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가 대모험을 시도하기 위해 할아버지를 만나 경비를 조달하고 여행사에 문의하며
몇 날 며칠을 세심하게 챙기면서 노심초사 하는 건 지극히 당연했다.
호주로 수학 여행을 가지 못한 아키를 위해 사쿠는 신혼여행을 약속했지만,
그들이 신혼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큰 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키는 이미 항암제 부작용으로 손과 발은 부종이 심하고 몸에는 붉은 색 반점과
머리 카락조차 다 빠졌다.그런 아키를 위해 사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호주로 데려가는
대모험을 단행 하는 것 뿐이였다.
"내가 살아가는 것에 동기 부여를 해 주는 사람"이 사쿠에게는 아키였기에!
우연히 책 한 권을 주웠다.
(이 책을 주은 건 순전히 손 바닥 만한 크기에 232쪽 밖에 되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것 같기 때문에) 사무실 이전 하면서 버리는 책을 주은 건 작년 11월 말 쯤 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어 거들 떠 볼 엄두조차 내지 못 하다가 새해 첫 날 큰맘 먹고 보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제목이 상당히 달콤하다.'카타야마 쿄이치'라고 일본 작가가 쓴 작품인데 안중식씨의 번역이 상당히 깔끔하게 잘 되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불량 이웃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는 치유 할 방법이 없어 외면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수용해야 하는게 일본이라고 한다.
1959년 생인 '카타야마 쿄이치'는 1986년 그의 나이 스물 일곱 쯤 신인상을 받으며 일본 문학계에 등단했다고 한다.그리고 그의 나이 마흔 다섯에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 였다고 하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몰랐지만 책을 다 읽고 나사 작가 프로필을 보고나니 아 그래서 그랬구나...작가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건 지극히 어른스러웠던 사쿠의 행동 들이다.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를 찾아가 말동무하며 할아버지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모습들.
중년이 된 작가가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이루어지지 못한 첫 사랑을 꺼내 놓은 듯 싶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불가항력의 병마와 싸우고 있을 때 느낌은 어떤 것일까?
아키가 항암제 투여로 힘들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펐으면하고 애처러워하던 사쿠!
열 다섯 살 사쿠(마츠모토 사쿠타로)와 아키(히로세 하쿠아키)는 중학교2학년 같은 반이다.
같은 반 친구 오오키가 다리 부상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해 그들은 반을 대표하는 학급위원으로 오오키 병문안을 다녀오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그 전까지는 얼굴 조차 몰랐었지만.
학기 있었던 학교 문화제에서는 학급을 대표하여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 사쿠와 아키는 남 여 주인공으로 연기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다. 아키를 좋아하는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의 질투로 인해 싸움질도 하면서.
물론 사쿠 또한 아키가 배구부 꽃미남과 사귄다는 뜬 소문에 가벼운 질투를 느끼기도 하고.
사쿠와 아키는 중3때는 같은 반은 아니였지만 각 반 학급위원으로 1주일에 한 번 정도 얼굴을 마주치다가 여름 방학 때 사쿠가 아르바이트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서 만남은 이어지고 아키의 일방적은 제안이긴 했지만, 서로가 비밀노트를 교환하면서 우정은 깊어간다.
중학교3학년 크리스마스 즈음 아키 담임선생님께서 암으로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조사를 읽던 아키의 모습에서 사쿠는 이성으로써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마치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내 던져 두었던 돌멩이가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하니 돌연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여 급우들이 자산에게 살짝 비치던 질투를 이제는 이해하면서 아무런 고통없이 아키와 함께 하는 행운을 누려 온 자산에게 조차 가슴 속 깊이 시큼해질 정도로 질투를 느꼈다"고 끓어 오르는 사랑에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1학년 사쿠와 아키는 같은반이 되어 반 친구들이 질투도 없이 학교 선생님들의 호의속에 언제나 처럼 책상을 붙이고 곁에 앉았다.
