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입춘식을 치른 동백꽃

NaMuRang 2012. 3. 21. 11:01

 

어쩌면 입춘 신고식을 치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입춘이 되기 며칠 전 3층 계단 난간 화분에 빨갛게 피어 났던 동백꽃 두어송이가
갑자기 들어닥친 동장군의 찬바람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 않더니
춥파춥스사탕처럼 나뭇잎 위로 올록볼록 올라 온 꽃봉오리들은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있었다.

 

마치 재를 뒤집어 쓴 신델렐라같은 그들이 한 없이 가엽기만하여  출 퇴근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달이 넘어가도록 지칠줄 모르는 꽃샘바람의 매서운 질투에 꼼짝도 못하고 있는
그들이 혹시나 그대로 얼어 죽은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봤다.솔직히

 

마치 울음 끝 질긴 아이처럼 끝을 모르는 꽃샘바람의 시샘에
동백꽃은 안 되겠다 싶은지 빨갛게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이제 막 껍질 벗어 연분홍 속살을 보이는가하면

수줍은듯 발그스르하게 빨간 꽃잎 살며시 열기도 하고

 

만개하여 화사하게 웃으며 출근길 문안인사를 하는 예의바른 꽃도 있다.

 

하지만 서슬이 시퍼런 찬바람의 질투를 견뎌내지 못하고
목숨 줄 끊겨 금방이라도 떨어질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동백꽃봉오리를 본다는 것은


다 키워놓은 자식을 잃어버리는 것같아 가슴이 한쪽 가슴이 미어진다.
 
물론 하루종일 햇살이 들지 않는 계단 난간이다보니 꽃잎이 도톰하지도
샛빨갛지도 않지만 이제야 재를 툭툭 떨고 신델렐라로 환생한 그들의 아름다움 반해

 

행복의 나라로 여행을 훌쩍 떠날 듯 싶다.

질투의 화신 꽃샘바람의 시샘이 여전하다 하더라도^^
2012.3.20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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