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계룡산행

NaMuRang 2012. 6. 13. 10:07

 

자즈러지는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 창문부터 열어봤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하늘.
"비는 오지 않겠구나"자신있게 혼자말을 하며 배낭속에 있던 우산을 미련없이 뺏다.

가득히나 손바닥만한 여름배낭에서 우산을 빼고나니 앓던 이빨이 빠진 것만큼 시원하다.
아직은 초여름이라고 하지만 산행을 하다보면 더위는 한여름 산행 못지 않기에
최대한 가볍게 산행 준비를 하게된다.

 

오늘은 경상도와 전라도에 계신 산우님들과 함께 전국 합동산행으로 충청도 계룡산행을

하는 날이다.
인연...
인연을 생각해본다.
성도 몰라요 이름도 모르지만 '산행'이라는 건강한 인연이 있기에
꼭두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산행준비를 서둘렀는지도 모른다.

 

사당역에서 산우님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계룡산행버스를 탔다.

물이 찰랑거리는 논에는 모내기를 끝낸 모들이 연병장에 병사들처럼

황금들녁을 약속이나 하듯 질서 정연하게 서 있는 그들이 대견하여 흐믓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산에 나무들이 허연 국수가닥을 뒤집에 쓰고 있다.
'저게 뭘까...쟤네들이 왜 저러는거지'
차 창문너머를 뚫어져라 쳐다 봤다...아~하 범인은 밤꽃였다.
초록빛 나뭇잎위에 척척 걸쳐져 있는 밤꽃은 아무리 예쁘게 봐주고 싶어도 봐 줄수가 없다.
나무잎이 얼마나 무거울까하는 안쓰러움에 '꽃'이라는 이름 조차 부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밤꽃.
밤의 주산지 공주에는 산이 온통 밤꽃 뿐이다.

 

계룡산행버스가 충남 공주에 있는 천정골 탐방 안내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호남산악회(전라남북도)와 부경(경상남북도)산악회 산우님들을 기다렸다.
물론 낯 익은 산우님들은 두 서너명에 불과 하더라도 동시대에 태어나 정신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친구가 될수 있다.

넓은 주차장에서 산우님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가볍게 체조도 하면서 산행 준비를 했다.

 

날이 갈수록 더위로 중무장하는 땡볕은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초록빛 나뭇잎은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도 잔잔하게 흔들리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그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숲속으로 들어섰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숲속은 덥기가 찜통속을 헤메는것 같지만 경사가 완만한 산행이다보니
그나마 천만다행 힘들지않게 산행을 할 수 가 있다.

저만치 하얀나비 한 마리 나풀나풀거리며 날아간다.
'나비다!' 문득 생각해본다.
'올해 나비를 봤던가....'본 기억이 없다.
아 그렇구나...춤을 추듯 나풀나풀 거리며 날아가는 나비 뒷 꽁무니에 인사를 한다.
'반갑다 나비야 우리같이 산행 하지 않을래......'

 

청산유수같은 글솜씨와 입담 덕분에 신개념의 변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부산에 계신 산우님(웅아범님)을 3년만에 만났다.
무속신앙에서부터 시작하여 각종 종교의 수도장였던 숲속에서 종교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수렵시대부터 펼쳐보이셨다.
수렵시대에는 약자의 방위수단으로 종교가 생겨나셨다는 말씀의 요지를 들으면서
'아...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이비교주의 강림같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여름산행의 가장 큰 난관은 계곡산행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 덥고
능선산행은 더위로 중무장하고 덤비는 땡볕때문에 덥다.

 

땀으로 범벅을 하면서 큰배제에 올라섰다.
부채질 신나게하며 산우님들을 기다렸다.
비오듯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우님들이 올라오신다.
전국 합동 산행이기에 처음 보는 산우님들이 더 많지만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처럼
만면에 웃음꽃을 피으며 즐거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산행을 주관하는 우리산악회(서울)가 선두팀이다.
후미팀과의 시간 조절이 끝나셨는지 총대장님께서 다시 산행을 시작하신다.

 

조금씩 가파르게 올라가는 산길에서 하얀나비를 또 만났다.
아까 참에 보았던 그 나비일까하고 눈여겨 보았지만 그 나비가 그 나비같으니
알수는 없었지만 나비가 이렇게 높은데까지 올라 온다는게 신기했다.
오늘은 나비도 산행을 하는 날인가...앞장서서 나풀거리며 날아가는 나비를 친구삼아
쉬엄쉬엄 고개길을 올라섰다.남매고개(590Km)라고 한다.

