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올해도 미련없이 내 곁을 떠난다는 생각이 불현 듯 스친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으로 만나는 그들이 간절하게 보고 싶다.
만나면 잘 해주고 싶어 마음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솔직히
매달 4째주 일요일날은 역삼동에 있는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로 봉사활동 가는 날이다.
영하로 끝없이 추락하는 날씨가 끔찍하게 싫지만 두툼한 옷으로 중무장하고
재빠르게 역삼역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경비실 옆에 있는 가운실에서 가운을 갈아입고 3층 다람쥐방으로 갔다.
감기를 앓는 아기에게 필요한 면역력을 발견하다.
크게 울지는 않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내 발길을 잡는다.
침대 난간에 있는 우유병을 보니 우유도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본능은 우유병에 손부터 간다.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에다 넣어주자 사약을 받은 양 오만상이 찡그러지며
전혀 먹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울음보를 터트린다.
별이(가명)를 침대에서 얼른 꺼내 품 안에 안는 순간 울음은 뚝! 그쳤다.
품 안에서 잠시도 떨어지려하지 않는 아기를 바라보며 우유를 먹이고 싶다는 미련을 버릴 수가 없어
아기를 다시 침대에서 눕히고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속에 넣어주자 이번에는 맘 놓고 울어재킨다.
잘못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재빠르게 아기를 안으며 우유병을 들고 아기들의 놀이터
스폰치 매트에 가 앉았다.
'잘 먹지 않은 아기같지는 않은 데 왜 그럴까?....'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별이와 가슴을 마주하고 앉아 옆에 있는 우유병을 기어이 잡었다.
역시나 먹기 싫다고 울었지만 모른척하고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에서 꺼내지않고
가만가만 달래며 우유먹기를 기다렸다.
마음에 안정을 찾았는지 눈을 사르르 감으면서 우유병에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오는게 보인다.드디어 '작전성공' 이다.
하지만 방 청소를 하기 위해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나자 이게 무슨 사건인가 싶어 별이는
눈을 번쩍뜬다.
우유 먹이기는 틀렸다는 것을 알었지만 그래도 끈덕지게 우유병 젖꼭지를 별이 입에서 꺼내지 않자
아기가 우유병 젖꼭지를 빨지 않아 입 주위로 우유가 질질 흘러내린다.
끝장을 보고야 일어서는 성질은 어쩔수가 없어 별이를 안고 서성이며 등을 토닥토닥거리자 크윽하고 트림은 잘 한다.
청소를 끝낸 스폰치매트 위에 앉아 별이를 품 속에 안고 손으로 등을 어루만지니
끄렁끄렁 가래 끓는 소리가 손에 느껴진다.
'아...감기에 걸렸구나...그래서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품 안에 안고 다독다독
거리자 눈을 스르르 감고 설핏 잠이 들었나보다. 하지만 봉사활동 친구들이 아기들 하고 놀면서 이야기하는 소리에 눈을 번쩍뜨고 말었다.
별이와 눈을 마주치며 매트위에 별이를 내려 놓았다.이제는 울지 않는다.
발 힘이 어찌나 센지 누워서 기는 연습이라도 하는 듯 위로 자꾸자꾸 올라간다.
5월 19일생 별이를 혹시나 싶어 엎혀 놓았더니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리에도 힘이 들어갔는지 빳빳하게 들고 있다.
열심히 공부 중인 아기랑 얼굴을 맞대어 힘을 실어주고 싶어 스폰치 매트 위에 얼굴을 대고
별이를 보니 눈이 똘망똘망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드디어 별이의 참 모습을 보는 듯 싶어 찡긋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보모선생이 다시 타 준 우유를 매트위에 앉아 별이를 안고 무사히 다 먹였다.
허긴...'엎어져 오래있기'운동까지 했는데 아무리 아퍼 입맛이 없더라도 먹을 수 밖에^^
아기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가래 끓은 소리가 손으로 느껴져 따뜻하게 아기를 보듬어 안고 있으니
어느사이 별이는 잠이 들었다.곤히 자고 있는 아기를 침대에 눕혀본다.
아기들 목욕하느라 방이 어수선한데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자고 있는
별이를 보면서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 데 감기가 저 멀리 도망갔다고 믿어야겠다.
무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아기들.
다람쥐방에 우량아 도담(가명)이는 까무잡잡한 피부가 마치 도자기처럼 윤기가 차르르 흐르며
고와 유난히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반달형 눈섭이 위 아래로 힘이 팍 들어가면 강열한 카리스마를
발산하여 멋진 장군감의 탄생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담이를 스폰치매트 위에 엎어 놓았더니 장군감 답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오래 엎드려있기'
공부에 열심이다.고개 한 번 떨어뜨리지않고 오랫동안 엎어져있는 도담이를 안아 일으켜세우며
이번에는 다리운동을 시키려고 했지만 몸 무게가 다리 힘을 받혀주지 못하는지 금방 주저 앉고 만다.
욕심을 부려보고 싶었지만 아기에게 무리인 듯 싶어 아기를 살며시 안아 주었지만,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안겨있는 것 보다는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하여
남자와 여자는 유전인자가 확실하게 다르구나 하는 깨달음이 저절로 든다.
비록 세상에 태어날때 환영을 받지 못했다하더라도 무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아기들.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귀중한 재산인 무한한 미래가 있기에 그 것 자체만으로도
행운이라고 도담이와 눈맞춤하면서 살며시 속삭였다.
2012.12.23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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