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시읽기

비 - 김 억 -

NaMuRang 2007. 7. 25. 00:17

작년 봄 였던 것 같아요.
샛빨간 철쭉꽃이 새로 생긴 문화원
화단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아련한 기억이 있으니까요.
'현대시 밟기'라는 강좌를 
들은 적이 있어요.
30대 후반쯤 되 보이는 시인에
생각의 깊이는 나이를 가름하기 
힘들 정도로 고수였어요.
미당 서정주님의 모든것을 파헤치듯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강의를 들었어요.
여담으로 시인이 그랬죠.
기형도시인이 지금은 기형도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그의 시에 심취하는 사람이
많지만 앞으로 100년후에도 남녀노소 모두가
그의 시에 대해 공감 할지는 미지수라는거예요.
갠적으로 기형도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시인의 의견이 순전히 질투같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냉정하게 이성을 찾자면
수세기가 지나도 남녀노소 누구나가 
공감할수 있는 시가 진정 위대한 시인
일거라는 생각은해요.
반세기가 지나도 우리에게는 남녀노소
누구나가 공감하는 시를 발표한 시인을
알고 있죠.
시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조차
그이 시는 사랑을 받거든요.
김소월(본명 김정식)
우리는 그를 흔히 7.5조 윤율을 사용해 
민요풍의 서정시를 완성시킨
대표시인 이라고해요.
그런데말예요.
위대한 시인곁에는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키워준 스승이 계시다는 거예요.
김소월님의 정신적 지주이자
후견인였던 김억.
1893년 평북 곽산에서 태어나
우리나라 신시운동의 선구자라고해요.
최초의 개인시집 '해파리의 노래'를 
1923년 간행했다고도해요.
이런 이미 학교 다닐때 마르고 닳도록
시험문제에 나왔었죠.
어쩌면 한여름 장마철였나봐요.
비 -김 억-
포구 십 리에 보슬보슬
쉬지않고 내리는 비는
긴 여름날의 한나절을
모래알만 울려 놓았소.
기다려선 안 오다가도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만나도 못코 떠나버린
그 사람의 눈물이던가.
설운 날이면 보슬보슬
어영도(漁泳島)라 갈매기떼도
기차귀가 축축히 젖어
너흘너흘 날아를 들고.
자취 없는 물길 삼백 리
배를 타면 어디를 가노
남포 사공 이 내 낭군님
어느 곳을 지금 헤매노.
십 리 포구에 긴 여름날 한나절
쉬지않고 비가 내리더니 
모래알만 울려 놓았다고하네요.
가슴 서늘하도록 
기가막힌 표현 아닌가요.
어떤 의미에서는 시인들은 천재같아요.
자취도 없는 물길 삼백리로
떠나버린 내 낭군님을 기다림에
서러운날은 비가 보슬보슬 쉬지 않고
내린다고 하거늘 
오늘도 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루를 보내며
문득문득 설운날이 생각나는건.....
07.7.2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