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3. 9. 2. 10:56

아기가 트라우마라구요.

아기인데도 불구하고 예쁜구석은 찾아 볼 수 없었다.솔직히.

'이러면...안 된다'고 심술궂은 마음을 달래면서 통통한 살속에 파묻혀버린 자그마한 아기눈과

눈맞춤을 하는 순간 아기가 눈을 피한다.

내 마음을 들켜버린것 같은 부끄러움에 아기를 꼬옥 껴안으면서 다시 아기와 눈맞춤 재도전.

하지만 아기는 눈맞춤에 흥미가 없는지 눈길을 피한다.'아기가 이미 상처를 많이 받었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아기를 안고 그네와 보행기가 나란히 놓여있는 아기들의 놀이터에 와서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기가 놀 수 있는 장남감을 찾아봤다.

 

찜통더위가 한 달내내 지속되긴했어도 천만다행 태풍 없는 여름을 무사히 보내던

8월 마지막주일날 역삼역에 있는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한 달만에 만났다.

 

역삼역 1번 출구를 나서면 금융결제원 담장위로 멋들어지게 분재되어 있는 소나무들을 만날 수가 있어 여전히 따거운 오후 햇살을 맞으면서도 잠시나마 그들과 눈맞춤을 멈출수가 없다

 

한국은행 강남본부 간이 운동장을 지나 한서병원 아래에 있는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로 갔다.

언제나처럼 경비실 옆에 있는 가운실에서 임산부용가운같은 품이 넓은 연분홍가운을 갈아입고

3층 다람쥐방으로 올라갔다.

 

다정은 만명통치약

아기들이 우유를 먹는 시간에 맞춰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우리가 갔을 때는 아기들이 우유를 먹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람쥐방 아기들은 대부분 아기들이 우유를 다 먹어 아기들과 놀아주는게 주 업무가 되고 말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아기에게 두 손을 내밀어 안었다.

아기를 안고 얼른 눈맞춤을 해보지만 아기는 눈길을 피한다.

통통한 우량아 다현(가명)이는 다람쥐방 왕 언니다. 2012년 9월 28일이 첫 돌이 되는 돌쟁이

다현이는 안겨 있는 것보다 바닥에 앉아 노는 걸 더 좋아한다.

 

아기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남감은 영기(가명)침대에 모여있었지만 영기가 피부병을 앓고 있어 다현이는 장남감을 만질 수 조차 없었다.감기 기운이 있는지 아기 등에 손을 대자 끄렁끄렁 가래 끓는 소리가 손에도 전해진다.

 안쓰러운 생각이 물밀처럼 가슴에 밀려들어 아기를 꼬~옥 안아본다.여전히 안기는 것에 냉담한 아기를.콧물을 닦아준 종이휴지를 아기 앞에 놓고 장남감인양 흔들자 아기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두 어개의 종이휴지가 아기에게는 충분히 장남감 역활을 하여 아기는 양 손으로 종이휴지를 흔들어보기도하고 부채처럼 쫘악 펼치며 안아 주지 않아도 혼자 앉아서 잘 놀고 있었다. 물론 돌쟁이 아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거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나이가 차면 혼자서 안고 기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다못해 묘기대행진을 보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 났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자신의 '명상록'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한다."견디어 낼 수 없는 일이란 누구에게도 생기지 않는다 하느님의 뜻이 그러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힐 수도 아픔을 줄 수도 없다.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상처 받지 않는 것이다" 과연 철인황제답게 생각이 바다처럼 넓고 깊은 것은 이루 말 할수 없지만 우리는 흔히 '상처'라는 이야기를 곧잘 이야기한다.

 

마르쿠스 황제와는 전혀 다르게 태어났던 돌쟁이 다현이도 어쩌면 견디어 낼 수 없는 일이 없다는 것을 태어나는 순간 같이 했기에 상처를 받지 않고 혼자서도 대견하게 잘 헤쳐나가는 건 아닐런지.

 

욕심많은 일일엄마는 돌쟁이 다현이가 걸음마 연습도 해야 한다며 아기를 세워 걸음마 연습을 시켜본다.

