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새 거리의 파수꾼 은행나무가 계절에 순응하듯 나뭇잎 다 털어버린지도 수삼 일 지났다 알몸으로 변해버린 나뭇가지 사이에서 그동안 숨어있던 까치집을 우연히 보았다 짚수세미를 둥그렇게 말아 놓은 것처럼 까실까실한 까치집은 따사로움을 가득 안고 찾아 온 아침햇살에 포근히 안긴 채 하루를 여는 듯 싶어 추위로 지친 내 마음도 잠시 얹어 놓는다. 일찌기 '공자'는 '鳥卽擇木(조즉택목) (木豈能擇鳥)(목기능택조)' 라고 했던가. '새는 나무를 골라서 살지만, 나무는 자기에게로 와서 사는 새를 선택 할 수가 없다.'고한다. 나무와 새의 인연을 생각해본다. 날개는 어쩌면 자유인지도 모른다. 자유가 주어지지않은 나무는 선택의 기회조차 없지만 자신을 찾아 든 새를 위해 안식처를 제공 하기도하고 떠나간 그를 위해 빈둥지를 지켜며 세월의 나이테를 그려내겠지. 깊고 선명하게 기다림에 한이 서린 나이테를..... 지극히 불공평한 인연을 그리움으로 승화시킨 나무의 일상이여! 09.11.24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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