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칼럼

국화와 함께 떠나보는 사색의 정원

NaMuRang 2009. 10. 21. 10:21

국화와함께 떠나보는 사색의 정원

뜨거운 태양빛이 열기를 채 가시기 전부터
잠자리들은 떼 지어 창공을 날으며 가을을 퍼나르면
코스모스는 갸날픈 몸짓으로
한들하들 춤을 추며 가을을 부르더라.
가을의 전령이라고 하는 
그들이 가져 온 가을소식에는
그도 첫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누우런 벼이삭이 고개를 살폿시 숙이며
풍요를 자랑하는 들녁의 한 귀퉁이에도
붉게 물들어버린  단풍나무들로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산자락에서도
그를 만날 수는 있지만 
잠시 스치는 인연은
그저 아쉬움으로 얼룩만 남게되더라.
물론 언젠가부터 아침 출근길 
도로변 화단을 색색이 수 놓던 
그를 먼 발치에서 볼 수는 있었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그대를
기어이 내 곁에 놓으리라 다짐도 해봤다.
하지만 직장에 매여 짜투리시간조차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내가
그를 그리워한지도 벌써 두어달은 족히 되어간다.
내 책상위 하얀 울타리화분에는 
일년 사시사철 초록빛으로 평안을 안겨주는 스파트필림옆에
그를 데려다 놓는다면 그의 그윽한 향기에 취해
날마다 차거워지는 찬바람에 시린 내 가슴도 추스려지겠지.
허연무서리가 내리는 초겨울까지도 뼈속까지 스미는
찬바람 맨 몸으로 견뎌내며 고혹한 향내 물씬 풍기는
그 깊은 속내에 내 어찌 정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운 미색이나 우아한 자태 그리고 자타가 인정하는 끊질긴 생명력만으로도
가을에 여왕이기에 손색이 없는 국화이지만
여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류에 영합하지않는
자존심 강한 선비같은꽃 
올 가을이 가기전에 나는 그를 
내 책상위 울타리 화분속에 모셔 놓고 
그와 함께 사색의 정원으로 여행을 떠나보리라.
09.10.20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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