혼자사시는 할아버지를 가끔 찾아 뵙는 사쿠는 할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게된다.
할아버지가 열 여덟살때 결핵을 아는 처녀를 좋아했는 데 할아버지는 전쟁터에 끌려가야했고,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 왔지만 전쟁의 페허 속에 가진 것 없던 할아버지는 도쿄에서 돈 벌이를 하는 사이 스트렙토마이신으로 병을 고친 처녀는 부모님의 설득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교사와 결혼했다는 지금 까지 묻어 두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신다. 할아버지와 사쿠는 맥주에서 와인으로 술잔은 거듭되고.
지금은 죽고 없는 할아버지의 첫 사랑 그녀의 무덤에서 뼈를 가져 와 자신이 죽었을 때 같이 묻어 줄 수 있겠냐고 사쿠에게 제안한다. 그러면 자신은 저 세상에 가서 그녀와 함께 살 수 있다고 믿고 계신 할아버지의 막무가내 사랑에 고민하던 사쿠는 수업시간에 아키에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게된다.
물론 지금 할머니는 돌아 가셨고, 할아버지의 첫 사랑 그녀도 돌아가셨지만 스무 살 즈음 사랑했던 사랑이 칠십이 되어서도 가능할지 사쿠는 심히 의심을 한다.
"특히나 살아 계셨다면 호텔 정도에 가는 '불륜'은 아니였을까"하고 아키에게 물어본다.
"오십 년이 넘도록 한 사람을 사랑했다면 그것은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는 두 분만의 '순수한 사랑'이라고 아키는 장담을 한다. 수업 시간에 할아버지 첫 사랑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져 복도에까지 쫓겨나는 벌을 받지만 천국과 신까지 발전을 거듭하는 그들의 토론은 복도에서도 멈추지않아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께 된통 혼난다.
아키 말에 용기를 얻은 사쿠는 결국 할아버지께서 첫 사랑 여인의 묘지에서 뼈를 훔치는 일에 동참하게된다.
그리고 사쿠는 할아버지의 지고지순한 첫 사랑의 정표인 할아버지 첫 사랑 여인의 뼈를 아키에게 보여주며 그들은 난생 처음 입맞춤을 한다. 아키의 입술에서는 낙엽 냄새가 나고...아니 산사 정원에서 태우던 낙엽 타는 냄새라고 한다.
열 여섯 밖에 안 된 그들이지만 반 올림하여 스무 살이라고 우기며 빨리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쿠와 아키는 동물원 구경을 간다. 저지 고릴라 우리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고 그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였고 학생들 답게 시험 걱정도 잊지 않는다.
동물원에서 돌아 오는 길에 호텔 문턱까지 사쿠는 아키를 데려 갔지만 자동 동전 교환기에 돈을 넣으려는 순간 아키는 말한다. "나 싫어" "이런 곳 좋지 않아"
뒷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던 손을 빼어 자신의 엉덩이를 툭툭치며 사쿠 또한.
"아...역시 좀 그렇지" "나가자"
여름 방학이 되고 사쿠는 여전히 동물원 갔을 때 호텔 문턱에서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일'을 원통해 하면서 진을 빠져버린 나날을 보낸다. 마치 "인간이 아직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였을 무렵, 나 처럼 마음 약한 수컷은 분명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어 갔음에 틀림없다"고 자책하면서.
여름방학도 절반 정도 지나가 던 어느날 수영장에서 만남 오오키는 자신이 속한 유도부 선배가 아키를 노리고 있다고 사쿠 가슴에 염장질을 하면서 아키와 새로운 관계 개선을 위해 오오키 자신이 나서 주겠다고 한다.
진주 양식장을 하는 오오키네 집 해변 앞 바다에는 유메시아라는 작은 섬이 종합레저시설을 만들다가 부도를 맞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호텔도 있고 해수욕장도 있다고 사쿠를 꼬드긴다.
