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겨울 그리고 청계산행

NaMuRang 2009. 12. 16. 10:17

겨울 그리고 청계산행

이제는...추위에 익숙해 질만큼 
겨울속으로 깊숙히 들어 왔다하더라도
추워질거라는 언론의 호들갑은
가득이나 추위에 약한 사람에게는
고문에 또 다른 표현으로 다가 올 때도 있다.
추위로 인한 두려움을 채 털쳐버리지도 못하면서
일주일 내내 삶의 현장에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상처받은 영혼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왜 산행이라고 생각했는지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서울대공원에서 시작하는 청계산행이 12월 둘째주일에 있었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대공원으로 가는 도로변 양옆에는 
노점행상들이 다양한 종류의 간식거리와장남감 등등을 펼쳐놓고 
서울대공원을 찾아 온 상춘객들 눈을 즐겁게하며 
인간냄새 풀풀 풍기던 그들도
추운 겨울에는 자진 휴업상태인가보다.
서울대공원까지 훵하게 뚫려버린 도로가
한결 차갑게 느껴져 괜시리 눈길은 창공으로 향한다.

여전히 무겁게 내려 앉은 잿빛구름에 
아침햇살은 희미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지만 
나뭇가지속에 꼬옥 숨겨져있던 까치집이 보인다.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난듯 반가움 
배낭 깊숙이 들어 있던 내 고물디카를 꺼낸다.
그리고 그의 집을 향하여 카메라 앵글을 한참이나 맞춰본다.
좀더 가까이....좀더 가까이 담아본다.
마치 커다란 밤송이같은 까치집을

서울대공원 뒷편 숲길은 먼지가 많이 나기로
이미 소문이 나 있어 가뭄에 산행을 할 때면
흙먼지로 목욕이라도 할 것을 각오해야하지만
이삼일전 다녀간 비에 흔적이 아직도 남아
수북수북하게 쌓여있는 산길에 낙엽들이 촉촉하게 젖어있어
그들을 따라 가는 발걸음도 한결 가볍기만하다.
쉬엄쉬엄 청계산 매봉에 오른다.
매봉까지야 가볍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수봉까지는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하다는 걸
이미 경험으로 알고는있다.
절대로 양보 하지 않을 것처럼 하늘을 가득 채우고있던 잿빛구름은
어느사이 간 곳이 없고 정오에 햇살은 눈이 부시다.
빈 나뭇가지사이로 스며드는 숲 속의 맑은 햇살에
추위로 지치고 상처받은 내 영혼도 가만히 얹어 놓는다.

청계산 숲 속의 겨울나무.

때론 지극히 사소한 것에 상처 입은 영혼
가여워 흐느낄때도 있지만
따스한 햇살은 고단한 삶의 질곡에 스며들어
이해와 감사로 촘촘히 수를 놓으니
나 오늘도 빛고운 겨울햇살을 부여잡고
행복을 꽃피우고저 하노라.
청계산 겨울 숲 속의 나무들처럼.

참새가 방아간 못 지나가듯 
저멀리 보이는 서울대공원의 호수가를 바라보며 
사진 한장 찍어본다.
사진이 잘 나오고 못 나오고는 상관없지 않는가
사진 찍는 그 순간만은 카메라 앵글속에 주인공은 나니까
최대한 나를 표현한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던 산길에 마치 복병처럼 기다리고있는
절벽같이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생각한다.
과히 높지 않은 청계산의 이수봉(545M)에도 
이렇게 끝이 날 것같지 않고 
잊어 버릴만 하면 한번씩 나타나는 가파른 산길이 있으니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건 절대로없다.
단지 끊임없는 노력만을 의무사항으로 우리가 지고 가는건 아닌가하고

이수봉을 기리는 비석이 저 만치에 우뚝 서있다.
여전히 고운빛의 햇살과 함께
09.12.1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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