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칼럼

나무와 새

NaMuRang 2009. 11. 25. 10:07

나무와 새

거리의 파수꾼 은행나무가
계절에 순응하듯 나뭇잎 다 털어버린지도
수삼 일 지났다
알몸으로 변해버린 나뭇가지 사이에서
그동안 숨어있던 까치집을 
우연히 보았다
짚수세미를 둥그렇게 말아 놓은 것처럼 
까실까실한 까치집은
따사로움을 가득 안고 찾아 온 아침햇살에
포근히 안긴 채 하루를 여는 듯 싶어 
추위로 지친 내 마음도 잠시 얹어 놓는다.
일찌기 '공자'는
'鳥卽擇木(조즉택목) (木豈能擇鳥)(목기능택조)'
라고 했던가.
'새는 나무를 골라서 살지만, 
나무는 자기에게로 와서 사는 새를 선택 할 수가 없다.'고한다.
나무와 새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날개는 어쩌면 자유인지도 모른다.
자유가 주어지지않은 나무는 
선택의 기회조차 없지만
자신을 찾아 든 새를 위해 안식처를 제공 하기도하고
떠나간 그를 위해 빈둥지를 지켜며 세월의 나이테를 그려내겠지.
깊고 선명하게 기다림에 한이 서린 나이테를.....
지극히 불공평한 인연을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나무의 일상이여!
09.11.24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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