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3. 12. 26. 10:17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위로한 사연

알록달록 아기이불로 침대를 감싸, 마치 설국 동화에 나오는 요정의 집 인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침대 안에 아기가 침대난간을 붙잡고 서 있다.

 

"아직도 있구나"나도 모르게 두 손을 뻗히며 속삭인다. 반갑기는 하지만 걱정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아기를 침대에서 꺼내 안으니 구린네가 진동을 한다. "똥을 누었나 보네"

아기 그네가 일렬 종대로 서 있는 아기들의 놀이터 마루 바닥에 믿음이를 눕히고

지저기를 펴 보았다. 한 무더기 똥을 치우면서 새삼 놀라고 말었다.

남자 였구나! 예쁘장한 얼굴에 커다란 눈망울이 흑진주처럼 빛나 분명 여자인줄 알었는데

생후 13개월 된 믿음이는 지난 달에 돌 잔치도 했다고 한다.

한복을 입은 아기가 무척이나 예뻐 부모가 계셨음 모델감이 충분하다고 생긴모습만큼

마음이 넉넉하고 예쁜 보모선생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추위에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12월 4 째주 일요일날 서울영아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한 달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출구를 나섰다.

뼈만 앙상한 길거리 가로수에는 오후 햇살이 살며시 내려 앉으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쏙닥이는 모습을 넌짓이 엿 보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영아원(서울영아일시보호소)으로 갔다.

 

형 유리문 정문 안에 계신 경비아저씨도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며 인사를 건넨다.

이제는 낯도 많이 익어 경비아저씨를 보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인사성 없는 쑥스럼쟁이 나를 혹시나 미워하지는 않을까하는 괜한 생각이 그 순간 왜 들었는지 모르겠다. 인사도 습관인데하는 후회와 함께.

 

무릎이 아퍼 계단 올라가는 것은 포기를 하고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여 3층 다람쥐방으로 갔다.

 

임무를 잊어버리게 한 이유

아기들 우유 먹이는 시간과 목욕하는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주 임무

첫 번째는 아기들 우유 먹이는 일이다.

우유 먹지 않은 아기가 있나하고 주위를 한 번쯤 둘러봐야 하는 임무조차 잊어 버리고

나는 설국 동화 속 요정의집에 서 있던 믿음이를 안었다,

 

아기가 싸 놓은 한 무더기 똥을 치우고 실로폰과 피아노가 함께 붙어 있는 장남걈을 꺼내

믿음이 앞에 놓았다.

'산 토끼'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땡땡거려 봤지만 아기 반응은 신통치 않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자 두 손을 활짝펴고 짝짝쿵은 앙증스럽게 잘 한다.

도톰한 발로 발짝작쿵까지 하는 재주 또한 믿음이는 있었다.

곰 세마리를 부르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싸으싸 재밋다" 어깨까지 들썩거리면서 믿음이 앞에서 송년 라이브 공연에

아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마음에 문을 열지 못해 웃음기 없는 아기도

이제는 좋아라 한다.

 

우유를 조금씩 토해내는 아기를 보면서 아...믿음이가 잘 토하는 아기였구나.

몇 달전 모습들이 생각난다. 먹기만하면 입에서 분수처럼 토하던 아기.

제데로 자랄 것 같지 않아 무척이나 걱정하게 하던 믿음이가 살이 붙고 잘 자라고

있다는게 기적인듯 싶다. "믿음이가 이렇게 자란 건 기적 같네요"

사람 무척이나 좋아보인는 보모선생께 신기해서 말을 건네자

"하루에 열 네번 토 할때도 있었어요" 하고 믿음이 이유식을 주면서 이야기한다.

 

위대한 본능이여!

마치 제비새끼마냥 입을 딱 딱 벌리면서 이유식을 잘 받아 먹는 믿음이를 보고

귀여워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4년 째 영아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이유식을 먹여 본건 처음이다.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아기 건강에 이유식이 좋다는건 두 말하면 잔소리에 불과하여

날이 갈 수록 영아원도 진화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기들이 그렇지만 처음에는 신나게 이유식을 먹으면서 쩝쩝거리기까지 하더니

대 여섯 숫갈 먹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끈기를 가지고 놀다 먹다를 반복하며 믿음이는

이유식을 말끔이 먹어 치웠다. 제발 토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수건을 어깨에 두르고 아기를 안아 주었다.

 

손가락을 빨면서 자는 척하던 믿음이는 가운이 친구가 사강고문님하고 이유식하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한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가끔식 기침을 심하게 하는 믿음이를 격리하여 돌보라고 보모선생께서

이미 주의를 주어 감기쟁이 믿음이와 가운이만 따로 떨어져 놀고 있다.

맑은 콧물이 흘러내리는 가운이는 코 속에 코딱지가 들어 있는게 눈에 확 들어온다.

손으로 아가 코딱지를 떼어내면서 면봉으로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이미 아기 코딱지가 내 손가락에 있은 다음이다. 급한 성질 아무도 못 말리고.

 

이제 막 일어서려고 연습을 하는 가운이는 엎어져서 두 손을 마루바닥에 짚고 일어나려고 용트림을 한다. 얼굴이 샛빨개 지도록.

누가켜서도 아닌데 왜 일어서려고 저토록 안간힘을 쓰는 것 일까?

본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위대하여 눈물겹다.

혼자서도 잘 노는 아기들. 나는 오늘도 너희들한테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건강이 있는 한 이 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믿음이가 다음 달이면 영아원을 떠난다고 한다.

사랑이 충만한 양부모를 만난다면 천만다행이겠지만 시설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한다.

시설에 가더라도 또 누군가 보모선생처럼 착한이가 있는 한 믿음이는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랄거란 확신을 가져본다.

뼈만 남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내려 앉던 햇살이 거목을 키워내듯이^^

2013.12.2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