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2. 10. 30. 10:33

 

이제는....도로변의 나무들조차 형형색색의 가을옷 갈아입고 깊어가는 가을 이벤트에 참석했다.
그들의 고운빛에 연일 눈이 호강하고 있다.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찬바람에 실어 보내며 심히 의심에 본다.
심술쟁이 찬바람이 과연....

 

거리는 온통 나무들이 가을이벤트가 한창인 10월 넷째 주일날 역삼동에 있는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아기들은 왜 우유를 먹기 싫어할까?
우리가 봉사활동 가는 시간에는 아기들이 우유를 먹는 시간이다.
언제나처럼 1층 경비실 옆에 있는 가운실에서 가운을 갈아입고 3층 다람쥐방으로 올라갔다.
우유병따로 아기따로 놀고 있는 천진(가명)에게로 가서 오른손으로 우유병을 잡고
왼손으로 아기 오른손을 잡아주며 첫 번째 우유 먹이기 방법을 시도 해 봤다.
아기는 혀 위에 있는 우유병 젖꼭지를 전혀 빠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유병을 가지고 아무리 시도를 해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생전에 우유 한 번 먹지 않은 아기처럼.

 

두 번째 방법 아기 가슴을 다독거리면서 우유 먹이기.
아기 가슴을 다독다독했더니 아기는 오히려 자기 두 손으로 내 손을 잡는다.
'나는 놈 위에 뭘 좀 아는 놈' 따로 없어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가 머금어졌다.
아기가 두 손으로 내 손을 잡던 말던 아기 가슴을 토닥토닥 거리면서 우유를 먹이려했지만
여전히 우유는 먹지 않고 있다.

옆 침대에 있는 아기는 자면서 우유병 젖꼭지를 줄기차게 빨고 있다.
자면서 우유먹는게 습관이 들은 아기들에게는 제 정신일때는 우유를 먹지 않는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아기를 재우려고 작은 아기이불로 아기를 꽁꽁 싸매자 답답한지
얼굴이 빨갛게 되면서 울어댄다.
아...이것도 아니다. 아기를 얼른 안고 아기들이 놀이터 스폰치 매트에 갔더니
부회장님 아기도 팀장님 아기도 우유를 먹지 않아 모두들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다.

 

'아기들은 왜 우유 먹기를 싫어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천진 입에 우유병 젖꼭지를 넣었지만 우유병 젖꼭지를 빨지않아 입 주위에 흥건하게
젖어있던 우유가 턱으로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우유를 닦아 주면서 "덩치로 보아는 우유를 먹지 않을 아기가 아닌데

우유를 왜 안 먹을까요" 해답이 없는 질문을 부회장님과 팀장님께 하면서

 아기를 다시 안고 침대로 왔다.

 

제 아무리 별 짓을 다해도 먹지 않아 서서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우유를 먹지 않는 아기는 아닐까...
마침 보모선생이 지나가길래 "천진이는 우유를 먹지 않는 아기인가요?"물어 봤지만

대답조차 않는다.
천진이는 어떻게 해야 먹나요 이렇게 물어 봤어야하는데...잘 못 질문한게 틀림없다고
주변머리 없는 내가 미워 아기를 안고 침대에 서성거리다 다시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우유병을 집어들었다.
아기 입에 우유병 젖꼭지를 넣고 한 손으로 아기 손을 잡아주면서 진득하게 기다렸다.
아기가 거짓말처럼 우유병 젖꼭지를 빨기 시작한다.
참 이상도 하지 그렇게 먹이고 싶어 애가 닳아도 먹지 않던 우유를

왜 보모선생한테 고자질(?)해야 아기는 우유를 먹는 것일까?
다 먹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정도는 먹었으니 절반쯤은 성공을 한 것이다.
아기가 이따금씩 흘리는 맑은 콧물이 아기 입맛을 떨어지게 한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해본다.
덩치나 실한 몸 무게로 보아 우유를 먹지 않을 아기는 아니였기때문에.

 

둥그렇게 아기의자에 앉아 육아대책에 관해 무언의 토의를 하다.

 

아기랑 놀고 싶어 아기가 우유먹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전혀 우유를 먹지 않을 것 같던 아기가

거짓말 처럼 우유를 먹었기에 아기를 안고 등을 쓸어주며 트림을 시키고

재빨리 아기들의 놀이터 스폰치 매트로 갔다.

 

아기 놀이터에는 아기의자에 앉아 있는 아기들을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모아놓고 부회장님과
팀장님께서 아기들을 보신다.
입이 짧아 먹는 것이 시원찮은 아기를 돌보시던 팀장님께서 안타까운듯 한 마디 하신다.
"까탈부리지마라...까탈스러우면... 네 인생만 힘든거란다"책도 많이 보시고 속이 깊어 여자지만
'고흐'의 동생 테오처럼 심성이 깊은 팀장님께서는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을 너무도 잘 하신다.
마르고 연약해보이는 모습과 달리 까만 머리숫이 유난히 많던 아기는 팀장님께서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한 말을 알아 듣기나 했을려나

부회장님께서 아기의자 원탁 회의에 의장이 되시어 아기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
"육아 대책에 관해 한 말씀 해 보세요" 
아기들은 부회장님을 쳐다보며 말은 없었지만 아기들에게는 당면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보행기 안에서 시종일관 서있던 옥빈(가명)이가 너무도 기득하여
아기들 목욕하는 시간에 얼른 꺼내 안아주었다.
보송보송 밤송이같은 머리, 새 하얀 피부, 잘 생긴얼굴, 어디 하나 흠 잡을데 없이 예뻐
가슴에 꼭 품어 안았더니 아기냄새가 내 영혼을 적신다.

천사를 안고 있다는 느낌이 왜 그렇게 많이 들던지.

 

목욕을 끝낸 아기들이 침대 여기저기에서 서로 안아 달라고 울어대기 시작한다.
보행기 안에서 시종일관 보채지도 않던 옥빈이도 목욕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는 징징거린다.
밤송이같은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아기를 안고 서성이다 봉사활동 끝날 시간이 되어
보행기 안에 옥빈이를 넣었다.
목욕하기 전까지만해도 보행기 안에서 혼자서도 잘 놀던 아기가 이제는 싫다고 자그만소리로

울어댄다.
아기 냄새가 천사처럼 내 영혼을 적시던 아기도 어쩔수 없이 우리의 손을 필요로 하는 아기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였다.

밤송이처럼 송송 올라온 머리털과 새 하얀 피부에 커다란 눈 아무리 봐도 천사같던 옥빈이가

보행기에 서서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2011.10.28

NaMu