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건
노오란개나리도 꽃분홍진달래도 연분홍벚꽃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내 가슴에 봄을 물들이고
떠나갔기때문이다.
하지만...
폭설과 강추위가 유난했던 겨울이 그랬듯이
설레임으로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만난 기억이 없다는거다.
더구나 장마철인양 줄기차게 와 대는 비는
찬바람까지 동원하며 봄에 실종식을 알리고있다.
우리동네 시청앞 화단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던
새하얀라일락꽃이 고개를 푹 숙이고
빗물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그들을
연 이틀 애처롭게 바라보며
자연의 재앙이 슬며시 떠올라 두려움이 일곤했다.
어디 그뿐인가 눈부신 봄 햇살을 볼 수있는 날도
손가락 꼽을 정도로 적어 딸기 비닐하우스 농사를 망쳐버린
농가에서는 아이들 급식비조차 밀렸다는 젊은 아낙네의 시름섞인 사연에
눈물이 울꺽 솟았다.
그렇게도 끊임없은 추위에 시달리며
겨우네 기다렸던 봄인데
봄같지도 않은 봄을 보내고 말었다.
일찌기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잔인한달 4월은 봄꽃들과 함께 내 곁을 떠나가며
가로수 은행나무에 연초록빛 어린잎을 입혀놓았다.
가로수 은행나무들이 거리마다
온통 연두빛수체화물감으로 채색하며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이한다.
계절에 여왕답게 눈부신 햇살의 축복이
시름에 젖어 있는 농가의 아낙네 가슴에도
그리고 아무일도 없이 봄날을 보낸 내 가슴에도
가득 차오르는 나날이 지속되기를 기다려본다.
계절의 여왕 5월에는
2010.4.3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