사쿠는 아키를 만나 오오키 집 근처 캠프장에 오오키 여자 친구랑 놀러가지고 제안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키는 사쿠의 제안에 덥석 동의하고, 그렇게 그들은 오오키 캠프장 아니 오오키네 진주 양식장해변으로 갔고, 오오키 여자 친구는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못 오게 되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철석같이 믿는 아키를 데리고 오오키네 모터보트를 타고 유메시아 섬으로 갔다.
바닷가 휴양지 시설은 어느 것 하나 성한 것 없이 파손되어 쓸모가 없었지만, 그래도 사쿠와 아키는 샤워장 뒤에서 차례대로 옷을 갈아 입고 바닷물에서 수용을 즐긴다.
선창에 있던 오오키는 미리 쓴 각본대로 어머니가 급히 아프셔서 잠시 집에 갔다 오겠다고 떠나고 페허가 된 휴양지에서 둘 만 남게 된 사쿠와 아키.
'지금 이 섬에 자신과 아키 밖에 없다는 눈부신 현실이 가슴을 때린다'고 생각하는 사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의 크기에 현기증을 느껴 도시락 맛 조차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사쿠는
순간 이리도 될 수 있고 양도 될 수 있으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까지 자신의 인격 영역이 무한히
넓어져 있다는 데 일종의 두려움마져 느낀다.
자신의 인격이 무한하게 넓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 중 선택은 하나이며 나머지는 모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키가 보는 것은 무한한 가능성 중에 하나 이기에 처음에 가졌던 욕망은 차츰 사라지고, 기묘한 책임감이 생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히려 아키에게 거짓말한게 들통 날까봐 그녀와 육체 관게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과 함게 자신의 모든 계획이 유치하고 우습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 호주로 가는 수학여행에는 아키가 아퍼서 갈 수 없었다.
'재생 불량성 빈혈'정도로 알고 있었던 아키의 병은 백혈성이라는 것을 아키만 모르고
모두가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병문안을 가는 사쿠.
항암제 투여 부작용으로 아키의 머리가 서서히 빠져가는 것도 지켜보았고
구열질 때문에 음식 냄새는 물론 배식차 바퀴소리조차 두려워하는 것을 보게된다.
"대신 아파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쿠의 말에
"실제로 이 괴로움을 체험하면 그런 말 할 수 없을거야"
아키는 말한다.
방 안의 공기에 쩍하고 금이 간 것 같았다.
"미안해" 아키는 의기 소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 병이 낫지 않는 게 아니라 병 때문에
성격이 나빠져버리는 걸지도 몰라 지금까지의 내가 아니어서 사쿠에게 미음을 사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키를 위해 사쿠는 대모험을 강행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
병세가 더 악화 되기전에....!
1장에서 5장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아키의 죽음을 받아 들일 수 없는 사쿠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된다.
그리고...아키는 풀잎의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을 발하다가 사쿠의 가슴에 영원히 스며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누루고 '카타야마 코이치'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일본 소설 부문에서 최고 발행부수 1위라는 기록이 쓰여 있는 문구도 보았다.
개인적으로 현대 일본 작가 소설 두 작품 모두 읽었다.
어쩌면 전후 일본 작가들 소설 맥을 잠시 맛 보았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아무튼 상실의 시대에서의 나오코와 와타나베도 사랑에서도 그렇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의 아키와 사쿠의 사랑에서도 그렇고 사랑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생각이 깊은 한 사나이 가슴속에 지울 수없는 영원한 사랑을 남겼다는데는 두 작품이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014.1.5
NaMu
'NaMuRang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 (0) | 2022.12.05 |
---|---|
소설 초한지 -정 비석- (0) | 2015.09.16 |
문명교류기행 - 정 수 일- (0) | 2012.12.12 |
링컨 당신을 존경합니다 -데일 카네기- (0) | 2012.09.17 |
율리아누스-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중- (0) | 2012.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