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가산산성

NaMuRang 2019. 10. 16. 08:44

서늘한 바람이 수시로 찾아와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속닥속닥 거린다.
그들의 재촉에 긴팔을 꺼내 입긴 했지만,
여전히 따거운 햇살, 가로수 은행나무와 안양천변 벚꽃나무들이 초록빛 나뭇잎을 흔들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한다.
무심코 올려다 본 하늘에는 그 흔한 뭉게구름 새털구름 조차 자취가 없어 철지난 바닷가처럼

 설렁할 뿐이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며 가을이라고 또 부추긴다.
"바람만 서늘해지면 가을인가 뭐?"
저만치 도망가는 바람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지만 바람은 이미 가을에 체취를 남겼다. 가을바람답게.


작년과 마찮가지로 가을이 드디어 내곁에 왔다.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그는 가을손님 태풍도 모시고왔다.
전혀 원하지 않는 불청객까지.
기왕에 모시고 온 손님 피해나 입지않게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가을은 훈수까지 두고있다.
"병 주고 약 주는 가을이여!"
가을이라....자칭 산꾼은 마음이 먼저 산으로 달려간다.
지금쯤 숲속에는 어떤일들이 있을까?
무르익어가는 가을은 과연 어떤 풍경일까?


10월 둘 째주 일요일은 전국합동 가산산성 둘레길 산행이 있는 날이다.
가을 태풍 하기비스가 먼발치로 지나간다고하니 내피가 들어있는 점퍼를 입고

이른 아침 가산산성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전국합동산행이라 처음 뵙는

산우님들도 계셨지만, 산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에 우리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는 안성맞춤인지라 서로가 서로를 향해 친근한 눈맞춤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웃음꽃이 터졌다.
차 창문너머로 금빛으로 물든 들녁이 가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농자천하지대자본' 시대가 막을 내려 지을 수록 손해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빛 들녁은 묵직하게 고개를 숙이며 우리에게 풍성함 선물할 거라고한다.
사과과수원들이 차 창문너머로 가까이왔다 멀어지는 걸로보아 머지않은 곳에 가산산성이 있나보다.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 가산주차장에 가산산성버스가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대구에서 오신 산우님들께서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전국합동산행 오길 잘 했다는 순간이다. 단절이 아닌 합동으로 얼마나 근사한 생각인가!


시멘트길을 따라가다 보니 숲에 커다란 바윗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울타리가 나타나고

울타리 옆으로 사리문 대신에 바윗돌을 아치형으로 꾸민 출입구가 있었다.
출입구 위에 있는 팔각정에는 '영남제일관방' 이란 현판이 있고,'남문루'라는 현판도 있다.
영남 제일에 관방이라....고 하니 규모나 설치기간이 짧지 않을 거라 미리 짐작을 하며 산성안으로

들어갔다.
요새를 언뜩 떠오르게하는 산성은 석축으로 쌓여 진지구축함에 있어서 이 보다 더 견고함이

 없다고 자랑하는듯 싶다.
10만명 장정들의 손길과 희생에 산물이기도한 석축이고보면.
태풍 하비기스는 먼발치에서 무심히 발길을 돌렸는지 바람 한
점 없는 숲속. 짙은 나무그늘이 무더위는 책임지겠다고한다.
믿음직한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발길은 이어지고.


언덕진 숲길을 올라오는 길목에는 혜원정사라는 사찰이 있었다. 불교신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무관심하게 지나쳐 숲속 깊숙이 들어갔다.
동문 3.2km라고 나무팻말이 친절하게 우리의 행선지를 가르쳐준다.
경사가 완만한 숲길에서는 얼마든지 갈 수있다는 빼짱내지 자신감에 어이가없어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여름날에 소리꾼 매미도 갔고, 새들 조차 오수를 즐기는 숲속의 정적을 내 발자국이 깨운다.

똑똑 저벅저벅 스틱과 발자국의 이중주에 슬며시 귀기울이며,
쉬엄쉬엄 숲길을 올라가면서 세계 최대 복수초 군락지를 만났다.

꽃이 피는 시기라 아니라 꽃은 없었지만 꽃잎들이
노오랗게 숲속을 물들이는 복수초의 계절을 상상하며 발걸음도 가볍게 수문터로 향하고.


산성에 있는 6개의 수문 중 남서쪽에 있는 수문이라고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희미한 옛자취만 남아 있는 수문터에
잠시 머물어진 발길은 동문을 향하여 짙은 나무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나뭇잎 무성한 숲속으로 정오 햇살이 고요히 스며들어 가을에 정취를 느껴보라고한다.
초록빛 나뭇잎이 압도적으로 많아 가을에 정취를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어도 가을햇살과 가을바람이 합작으로 가을을 주도하고 있기에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인정했다.


석문이 석축사이에 있다. 동문이라고한다.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가 선대치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만면교사로 삼아

 1640년 내성인 동문 산성을 초축했다고한다.
동문 건너편에 앉아 산우님들께서 정성들여 만들어오신 음식으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오늘에 하일라이트 가산바위로 올라갔다.
정상부근에는 마치 섬처럼 커다란 기암괴석이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이름하여 '가산바위'.

철재와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가자 가산바위는 넓다란 대청마루를 펼쳐놓고 우리에게

구수회의를 논하게 했다.
갓쪽에 있는 산이라 '가산' 이름이 붙은 가산에 산성 가산산성은
인조때는 내성, 숙종 1700년에는 외성 그리고 영조 1741년 중성을 축성했다고 한다.
보기드물게 내성,외성,중정까지 3개의 성을 구축하였으니 들머리 진남문에서 보았던

'영남제일관방'이란 현판이 과장이 아닌것 같다.
특히나 한국전쟁에서는 산성이기에 절대로 피해 갈 수없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한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세사이 오른쪽에 시가지가 대구광역시이고 왼쪽은 구미시라고한다.
중문으로 가는 산성길에는 보라빛 쑥부쟁이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문득 서정주 님의 '국화옆에서'란 시가 이 순간 왜 떠 올랐을까?

시인은 이야기 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에는 소쩍새가
여름에는 천둥이 울었다고....

가산산성에 피어난 쑥부쟁이는....

어쩌면 중세 선조 때부터 현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피운건 아니였을까?


2019.10.1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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