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가은산행

NaMuRang 2014. 11. 12. 11:42

"엄마는 좋겠다 마지막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던데요" 산행을 한다고 하자

산에는 전혀 무관심한 딸내미도 어디서 주어 들었는지 부러운듯 이야기한다.

이제는 테마기행을 하며 사진을 찍어야지하면서도 마치 삶에 무게처럼 느껴지는 배낭을 메고

산행을 선호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강한 의문에 딸내미가 정확하게 정답을

가르쳐주고 있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우리동네 가로수 은행나무들이 갑자기 노오랗게 물들어가던

11월 둘째 주 일요일날 가은산행이 있었다. 

황금빛으로 때론 붉게 물들어 황혼의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수 놓으며 나를 기다리고 있는

늦가을 가은산을 상상해본다.

올가을 처음 단풍놀이 산행으로 흥분한 마음을 다독이며 가볍게 배낭을 준비했다.

이른 아침 오랫만에 참새들의 지저귐에 귀기울이며 가은산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산행을 해야하는 이유

추수를 끝낸 들녁에 자욱하게 안개가 내려 앉아있는 농가의 아침 풍경이 가을이 가고 있다고

넌지시 귀띔 해주고 있다.

올 가을 과연 나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고 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불현듯 들었다.

지극히 편리함속에 고단함.

햅쌀로 가마솥에 밥 짓는 구수한 내음이 채워지지않는 그리움으로 밀물처럼 밀려온다.

무심히 달리는 가은산행 버스는 산부자동네가 강원도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듯 산길을 돌고돌아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 상천식당앞에서 산우님들과 둥그렇게 모여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안전산행에 만만의 준비를 하고,가은산 정상 3.2km라는 안내표시판에 잠시 서성이며 천천히 산길을 올라간다.

고개길에서 만난 나무들은 한결같이 누우렇게 탈색된 메마른 나뭇잎들이 가을바람에 춤을 추듯 나부끼며 떨어지고 있다. '아니 쟤네들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어느새 추풍낙엽이 되어버린 그들이 안타까워 멍하니 훔쳐 볼수 밖에 없었다. 

 

바위가 많은 들머리는 고난도 가파른 산길이다.

새등산화는 발과 아직 친숙할 시간이 없어 산행에 속도를 제데로 맞춰 줄리가 없다.

한 발 한 발 딛는 순간순간이 위태롭고 힘에 부친다. 산이 높지 않다는 사전 지식이 있어

마음에 부담은 덜었다하더라도 몸과 마음은 전혀 따로 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개처럼 생긴 물개바위앞을 지날때는 안부인사를 했고 정오바위에 도착해서는

정오는 아닐거라는 의심을 하면서 무사히 지나갔다.

이따금씩 뒤돌아서서 건너편에 있는 이름만큼이나 산새가 아름다운 금수산자락과 눈맞춤도 하면서.

험란하기만 하던 고개길을 올라가니 저 멀리 청풍호(충주호)가 드디어 아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필연였다는 공리주의의 아이러니를 피할수 없는 청풍호가

푸른물 넘실거리며 그리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무심히 흘러간다.

수면 깊숙이 가라 앉은 수몰민들의 애닳픈 사연들이 수면 위로 설핏 떠오른걸 보았다면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라고 애써 지워버리며 툭툭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쏟아지는 늦가을 햇살속에 낙엽 익어가는 내음을 가슴 깊숙히 들여 마시며 가만히 속삭인다.

"산행 하기를 잘 했어"

메마른 나뭇잎조차 몇 개 매달지 못한 숲속의 나무들은 너도나도 겨울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맨몸으로 겨울을 인내하는 나목들의 생존법칙은 사소한일에도 좌절하고 절망하는 나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은 멘토가 있을까 싶다. 솔직히

 

정상을 코 앞에 두고 산과 산 사이를 구비구비들아 유유히 흘러가는 청풍호수가 훤히

건너다 보이는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가볍게 점심식사를 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가은산

0.7km라는 가은산 나무표시판을 눈여겨보며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들머리 고개길 산행 할때보다 산행에 가속도가 붙어 훨씬 수훨하게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시소타기를 하면서 우람한 나무들 사이에 숨어있는 가은산(해발 575m)정상에 도착했다.

물결치듯 구비구비 산들이 이어져 한 폭의 담채화를 그려 놓았던 백두대간길과

퇴계 이황선생이 담양 군수로 부임하시어 그 아름다움에 반했다는 금수산과 옥순봉을 보면서 

산행을 하다보면 정상까지 오는게 가은산이다.

월악산국립공원안에 속한 가은산은 정상까지 높지가 않아 가볍게 산행을 즐기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산인듯 싶다.

 

사철 푸르른 소나무숲에서도 갈색으로 변한 솔잎들이 뚝뚝 떨어져 갈빛주단을 깔아 놓았다.

햇살 좋은 봄 어느날처럼 깊은 향은 아니였지만 솔잎 익어가는 은은한 향이 내 가슴에 스며든다.

'산행 하기를 잘 한거야....'

 

저 멀리 바위새가 늦가을 햇살에 나래를 활짝 펴고 앉아 있는 새바위가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바위새들은 어떻게 지저귈까?

오늘 일정에 없던 새바위를 재빠르게 다녀오신 산우님께 물어봐야겠다.

 

하산길 청풍호를 사이에 두고 손에 잡힐듯 보았던 구담봉과 옥순봉.

그 신비스런 매력은 가히 필설로 증명하기가 불가항력이다.

지중해 연안에 파르테론 신전을 본듯하다.

인간이 만든 신전에는 나무가 없었지만 천연신전은 나무와 공존하고 있으니 

이 또한 대자연의 위대한 승리라 아니 할수 없다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면서 옥순봉의

 

그 화려한 웅장함에 뛰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옥순대교 아래로 청풍호수의 물은 늦가을 햇살에 은빛비늘 팔닥거리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데

2014.11.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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