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 화단가에는
청보라빛 개불알꽃들이 무리지어
꽃밭을 꾸미고는
지나가는 길손들의 발길을 잡는다.
유치원쟁이 엄마 두엇과
꼬맹이들이 신기한듯 고개 갸우둥하고
옹기종기 모여 개불알꽃 구경하며
소곤소곤 거린다.
봄은 우리가 인식하지 않아도
불쑥불쑥 고개 내밀어
봄 풍경을 만들어 놓고는
우리 맘속에 감성의 꽃을 피운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날은
음악봉사가 있는 날이다.
2월달에 음악봉사 활동을 갔었던
청운노인 복지센타는
상도3동 언덕빼기에 자리 잡고있다.
부랴부랴 청운 노인복지센터에 도착하니
음악봉사 활동에 필요한 음악장비가
청운 복지센터 소당강에 설치되었고
실습생이란 이름표를 달은 학생(?)들이
휠체어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강당안으로 들어온다.
연분홍 메니큐어를 바른손이
어르신 분홍빛마음 인듯하여
싱긋 미소가 나 자신도 모르게 지어지며
어르신의 연분홍 메니큐어 곱게
바른 손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하지만, 불만이 가득찬 불량소녀같이
토라져있는 어르신 마음 문열기가
쉬운일은 아니였다.
음악봉사원친구가 '꽃을 든 남자'란
노래를 부르자 드뎌 '꽃을 든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어르신에게 오기라도
한 것처럼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들썩들썩
거리시는 모습에 괜시리 내가 먼저
흥에 겨워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물론 아마추어 음악봉사단원인
우리들의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는 있을지라도
우리 봉사단 친구들의 열정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선비처럼 꼿꼿한 자세와 매무새가
예사롭지 않던 어르신의 뒷모습이
남다르게 눈에 들어온다.
일흔세살 내 아버님 연세와 비슷한
어르신의 뒷모습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 오셨음이 한눈에 보였지만
인생무상이 애잔하게 배어있어
연민의 정으로 가슴이 싸하게 아퍼왔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시더니
구성진 노래솜씨와 함께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많이 서투른 우리 음악봉사단이지만
서로가 위로 받기에는 충분한 자리같아
봉사활동 하기를 잘했어 하는 생각은
가슴 가득 행복으로 차올랐다.
샛빨간 메니큐어만큼이나 화려한
보석(?)이 담뿍 들어간 반지를 끼신
나폴리소녀 '오 솔레미오'의 주인공께서는
오늘도 예쁘게 단장하시고
맨 앞줄에 앉아계셨다.
'봄이 오면'을 가사 한귀절 틀리지않고
부르시던 어르신께
아침나절 도로변 화단가에
휫뿌려졌던 청보라빛 개불알꽃을
봄소식과 함께 전해 드리며
새 봄에는 외로움으로 한숨짓는
나날이 절대로 아니시기를
진정 소망하는 마음이야.
07.3.1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