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초죽음이 되게 매장에서
의류행사를 하여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였지만,
매주 수요일 아침 시간은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다.
드뎌 내가 배우고 있는 현대시 강독의
강사 이름을 오늘에야 비로서 알게 되었다.
벌써 두번이나 강의를 듣고 난 다음에야
그것도 우연히 시작 공부를 하기위해
나누어진 프린트물에서 우연히 알게되었다.
1970년 생의 손택수님은 시단에서는
그런데로 많이 알려진 젊은(?)시인이란걸
어름풋이 눈치 채었다.
열렬팬께서 손택수님께서 쓰신 시 중
일간지에 '시가 있는 아침'이란 표제에
올려진 시를 복사해 와 강의 시간에
수강생에게 나누어주는 정성을 보였다.
묘사시 7개 정도 강독했는데
그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뭐니뭐니해도
기형도님의 '바람의 집' 시다.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 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 숨.
사위워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할까?
기형도님의 유년 시절 겨울밤이
아련하게 그려져있는 '바람의 집'은
한폭의 풍경화같은 묘사시다.
누구에게나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하는
추억은 있다.
그 추억이 시인에게는 시를 쓰게 만드는
원천이란 강사님의 의견제시에
나 또한 전폭적으로 동감한다.
시를 쓰지 않는 사람은 행복하다.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시를 쓴다는
손택수시인님의 진단은
그 어떤 명의도 따라 갈수 없는
전확한 진단였다.
06.5.1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