아기는 이게 왠 사건인가 싶어 발걸음을 잘 띄어 놓지 못한다. 오른발 왼발 발걸음을 띄웠지만 걸음 걸이가 영 신통찮다.

기는 것도 못하는건 아닌가 싶어 아기를 바닥에 앉혀 놓고 불안한 마음으로 가만히 지켜보았더니 아기는 보란듯이 기는데는 소질이 있어 불안을 한 방에 날려 버린다. 혼자서도 잘 놀던 아기가 칭얼댄다.아마도 잠이 오나보다.

불과 몇분도 안돼 정이 담뿍들어 버린 다현이를 가슴에 안고 아기 등을 다독다독거렸다.

아기도 이제는 안다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가슴에 안기지도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기가 내 가슴에 안겨 포근하게 잠이 들었다.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기들

8월에 다람쥐방은 유난히 큰 아기들이 많었다.

생긴 모습이 귀공자풍의 영기는 피부병에 걸려 격리중이다.

곤히 자던 아기가 깨어나 안아 달라고 침대 난간에 매달려 울며 보챈다.

피부병에 걸린 아기를 안으면 그 아기만 볼 수밖에 없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으며 영기가 아무리 보채고 울어 돌 봐 줄수가 없어 애가 닳았는데 마침 회장님이 들어오신다.영기 전담

회장님이 드뎌 오시다니.

잘 먹지도 않는 아기가 어찌나 크고 잘 생겼는지 다람쥐방에 캡틴이다.

영기뿐만 아니고 아기 하나를 더 보고 계신 회장님은 아기들을 위해 '곰 세마리' 노래를 스마트폰으로 들려준다.아기들은 고개를 뒤로 힘껏 젖치고 회장님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제비집에 제비들이 먹을 것을 물고 온 어미를 넋 놓고 보는 것처럼.

노래가 끝나자 아기들은 다시 산만하기가 이를 때 없다.

레퍼토리가 떨어진 회장님은 급기하는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를 들려주지만 아기들은 영 흥미가 없다.딴 짓만 하는 아기들을 보니 웃음이 터져 "자기네 스타일이 아니래요" 회장님께 고자질하고 말었다.

사람 무던히 좋은 회장님도 웃음꽃을 피우며 "아니... 니네들 장르가 아니란 말이냐" 하셨지만

피부병 앓는 아기들 둘이 너도 나도 부산하게 움직이며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덩치가 산 만한 회장님도 감당하지 못하고 쩔쩔매신다.

 

방배동 성당에서 오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봉사활동 친구들이 성심성의껏 아기방 청소가

끝나고 보모선생이 저녁을 먹고오자 아기들이 목욕을 하는 시간이다.

 

보모선생이 아기들 목욕시킬때 아기들 옷 벗기는 일 목욕 시키고 나서 아기들 옷 입히는 일

아기 목욕통 닦는 일들은 우리 봉사활동 친구들의 몫이다.

새로 온 봉사활동 친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아기들 옷 부지런히 벗기고 정성껏 입히면서 보모선생을 도와주고 있었지만 나는 무릎이 아퍼 아기 옷 버기는 일도 아기 옷 입히는 일도 도와주지 못해 마음은 안절부절 못했다.

 

산처럼 커다란 회장님 가슴에 매미처럼 착 달아붙어 있던 영기는 이미 깊은 정을 알아버려

아기를 내려 놓으려하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삐죽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눈 시울을 젖게한다. 목욕을 시키기위해 침대에 눕히자 그 새를 못 참고 또 울음보를 터트린다.

자신을 끝까지 돌봐주던 회장님의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던 영기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하루 속히 부자집 장손같은 캡틴 영기한테도 양부모가 생겨야 할텐데...

 

선하고 착한 유전인자는 타고 난 것일까?

커다란 눈이 선한 사슴같은 다니엘은 무던히도 순둥이다.

잘 웃고 혼자서도 잘 놀고 땡강도 부릴줄 모르는 다니엘을 보면서 생각이 깊은 수사같은 느낌은

나만의 것이었다 하더라도 왠지 아기가가 그렇게 자랄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은 부인할 수 없다.

 

2013.8.2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