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방에 다람쥐는 없다 하더라도
먹성이 좋지 않은 아기답게 많이 마르고 작았지만 하는 짓이 어찌나 귀여운지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태율이 곁으로 다가 갔다.
본능은 아기 침대 난간에 있는 우유병부터 보게되고 천만다행 우유병에 우유는 없었다.
"우유를 먹긴 먹었구나" 아기를 침대에서 꺼내 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쁜하다.
"잘 먹어야 크지" 아기 등을 토닥토닥거리며 특별한 비밀을 가르쳐주듯 가만히
속삭여본다. 태율이를 안고 서성거리다 아기들의 놀이터 그네 앞에 가서 앉았다.
지난 달 보다 아기그네가 더 많아 그네로 울타리를 쳐 좋은 것 같았고,
보행기 또한 여러 대가 새로 들어 왔으며 아기침대마다 알록달록 모빌을 매달아 놓아
마치 장남감 왕국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들어 기어이 한 소리 하면서 활짝 웃었다.
"장남감 궁전에 온 것 같아요"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다람쥐방에 다람쥐는 없었지만 아기그네와 보행기 모밀이
아기들과 어울어져 동화 속에 나오는 장남감 궁전에 소풍 온듯 싶었다.
문득 생각 해 본다.
올해가 무슨 해 었지. 갑오년(甲午年) 말띠 해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 모두가 남에 일 같지 않은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혼탁에 찌든 우리사회에 절망과 분노를 했었지만 어차피 우리사회는 우리가 주인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주인인 사회에서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과언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매 달 넷째 주 일요일날은 역삼동에 있는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일 복이 많은 사람은 일요일조차 쉴 틈을 주지 않았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기들 모습이
눈에 밟혀 어떻게든 시간을 마련 해 보았다.
헬레벌떡 역삼역 출구를 벗어 나 종종걸음치며 서울영아일시보호소로 갔다.
가슴으로 들었던 평화의 노래
아기들이 많이 줄어 늦은 오후 햇살처럼 한가로운 영아원 다람쥐방에는
봉사활동 친구들 세 분이 계셨다.
자그마한 발이 너무도 예뻐 장남감 가지고 놀듯 손으로 만지며 장군처럼 듬직하게 생긴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봉사활동 친구에게 자랑을 했다.
"태율이 발 좀 보세요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 거예요"
아기 이유식에 한참이던 봉사활동 친구도 내 말이 맞는지 빙긋 웃으며 화답한다.
순둥이 태율이는 웃기도 무척 잘 하지만 옹알이도 잘 한다.
눈을 마주보며 뭐라고 쉼 없이 이야기하는 아기가 너무도 신기하여 나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작고 연약한 아기가 안쓰러워 아기를 눕히고 팔 다리를 세심하게 주물러주며
아기를 위해 해 줄수 있는게 고작 이거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은 서글픔마저 들게 하고.
잠이 와서 칭얼거리는 아기를 왼쪽 어깨가 아퍼 오른쪽으로 안으니 안는게 서툴러서
불편한지 아기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뻐근하게 아픈 왼쪽 어깨를 살살 달래면서
아기를 왼쪽으로 포근하게 안으며 아기 심장 소리를 가슴으로 들었다.
지극히 평화 깃든 그 어떤 노래를....
잠이 든 태율이를 침대에 눕히자 슬쩍 눈을 뜬다. 재빨리 한 손으로 아기 손을 잡고
가슴을 토닥토닥 거리자 다시 스르르 눈을 감고 꿈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숱 많은 머리를 여러 갈래로 묶은 윤솔이는 안아 달라고 울며 보챈다.
새 하얀 피부미인 윤솔이를 안고 아기들의 놀이터 그네 앞에 앉아 아기와 눈맞춤 하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아기와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 중이다.
짝짝쿵을 해 볼까 도리되리를 해 볼까 아니면 뒤집게 연습을 할까.
이제 막 백일 갓 지난 아기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내 모습은 대한민국 엄마들의
치마바람과 흡사하여 흠짓 놀란다.
그냥 안고만 있어도 아기는 재미나게 웃으며 잘 놀고 있는 것을
보모선생이 윤솔이를 보며 목욕시켜야겠다고 아기 옷을 벗기라고 한다.
"윤솔아 목욕시간 이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윤솔이가 목욕하는 동안 막간을 이용하여 두 시간 내내 보행기에서 혼자서도 잘 놀던
서준이를 꺼냈다. 열이 많은지 이마에 온통 땀띠 투성이다.
땀띠는 이마에만 있는게 아니라 어깨에도 좁쌀처럼 오돌토돌한 땀띠가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아 자꾸만 손으로 만져보게 된다.
"왜 이렇게 땀띠가 많이 생겼니" 아기 눈을 마주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아기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순하디 순하게 생긴 아기였지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은
아기가 왠지 불안하여 아가와 눈맞춤 시도를 계속했다.
정식으로 눈맞춤조차 하지 못한 아기는 목욕을 하기 위해 내 품을 떠나가 되고
목욕을 끝냈지만 보채지 않고 순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아기는 자신의 침대에서
모밀을 보면서 혼자가 되었다.
정말 순한건지 아니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정상아가 아닌건지 왠지 불안한 서준이가
눈에 밝혀 가슴이 아프다.
선하기만 한 서준이가 상처 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 갈수 있는 세상도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몫은 아닌가 하는 가볍지 않은 생각으로 서울영아일시보호소 정문을 나섰다.
2014.6.22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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