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내듯 인생에서 가장
순진무구했던 유년 시절로
되 돌아 갈수 있는 기회가
살아 온날 보다 살아 갈날이 적어지는
우리에게 과연 얼마만큼 주어질 것인가.
가로수 나무들이 화려한듯 고즈녁하게
가을 옷을 갈아 입으며 겨울 채비를 서두리는
10월 마지막 휴일날
한강변에서 여인들이 만든 운동회가 있었다.
체력은 국력임을 몸소 실천하는 시민들이
뚝섬유원지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걸 구경하며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회를 찾아 갔을때는
이미 점심식사도 끝나가는 참였다.
반가움에 반겨주는 친구들이 따뜻한 배려는
언제나 행복으로 가슴 가득 출렁거린다.
풍선 오른발에 묶고 상대방 풍선 터트리기 게임이
시작도 되기전에 바람을 가득 모금은 풍선은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펑!하고 터져버린다.
눈치도 없는 풍선때문에 게임에 참여조차
못한 친구들은 아쉬움에 탄성을 지르며
열 밖으로 빠져나간다.
고무풍선을 오른발에 묶은 친구들은
상대편 친구들 풍선을 터트리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고 풀어 놓은 망아지라.
나또한 열심히 뛰어는 다녔지만
상대편 친구 선수 발에 매달린 풍선 하나
터트려보지도 못한채 게임은 끝나
홈 팀으로 돌어 와 보니 내 발에
매달려 있어야 할 풍선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풍선이 있으리라고 예상 했는데
풍선은 간 곳이 없고
갈갈이 찟겨져버린 고무풍선 조각만이
어수선하게 매달려있다.
전혀 뜻 밖에 상황이라
순간 어리둥절하였지만
누가 내 풍선 터트리는 것 조차 모르고
게임을 했으니 역시 난 운동신경이
무척이나 둔하구나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치며
터진 풍선에 아쉬운 미련을 갖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한 사람씩 이어지는 릴레이줄넘기는
선수 그리고 줄돌리는 줄잡이가 호흡이
잘 맞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이기는 게임이다.
커다란 동아줄이 땅을 치고 오르는 순간
선수는 재빨리 들어가 넘으면된다.
문제는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에게는
재빨리 들어간다는게 말이나 글처럼
쉬운일이 절대로 아니다.
분명 나는 동아줄에 걸리줄 뻔히 알면서도
하고 싶은 욕심은 누구도 못말려
동아줄넘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동아줄에 딱! 걸렸다.
맘씨 무쟈게 좋은 줄잡이님께서 쫓아오며 웃으신다.
팀에 전혀 도움을 못 준다는 것을
재빨리 알아벌린 나는 만국기가 매달린 깃대에
매달려 까치발 딛고 릴레이 줄넘기하는 친구들을
먼 발치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하지만 내 응원과 상관없이
우리팀은 지고 말었다.
초등학교 다닐때
어느해인가 3등해서 공책을 탔던 기억은 있지만
달리기에서 1등한 기억은 없다.
나는 죽어라하고 달리는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자신보다 훨씬 잘 내 닫는 친구들은
인위적인 힘으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리라.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듯 열리는 릴레이달리기.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어달리기 나갔을때
바통을 전해주던 언니가 빨리 가라고
친절하게 밀면서 바통을 주어
달리기도 전에 넘어졌던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올해도 이어달리기에 참가했다.
바톤 넘겨주던 친구가 또 밀면서 바톤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을 안고....
뜀박질을 아주 잘하는 친구가
스타트를 잘 끊어 우리팀이 앞서가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세번째 선수였던 나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렸다.
다행히....
넘어지지도 않았고
상대편 친구보다 먼저 들어 올수 있었던건
운동신경이 제로인 내 모습을 탈출하는 순간였다.
물론 탈출에 기회를 부여해준
첫번째 두번째 이어달리기 친구에게
고마움을 줄줄이 엮어 행복의 꽃목걸이를
선물하고 싶다는 것은 솔직한 내 심정이다.
07.10.3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