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눈꽃과 신기루

NaMuRang 2014. 2. 9. 10:58

겨우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나뭇가지 위에 새하얀 눈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먼 발치에서 그들을 보는 순간 아름다움에 반하여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도심의 생활이라는게 눈이 오고 났을 때의 불편함은 끔직합니다.

익숙지 않은 불편함에 길들여지지 않아 언제라고 꼭 집을 수는 없지만

눈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눈이 오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는 데 기다리지도 않는 눈이 오더니

그들은 그렇게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합니다.

 

점점 더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새 하얀 눈꽃을 필설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어

마치 잊혀진 연인처럼 한 동안 잊고 있었던 애장품 카메라를 찾아 밧데리를 충전하며

풍선처럼 부픈 가슴을 안고 밤자리에 들었습니다.

 

햇살이 스며드는 이른아침 부지런히 카메라를 들고 간밤에 보았던 눈꽃을 찾아 나섰지만,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신.기.루.처럼.

2014.2.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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