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백우산행

NaMuRang 2014. 8. 14. 10:47

서늘하게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인가?

입추가 지났으니 슬쩍 의심 해 볼만도 했지만 가을에 전령 잠자리 부대를 만난 적이 없으니

가을은 아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 드는 태풍이 존재 확인을 했을 뿐이다.

어쩌면 올 여름 개인적으로 마지막 산행에는 태풍 '할롱'이 앞장을 섰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검색하여 태풍 '할롱'을 예의주시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 보았다.

 

여름에 절정 8월 둘째 주 일요일날은 백우산으로 정기산행이 있는 날이다.

등산배낭도 최대한 가벼운 백팩으로 대체. 등산양발 생략. 발 사이즈보다 큰 등산화.

무더위와 맞설 등산객의 전투치고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지난 몇 년동안 산행을 하면서 나만이 터득한 나를 위한 여름산행 차림이다. 물론 손바닥만한 우산 겸용 3단 양산도 여름산행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이 반갑기만하던 이름 아침. 백우산행 버스가 기다리는 사당동으로 갔다.

 

중년을 행복으로 물들였던 인연

오랫만에 만나는 산우님들. 자랑스런 우리 아버지처럼 듬직하신 산우님은 시산제에서 뵙고

몇 달만에 만났다.

개인마다 자신이 느끼고 터득한 해석의 차이는 있겠지만 " 세상에는 사자같이 용기 있는 사람과, 여우같이 지혜(꾀)가 있는 사람 2종류가 있다"고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을 강의하시던 교수님 이야기대로라면 삼국지의 유비는 여우이고, 관우는 사자라 할 수 있다. 유비같이 지혜로우시며 알게모르게 산악회를 십 여년 넘게 지켜오시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산우님도 만났고. 특별하게 말은 하지 않아도 나의 허물조차 변명해 줄것같은 소꼽친구같은 산우님도 만났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언젠가는 산행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 중년을 행복으로 물들게 했던 눈물겹게 소중한 인연들이다.

 

차장너머로 태풍 '할롱'이 구름을 몰고다니며 그리는 다양한 표정의 하늘에 

가끔식 마음이 빼앗기면서도 두런두런 그 동안 지내 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백우산행버스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광암리 간이주차장에 도착했다.

 

백우산 숲속의 비밀

광암리 간이주차장에 세워진 '자그로(자연 그대로)가족마을' 바위 입간판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자연 그대로 가족마을이라니

자그로  가족마을 입간판 옆에 있는 좁은 통나무 계단을 밟으면서 숲속 길을 올라간다 

머리 초입부터 오르막길 였지만 서울 근교산처럼 높지 않다는 사전지식은 산행을 훨씬 수훨하게 하는 자신감으로 작용을 하게 한다. 가파는 산길을 올라서니 

곤두박칠 치듯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올 여름 가고 싶었던 케리안 베이에서 수영복을 입고 물미끄럼틀 타기를

지금 나는 백우산에서 등산복을 입고 흙길에서 미끄럼틀 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빽빽하기 들어 선 숲속의 좁은 산길을 오르내리면서도 지치지 않았던 것은

더위를 끊임없이 식혀주던 시원한 바람 때문였다. 여름 산행에서 바람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 할 수없는 강력한 무기임에는 틀림없다. 산길을 서 너번 미끄럼타기하듯 오르내렸지만 아직도 백우산 정상까지는 2.66Km라고 나무 표시판이 무심히 가르키고 있다.

한참 온 것같은데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하고.

 

노오란 원추리가 사슴인양 목을 길게 빼고 백우산을 찾아 온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깊은 산중에 그들도 외로웠나보다.

우리동네 시민회관 화단에 있는 원추리는 색깔은 화사했지만 도심 공해에 찌든 꽃잎은

몹씨도 지쳐있어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백운산 깊은 산중에서 만난 노오란 원추리는

살아 숨쉬는듯한 싱싱한 꽃잎이 예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한다.

백운산 원추리

울창한 수풀림속에 소박한 아름다움 담뿍 묻혀있는 원추리여.

긴 목 늘어뜨리고 외롭다 하지마소서.

세속에 물들지 않은 그대의 맑은 영혼은 누구에게나 흠모의 대상인듯 하여이다.

백운산 정상을 코 앞에 두고 통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서 홍천군 내촌면을

훤히 보았다.

저 멀리 바다에서 잔잔한 파도가 일듯 굽이굽이 산과 산들이 이어져 있고 이따금씩 보이는

산 아래 평지에는 논과 밭 그리고 농가들의 풍경이 과연 자그로(자연 그대로) 마을처럼 보인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오늘에 주인공 백운산(894.7m)정상에 올라섰다.

 

계곡산행은 아니지만 나무들이 울창하여 특별한 조망없이 백우산 정상까지 오게 되었다.

용소계곡 트레킹으로 유명한 백우산은 한 여름 산행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하얀 비석에 아로새긴 백우산 표지석에 손을 얹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깊은 숲속 정상에 숨겨진 비밀같은 매봉을 향해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한 여름 수풀림이 산길을 덮쳐 좁디좁은 산길을 올라가면서 백우산 특징 중에 하나 인

산 정상에 올라서도 나무들이 앞을 가려 무엇 하나 조망할 수 없지만 정상을 올라 가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생각 해 본다. 어쩌면 그것은 '정상'이라는 치명적인 매력이 등산객의

마음과 발길을 사로잡는 건 아닐까 싶다. 커다란 나무 허리에 '매몽'이라는 표시판이 달랑 매달려 있다. 하지만  나라안 등간객들 나뭇가지에 자신들만의 고유 산악회 리본을 묶어 놓은 모습에서 매봉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육산이라 오랫만에 밟아보는 흙들이 비에 젖어 촉촉한 스폰치케익처럼 부드러웠지만 가파른 비탈길에서는 사고 나기가 쉽상인지라 고난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작년 까지만해도 겁없이 산행하는 것을 주특기로 삼아 산행하면서 한 두번 넘어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였지만 이제는 잘 안다. 그게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산행에도 철이 드나보다.

비탈진 산길을 조심조심 내려 갔더니 수풀림으로 뒤엉킨 마법의 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와 작은 수풀들 사이에 핏줄처럼 나 있는 좁은 산길을 걸으며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그 어떤 스크린이나 책에서도 실제로 경험할 수 없기에 산행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같다.

계곡물이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넜다.드디어 계곡물을 보게 된 것이다.

작은폭포수처럼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하산길  발걸움은 재촉하게되고.

 

폭포수가 여울지는 작은너래소

계곡물의 집합소 작은 너래소에 도착했다.

여름산행으로는 계곡 트레킹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지만 휴가철 갈 길이 바쁜 길손처럼

작은너래소에서 물놀이를 즐기면서 용소계곡 트레킹은 대신했다.

폭포수같이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에 한 여름 더위를 말끔이 씻어내면서

아직은 건강하게 산행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2014.8.10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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