 

남매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고 했으니 이제는 산행은 거의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토굴을 파고 수도를 하던 스님께서 목에 걸린 가시를 빼준 호랑이가 은공를 갚기위해
혼인을 치를 고운처자를 업어다 주었지만 불심깊은 수도승은 처녀와 부부의 인연을 맺지않고
비구와 비구니로 불도에 심혈을 기울이다 한날 한시에 열반에 드니 두 스님의 사리를 모시는 탑이


'남매탑'(5층과 7층)이라고 한다.

 

이 남매탑 전설을 읽으면서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한참이나 기억을 더듬었다.

'최명희'씨의 '혼불' 9권에서 강호가 호성암에 들렸을때 호성암의 전설 도입 부분 모티브가 너무도 흡사했다.
왜 최명희씨는 자신의 소설에서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설을 사용했을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예술혼의 작가라고 첫 손가락 뽑았던 마음을 접게 만들었던 남매탑.

 

해우소(화장실)를 가는 암자 암마당에는 이름을 알수 없지만 나방같이 생긴 검정나비가

수 백마리 날아다녔다.
너무나 많은 숫자에 놀라 갑자기 재앙같은 두려움을 떨쳐버릴수가 없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과한것 모자란것 보다 못한가보다.

 

초파일 축제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연등에 청사초롱까지 있는 남매탑.

나무 그늘이 두껍게 드리워진 나무의자에 앉아 나무식탁에서 산우님들이 정성껏 준비 해 오신  

진수성찬으로 맛나게 점심식사를 했다.

남매탑이 있는 청량사지터에는 나무식탁과 나무의자가 유난히 많아 맘 편하게 쉴수 있는 공간을
참 잘 만들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었다.

 

남매탑 위로 가파른 숲속이 보인다.
삼불봉 0.5Km라고 한다.
'500m만 가면 삼불봉이 있구나... 500m야 뭐 ....'쉽게 생각을 했더니
산속에서 500m는 쉽게 볼게 아니라고 거목처럼 생각이 깊으신 산우님께서 말씀하신다.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아셨을까. 신령이 숨쉬는 산을 산행하시더니 갑자기 도통 하신걸까!

 

급경사를 올라가면서 이정도는 할수 있다고 자신감을 마구마구 심어주면서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경사가 너무 심해 철계단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철계단 난간을 힘차게 부여 잡으면서 부지런히 산우님들을 따라 올라갔다.

 

산 꼭대기에 바위들이 위태롭게 서 있는 삼불봉(해발775m)바위에 앉았다.

관음봉,문필봉,연천봉과 쌀개봉 그리고 철탑이 정상을 차지 하고 있는 천황봉이

초록빛 나뭇잎을 입고 구비구비 초록빛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신록의 계절'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계룡산의 백미는 아무래도 '정감록'에 나와있는 '계룡산' 도읍으로 정씨가 천도를 한다는 것인데
정씨가 천도 한것은 아니지만 근처에 세종시가 만들어졌으니 정감록이 얼추 맞추긴 맞춘 모양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고저 할 만큼 계룡산이 산수좋고 신령한 산이긴 한 모양인데

아직 그 맛을 느끼기에는 시기상조인지라.
건강하게 살다보면 기회는 언제고 올 수 있다고 위로하며 하산길을 서둘렀다.

 

하산길에 잠시 들렀던 동학사.
비구니스님들께서 불심을 키우는 수도장으로 이름이 높다는 동학사는 회색빛 시멘트 도로변에 대웅전이 있다.
마당 깊은 곳에 대웅전이 있는 사찰만 보다가 도로변에 대웅전을 보니 생소하긴 했지만
맑은 피부에 비구니스님들이 불공을 드리는 모습은 영혼이 맑아 지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개신교 신자라 하더라도!
그들은... 왜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을까?

2012.6.10

NaMu

 

 

'NaMu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기리골에서 계곡트레킹하다.  (0) 2012.08.08
주흘산행  (0) 2012.07.10
북한산 등반대회  (0) 2012.05.16
마이산행  (0) 2012.04.12
계방산행  (0)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