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대관령 옛길

NaMuRang 2020. 1. 14. 10:32

서양사에서 중세 암흑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빛의 시대 르네상스가 탄생한 피렌체에는 코시모 데 메디치가 있었다면,

조선시대의 르네상스에는 정조가 있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비극적인 가정사를 무던히도 견디어

개혁 군주로 칭송이 자자한 정조였기에 르네상스는 당연지사다.
정조의 뜨거운 관심속에 조선의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단원 김홍도.
그런 김홍도가 아름다움에 반하여 화폭을 펼쳤다는 대관령.
도대체 어떤 모습이기에....호기심으로 부풀어 오른 마음은 이미 대관령 자락에 있다.

경자년 다양한 계절을 품은 대관령 옛길.

새로운 한해가 내곁에 왔다한들 어제가 오늘같은 일상을 벗어 날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1월 둘 째주 일요일은 대관령 옛길로 산행이 있는 날이다.


짙게 깔린 어둠속에 별빛처럼 반짝이는 가로등불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자랑질을 했다.
"산에 간다" 무심한 가로등불을 대신해서 한겨울바람이 화답한다.

즐겁게 잘 놀고 오라는. 차거운 바람의 약속을 굳게 믿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관령 옛길 산행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사당동 10번 출구가 여러 산악회에서 산행을 하기위해 나온
산악회 버스와 회원들로 출근길처럼 부산하고 복잡하다.
햇수로는 이 십년이 다되가는 우리산악회는 침체기를 맞았는데,

아직도 신새벽 사당역 출구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산행인구는 어인 일일까?
산이 좋아 행복한 산싸나이 오크형님의 말씀은
오크형님이 가입한 산악회가 15개인데 10개 산악회가 활동을  못한다고 하셨다.
부진한 이유야 수없이 많겠지만 산악회가 진화의 조짐을 보이는 현상은 분명 한것 같다.
노쇠해가는 우리산악회에 어려운 숙제를 안고 새롭게 선보인 바람직이 회장님과 임원진 님께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고속도로와 산허리를 뻥뚫어 놓은 긴터널 그리고 또다시 고속도로를 재빨리 달려가는 산행버스가 막간을 이용하여 새하얀눈이 들녁에 하얀목화솜을 덮어 놓은 농가에 풍경도 잠시 펼쳐놓는다.
순결한 여인네의 앞치마같이 평온한 풍경에 지친 마음을 적셔본다.
구비구비 산과 산으로 연결되어 있는 고속도로를 달려가던 대관령 옛길 산행버스는

산부자동네 강원도 대관령 하행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산행버스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이선 칼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세찬 바람의 나라에 온듯했다
마치 바람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과 마음은 추위로 상처를 입어 견딜 수가 없다.
신새벽 우리동네 바람이 약속을 저버린건 아닌가하는 심한 의심도 하면서.
살을 에이는듯한 추위때문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산우님들과
같이 아스팔트길을 건너 숲속으로 들어갔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는 족히 넘고도 남을 날씨에도 힘차게 물소리를 내며 계곡물은

흐르고있다.

계곡의 나무다리를 지나가며 수정같이 해맑은 계곡물을 눈여겨 보았다.

정신이 얼얼한 강추위 고문을 이겨내며 얼음조차 얼지않고 추위에 길들여지는 그들의 모습에 '조지 오엘'의 '동물농장'이 떠 오른다. 겨울은 시련의 계절일까?

나뭇잎을 벗어버린 나무들이 가느다란 나무가지를 사방팔방으로 내밀며

대관령 옛길을 찾은 우리를 반긴다.
세찬 칼바람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그들에게 눈맞춤을 하며 대관령 양떼목장 울타리길을 걷는다.
양떼들은 한겨울 추위를 피해 사라졌지만,하얀눈이 잔설처럼 군데군데 있어
봄을 부르는 어느날의 풍경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세찬 칼바람이 등 떠밀며 갈길을 재촉했다.


들머리가 해발 800m 대관령 하행 휴계소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고도를 요하는 산행이 아니라 둘레길을 산책하듯 가볍게 산행을 즐기기만 하면된다. 강추위로 날을 세운 칼바람을 견디기만한다면.


하얀눈이 소복히 쌓인 숲길을 만났다.
올겨울 처음보는 눈이다.
언제부터인가 눈이 오는 것이 불편하고 귀찮아 졌다

도심에서는 천덕꾸러로 전락한 눈이 숲속에서는 은세계로 꾸며주는 반전의 묘미에 매료된다.
인적이 닿지 않은 기슭에 백지처럼 하얗게 펼쳐진 눈밭을 보며 문득 손편지를 쓰고 싶었다.


수취인 불명의 붉은 연서를.

장구소리와 꽹과리소리가 아련하게 숲속을
메아리치더니 점점 소리는 커지면서 실체가 나타났다.
국사 성황당에서 울긋불긋 무녀복을 입은 무녀가 춤을 추고있는 모습이 멀리에서도 보인다.

물론,외세 당나라를 끌어들인 삼국 통일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이의 제기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관령 산신에게 검수를 배워 삼국을 통일했다는 전설이 있어 신라 김유신 장군을 대관령 산신으로 모신 국사 성황당에는 영동지방의 불교 중흥을 선도하였던 신라 고승 범일 선사의 성황신도 모시고 있다고한다.


산행 들머리부터 끊임없이 따라오는 세찬 칼바람을 피해 점심식사 할 마땅한 장소를 찾아 재빨리 먹어치우고 반정으로 향했다.
저멀리 강릉 시가지가 뿌였게 모습을 나타낸다. 조망이 좋으면 동해 바다까지 볼 수있지만 오늘은 강릉 시가지로 만족하고.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를 낳고 바르게 키워 더욱더 사랑받는 신사임당이 강릉 오죽헌 친정집에서 대관령 옛길을 걸어 시댁으로 가면서 어머니를 그리며 애절한 시를 지었다는 전설로 유명한 숲길로 내려갔다.
낙엽이 수북수북 쌓인 낙엽밭을 만났다.


작년 가을 산행을 하지 않아 숲속에 낙엽은 구경조차 못했지만 새해 늦가을에 정취를 즐기다니!
새하얀 눈의 겨울과 수북수북 낙엽밭을 이루던 늦가을 정원과 수정처럼 해맑은 계곡물의 이른 봄 풍경이 공존하는 대관령 옛길에서 단원 김홍도가 그린 대관령 모사품도 보았다.
하늘을 찌를 듯 반듯하고 우람하던 금강송 숲속에서는 가히 조선 르네상스의 거장 단원 김홍도가 화폭을 펼칠만하였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신길에 우리를 기다리던 주막집.

골이 깊은 대관령 고개를 넘어오면 지친 다리도 쉴겸 주막에 들린다면 이 또한 금상첨화겠지.

대관령 옛길은 그렇게 예나지금이나 우리에게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무한히 내주고 있었다.
2020.1.12
NaMu


 

'NaMu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산과 현충원 둘레길을 찾아서  (0) 2022.05.15
코로나와 우면산  (0) 2020.06.16
북한산 사모바위  (0) 2019.12.17
가산산성  (0) 2019.10.16
문봉산   (0) 201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