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5월답게
꽃중에 여왕이라고 자타가 공언하는 장미가
도로변 화단가에도 샛빨갛게, 노오랗게 때론 새하얀 빛으로
탐스럽게 피어나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잊지않던 출근길.
마치 제 몫을 다하는 것같은 그들을
차창너머로 바라보며
나만의 아지트 우리동네 종앙도서관앞
장미정원에 마음은 이미 머물어지곤힌다.
겨우네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그리고 아무일도 없던 봄을
눈 깜짝 할사이 보내던 5월 마지막주일날
장미정원을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찾아갔다.
가로수 은행나무 사이에는
사월 초파일 연등행사에 사용했던 연등이
풍천처럼 허공에 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희망이나 소망이라는 것이
꿈인지 모른다.
자그마한 연등속에 담겨져있던 우리네 꿈이
연등불꽃처럼 소박하게 피어나
혼탁한 이시대를 지켜주는 파수꾼이기를!
아파트단지를 장미울타리로 꾸밀만큼
그 흔한 덩쿨장미가 손바닥만한 장미정원에는
그리 흔하지도 않다.
나무잎조차 엉성한 덩쿨장미 대여섯송이가
쇠로만든 둥그런 아치형 문위에 덩그마니 얹져있어
정원사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장미정원은
부실공사를 한 건물같이 초라하기 그지없어
심히 안타깝기만했다.
하지만 내 맘을 이미 눈치라도 챈듯
노오란장미(슈터스골드)가 활짝 웃으며 반갑게 반긴다.
꽃송이가 풍성하여 마치 성숙한 숙녀같은 노오란장미 곁에는
다홍빛장미(하오기)가 아침햇살처럼 고운빛으로
헐벗은 내 마음에 화사하게 옷을 입히며 눈웃음친다.
흙장미와 함께 장미꽃의 백미를 보여주는
백장미가 가위질 서투른 정원사의 손길에 무지막지하게
잘려나간 나뭇가지는 제데로 크지조차 못해 자그마하지만
그 청순한 아름다움 만큼은 여전하다.
너도나도 장미들이 피어나 장미정원을
계절의 여왕 5월답게 꾸며준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도 그저 나뭇잎만 무성하게 많다.
장미꽃밭에 어쩌다 마실나온 단 한그루의
찔레꽃나무에는 새하얀찔레꽃이 쫌쫌히 수를 놓으며
장미꽃보다 더 진한 향내를 풍기며
자신의 실존을 분명히 하고있다.
쌉쌀하듯 달작지근한 향내는
맡으면 맡을 수록 그 깊이를 더하여
토속적인 우리네 향기와 흡사하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
마치 솔잎향이나 쑥향 혹은 들국화향처럼....
어린 시절 저 세상에 가신 어머니 품속같은
찔레꽃향기에 젖어들어
아득히 먼 하늘에 눈길이 머문다.
2010.5.31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