던 줄기에는 새하얀 꽃들이 만개하여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듯 허공을 향해 무언의 몸짓을 한다.
쓸쓸함과 우아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그들의 몸짓에
왠지 모를 허전함으로 휘청거리는 마음을 외면하기가 차마 애처러워서....
2022.7.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