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에 사치를 누리는 이유
햇살 가득 쏟아지는 창문 틀 사이에는 엊 그제 주워 다 놓은 샛빨간 동백꽃이 활짝 웃고 있다.
물론 햇살은 일년 사계절 내 곁을 찾아 들고 있지만 침대에 누워 한가롭게 사치를 누리며
창문 틀에 있는 '동백꽃 사연'에 귀 기울려 보는 것 또한 그 얼마만인지!
2007년 벌써 6년전 이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 계단식 복도에는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소속감마저 불안정하게 나뭇잎 대 여섯개 매달려 있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쉽상인 화분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나뭇가지 주변에는 둥그렇게 나뭇가지를 꽂아 나뭇가지 울타리를 만들고
박스 묶는 빨간줄로 울타리 줄까지 쳐 놓았던 주인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엄동설한을
무사히 견뎌내고 봄이 오는 길목에는 빨갛게 동백꽃이 피곤한다.
지난 6년 동안 그들은 내 가슴에 봄을 잉태하는 사건을 저질렸다.
해마다 경험하는 사건이지만 나무가 자라는 건 눈여겨 보질 않았다.솔직히.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오는 길목 12월 초쯤 계단 복도에 나와 있던 화분에는
나뭇잎이 하도 무성하여 '도대채 왜 저렇게 나뭇잎이 무성 해 졌지' 출퇴근길 계단을 오르내리며
숫 많은 여인네가 함부로 머리채를 풀어 놓은 것 같은 나뭇잎을 보며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동장군의 위력에 맥을 못추며 출근하던 겨울 어느날 아침 문득 깨달았다.
'아...나무가 자랐구나!'
올겨울 유난히도 추워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꽃봉오리가 보이기 시작 한 것은 예전에 비해 늦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급한 성질 참지 못하고 겉껍질 벗어 버린 꽃 봉오리들은 자주빛으로 점점 더 그 빛이 진해지더니 꽃을 피기도 전에 얼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쓰라린 경험도 했다.
겨을의 텃세에도 자연법칙에 충실했던 동백꽃의 매력
제 아무리 겨울이 텃세를 부린다하더라도 계절의 대세는 거스릴 수가 없다는 대자연법칙을 알고나 있는지 봄은 어느 사이 성큼 내 곁에 다가왔다. 샛빨간 동백꽃과 함께.
계단식 복도 난간에 있는 화분에는 나뭇가지마다 빨간 동백꽃이 피어나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며 봄이 오는 길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겨우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엄동설한과 매일매일 아슬한 승부수를 두고 꽃샘추위의 매몰찬 시선조차 꼿꼿이 비켜가면서 이른 봄 소식을 알려주는 동백꽃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밖에...!
동백꽃이 샛빨갛게 피어 무한한 매력을 발산한지도 벌써 스무날이 넘었지만 오늘에야 비로서 제 정신이 들어 재산 목록 1호 애장품 카메라를 들고 꽃 봉오리 톡 터트려 아직은 하얀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샛빨간 꽃잎에 렌즈에 촛점을 맞춰본다.
때로는 솜털이 뽀송뽀송 올라와 자주빛으로 얼어죽은 꽃 봉오리 위에도
불꽃같은 정열을 감당하지 못해 샛빨갛게 타 올라 새하얀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준 동백꽃이 렌즈 속으로 들어온다.
동백나무 화분 아래 뚝 뚝 떨어진 동백꽃을 불안한 마음으로 주워들었다.
내 가슴에 잉태한 봄이 왠지 사산 될 것같은 예감은 어쩔수가 없다. 언제나 처럼
2013.3.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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