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여행기

예단포구

NaMuRang 2023. 2. 3. 09:25

2023년 1월 1일 계묘년이 왔다고 누구나가 새해 덕담을 하고 나서도

까치까치설날 다음날 우리는 설날 축제를 하면서

비로소 계묘년을 맞이했다.

마냥 귀엽기만 하던 토끼의 신고식은 장난이 아니었다.

영하 19°를 오르내리면서 초특급 강취 위로 나라안을

꽁꽁 얼어붙게 했지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한 이틀 견디면 되는 줄 알었다.

하지만 영하 19°를 오르내리던 초특급 강추위의 여진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가실 줄을 모른다.

식을 줄 모르는 짝사랑에 애를 끓이던 철부지 스칼렛 오하라는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밭에 무 꼬랑지를 들고

하늘을 향해 "하느님이 증인이야 난 굴복하지 않아 끝까지 살아가 보일 테다

하느님께 맹세한다 다시는 굶주리지 않을 테다"라고 절규하던 장면이 갑자기 

왜 떠오른 것일까?

물론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나라에서 밥 굶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초특급 강추위는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어

철부지 스카렛 오하라의 불타오르는 의지라도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리고..."그래 어디라도 떠나보는 거야 이렇게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라고 추위로 겁먹고 지친 마음을 달랬다.

예단포구 기행

2월 1일은 장봉도로 가볍게 탐방이 있는 날입니다.

계묘년 새해 첫나들이에 날씨도 놀랐는지

아침 기온을 영상으로 쑥 끌어올리며 깜짝 이벤트를 해 줍니다.

그들의 예쁜 짓에 활짝 웃음꽃을 피우며 천만다행이라고 화답을 했습니다.

점심을 간단하게 준비하고 갈매기에게 줄 새우깡도 잊지 않고 챙기며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올해 처음 보는 뿌연 안개가 초봄인척 하지만,

아침햇살을 빼앗긴 해님은 그 존재조차 희미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지하철역으로 갔습니다.

계양역에서 오늘 장봉도 탐사를 하기 위해 나오신 회원님들을 만났습니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있었지만 거세게 부는 바람은 장봉도 탐사를 허락하지 않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대장님의 의견을 따라 미련 없이

장봉도 탐사는 포기하고 우리들은 영종도 예단포항을 가기로 했습니다. 

 

영종도역에서 예단포항 가는 버스를 타고 예단포물양장에서 내려

네모난 보도블록을 따라 예단포구로 갑니다.

누우런 잡초가 깔려있는 빈공터에 기러기가 무리 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아 여기가 바다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 바쁘게 걸어갑니다.

왠지 서운하여 한참을 바라보다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다가 서해바다가 그리고 겨울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다가옵니다.

물이 무서워서 수영도 배우다 포기했으니 바다가 친근할 이유는 없다 하더라도

무심히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가슴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몽고의 침입으로 고려가 강화도로 피신 갔을 때 몽고에 보낼 조공을 예단하여

강화도로 보냈던 뼈 아픈 역사를 품은 예단포항에는 자그마한 동산이 있습니다.

동산 들머리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나지막한 산길에 야자껍질로 만든 매트가

쫘악 펼쳐놓고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들의 정성에 감동하여 신바람이 저절로 났습니다.

창공에는 매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우리를 따라옵니다.

갑자기 병아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리며 반갑다고 눈인사를 건너봅니다.

한참을 빙빙 돌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다시 날아왔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날아오더니 또다시 멀리 사라집니다 아주 멀리.

 

층계가 있어 분명 이층 팔각정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지만

우리는 갈길 바쁜 나그네처럼 모른 척 지나갔습니다.

바다 건너 강화도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련하게 보이고

바위들이 허였게 속살을 드러내며 마니산이라고 합니다.

기러기가 200년 산다는 전설이 있는데 예단포구 초입에서

보았던 기러기들은 혹시나 철종이 어린 시절 살았던 강화도에 그 기러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저 멀리 강화도를 다시 한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햇살이 전혀 들지 않아 살얼음이 살짝 끼어있는 나무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찬바람이 옷깃을 헤치고 들어오며 거세게 저항을 합니다.

살을 에일듯한 추위를 가만가만 다독이며 기어이 나무계단을 내려가

예단포항 갯벌을 만났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크고 작은 바윗돌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흙으로 푹푹 파지는 갯벌만 있는 줄 알었는데 이렇게 바위들의 잔치마당 갯벌을 보니 

서해바다의 오묘한 신비를 살짝 엿보는 것 같아

왠지 또다시 올 것 같은 예감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의 잔치마당을 지나고 나면 

바닷물이 허였게 얼어붙은 갯벌도 만나게 됩니다.

두툼하게 얼어버린 바닷물이 위험천만 이라 하여도

조심조심 발에 힘을 주고 걷다 보면 그 흔한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뽀드득뽀드득 얼음길 밟은 소리가 따라옵니다.

기다란 장어 한 마리가 갯벌 얼음길 위에 늘어져있습니다.

얼어 죽은 게 분명한데 어디서 왔는지 소속이 불분명한

장어를 보고 있노라니 올 겨울 추위를 실감했답니다

 

갯벌 끝자락에는 여신암에서 신령님을 모신 자그마한 기도처도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 신자라 하더라도 호기심만은 어쩔 수가 없어

살며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도량은 깨끗이 하고 음식물은 가져가라'는 신령님 옆자리

나무판에 쓰여있는 글을 보며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2023년 2월 1일

NaMu 

에필로그 

영종도 하늘도시에 있는 영종도 역사박물관도 잠시 들렀습니다.

1층에는 선사시대 유적지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고려시대 영종도를 자연도라 불렀던 역사들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2층을 올라가면 조선시대 자연도(영종도) 생활상이 자세히 전시되어 있고,

영종과 용유지역 매립공사로 이제는 국제도시로 탈바꿈한

현대 영종도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3층에는 우리나라 최초 비행사 안창남 선생의 특별전으로

비행 일지와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어

파일럿 안창남 선생의 멋스러운 인생도 덤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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